◈ 새벽숲(김영철)님의 교우 단상: 사랑의 동행! ◈
건강함을 기준으로 보면 이 세상 사람들은 환자와 건강인으로 나눠집니다. 건강인은 일상생활을 하는 데 불편함이 없이 본인이 하고 싶거나 해야 할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어느 날 무리를 했더라도 하룻밤 푹 쉬고 나면 다음 날 회복하여 일상으로 돌아가는 여력이 있는 분들이지요.
반면에 환자는 어딘가 몸이 불편하여 일상생활이 여의치 않은 분들인데, 처음에는 불편함을 참으며 생활해보기도 하지만, 더는 버티기가 힘들어 의사를 찾아가 진찰을 받아보면, 어딘가에 병이 나서 치료를 받아야 한다는 진단을 받은 분들입니다.
따지고 보면 건강인과 환자는 원래는 똑같은 인격을 가진 사람이었는데 어느 날 건강인과 환자로 나눠지게 된 셈이지요. 환자는 불편한 정도에 따라 다시 가벼운 환자(경환자)와 심각한 환자(중환자)로 나눕니다. 가벼운 환자는 집에서 병원과 의원을 오가며 일상생활을 계속하고(외래환자), 심각한 환자는 병원과 의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게 됩니다.(입원환자)
일반적으로 건강인과 환자는 전혀 다른 일상을 살아가게 됩니다. 외래환자는 일상생활을 계속하면서 예약한 날짜에 병의원을 방문하면 되지만, 입원환자는 본인의 일상을 완전히 접고 입원하여 병의원의 일과시간에 맞춰 생활하게 되지요.
입원환자도 일반병실에 입원한 분들과 중환자실에 입원한 분들은 서로 전혀 다른 병원 생활을 한다는 점은 우리 모두가 알고 있습니다.
제가 약국에서 날마다 상대하는 분들은 주로 어딘가 몸이 불편한 환자와 그들의 보호자들입니다. 환자분들은 입원 치료를 받다가 퇴원한 지 얼마 안 된 분이거나, 외래로 병원에 오가는 분들이 대부분이고, 보호자는 병세가 비교적 심각한 환자분, 환자 연세가 높아 홀로 병원에 다니시기가 힘드니 함께 모시고 오는 분들입니다.
언제부터인지 저에게는 보호자를 눈여겨보고 그것을 기록하는 버릇이 생겼습니다.(아마도 약사 경력 30년쯤 되는 무렵이지 싶습니다) 환자분과 보호자로 함께 오는 분들을 관찰하고 환자 인적 사항 옆에 기록을 했지요. 환자의 몸 상태는 가벼운지 심각한지, 환자 홀로 오셨는지 보호자와 함께 오셨는지, 보호자가 환자의 관계(배우자, 부모님, 자녀...)를 기록합니다.
제가 관찰한 환자의 회복 속도는 보호자가 동반하는 빈도가 높은 쪽이 환자 혼자서 다니는 쪽보다 분명히 빨랐습니다.
생각해 보면 보호자라는 존재는 그들의 일상을 접고 환자를 돕는 배려심만으로 병원행을 함께 하는 분들입니다. 새벽에 일찍 일어나 대형병원에 도착하여 접수하기, 의사 만나 진찰받기, 여러 검사실 찾아가기, 진료비 계산하기, 처방전 받아서 약국 찾아 약 짓기, 귀갓길까지 환자의 말벗이 되어주고, 진찰 결과 기다릴 때 초조하기 그지없는 환자의 맘을 달래주는 등 아픈 환자보다 신경 쓸 일이 오히려 많지요. 그래서 환자와 동행한 보호자가 귀가하고 나면 더 녹초가 된다는 얘기를 자주 듣습니다.
저는 아무런 댓가를 바라지 않고 환자와 동행하는 마음의 본질은 사랑이라고 봅니다. 심각한 병으로 생긴 통증과 불편함, 쇠약감으로부터 벗어나려면, 환자 스스로 자신을 사랑하는 마음을 키워서 회복에 가속을 붙게 하고, 거기에다가 다른 사람으로부터 보살핌을 받고 있다는 느낌이 충만하면 회복의 속도가 놀랍게 빨라질 수 있다는 자연치유 이론에 믿음이 갑니다.
사람의 마음과 몸이 굳으면 병이 되는데, 어디든 굳은 곳을 녹이는 것은 ‘사랑’일 겁니다.
그 사랑의 온도는 ‘따뜻함’일 거고요. 환자를 보살피는 보호자의 따뜻한 사랑이 굳어 있는 환자를 녹여 건강인으로 회복시키는 사례가 더 많아지기를 기원합니다.
한겨울의 바람이 차갑습니다. 계절도 차갑지만, 지구촌 곳곳의 전쟁, 따뜻한 사랑이 아닌 차가운 증오가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도 봄은 올 것입니다.
새해에는 사랑의 훈풍이 이 땅과 온 누리에 가득하기를 간절히 기도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