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기② - 짐이 된 사람
9월 17일(월)
16일(일) 학원 일을 마치고 늦게 귀가하여 자정 넘도록 페루행 짐을 쌌다.(짐 싸기는 매번 거의 남편의 몫이다)
9월 17일(월) 이른 아침. 남편의 바쁜 일정이 마음을 더욱 분주하게 만든다.
오전 09시 30분에 하하 월요일반 수업에 이어 11시 하하 화요일반 수업.
점심 식사 후 시각장애인복지관에서 시각장애우 글짓기 강의와 소설 읽기 강의를 마치고 총알처럼 집으로 돌아왔다.
즉시 캐리어 가방을 점검하고 처음으로 카카오 택시를 불렀더니 아니 3분 후에 도착한다지 않는가. 또 서두르게 되었지만 광주공항엔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었다.
오후 5시 05분 비행기에 탑승하여 이륙하는가 싶더니 금세 김포공항에 도착하였다. 공항철도를 타고 공항에서 세 정거장 거리에 있는 아이들 집에 도착하였다.
그리고 질 좋고 맛 좋은 영암식육점의 소고기로스로 우리 네 식구는 기름진 저녁을 먹으며 페루에 대한 궁금한 것들을 아들에게 물으며 조금씩 페루에 다가가기 시작했다.
안내 책자 몇 권과 인터넷에서 확인한 자료에 의지한 문자적 지식에다 아들의 현장 체험담은 여행에 대한 마음 준비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었다.
또 딸은 여러 가지 안전 소품들을 꼼꼼하고 철저하게 준비하였다. 나에게 여권 팬티, 아빠에겐 보안 허리띠, 스마트폰 고리, 가방과 카메라 연결 고리 등등 듣지도 보지도 못한 기발한 아이디어의 안전 소품들이었다. 거기에다 장거리 비행에 필요한 목베개까지.
현지에 가서 쓸 환전한 돈은 셋이 나눠서 안전하게 챙기고, 아들이 강조한 유의사항들을 새기며 여행 출발 전날 밤은 호기심, 설렘과 다소의 두려움이 뒤섞인 긴장감으로 깊어 갔다.
9월 18일(화)
오전 5시 10분.
아들 휴대폰에서 울리는 우렁찬 기상나팔 소리에 번쩍 눈을 떴다.
남편은 벌써 일어나 여행 첫날을 기도문을 쓰면서 신중하게 맞이하고 있었다. 먼 미지의 세계, 남미에 대한 호기심과 긴장감뿐만 아니라 가장으로서, 보호자로서의 책임감, 또 아직 회복되지 않은 내 건강에 대한 우려 등이 적잖은 짐이었으리라.
막 동이 트려는 새벽녘, 아들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인천공항을 향해 질주하는 길.
널따란 들녘과 맑고 산뜻한 새벽 공기가 여행길을 축하해 주는 듯하여 마음이 한결 가벼웠다.
처음 와 본 인천 공항 제2청사.
청사는 아주 세련되고 깔끔하며 조용한 분위기였다.
많은 사람들이 분주하게 오갔으나 소란스럽지 않고 차분하여 수준 높은 선진국의 분위기가 느껴졌다.
군데군데 마련된 Self system은 수속 과정의 시간을 줄여주고 번거로움을 덜어주었다. (그러나 제시되는 Order를 잘 이해하지 못해 당황할 수도 있겠다 싶었다. 나이가 더 들면 문화지체 현상이 내 일이 되겠다 싶은 생각도 들었다. 아니 이미 조금씩 지체를 느끼고 있었다. 그래도 안내하는 사람들이 있어 안심이 되었다.)
수하물을 부치고 티켓팅까지 누나와 함께 애써 준 아들이 탑승구까지 따라와 배웅을 했다.
비실비실한 엄마가 염려되는 아들의 애정 어린 눈빛을 받으며 내 발부리는 탑승구를 향하였다.
비행기 탑승 시간이 오전 10시 10분이었기에 시간적인 여유가 꽤 있었다.
깔끔하고 넓은 청사 이곳저곳을 둘러보던 중, 막내 동생 회사에서 건축한 카페 엔제리너스와 레스토랑 라운지 엘의 아름다운 조형물이 눈에 띄었다. 마치 동생을 만난 듯하였다. 자랑스럽고 대견하여 가슴이 벅차오르고 뭉클하였다. 참으로 동생이 장하게 여겨졌다. 이 조형물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어 동생에게 보내어 누나로서 동생의 자랑스러움을 확인해 주었다.
드디어 출발이다.
첫 번째 코스는 인천에서 일본 나리따 공항까지다. 비행시간은 10:10~12:30분까지 2시간쯤이다. 탑승하자마자 잠이 든 덕분에 아주 편하고 빠른 느낌으로 나리따 공항에 도착했다. (한국에서 페루의 리마 공항까지는 비행시간만 22시간 정도니 2시간은 그야말로 아무 것도 아닌, 조족지혈鳥足之血처럼 느껴짐)
나리따 공항에서 미국 달라스행 비행기 탑승까지는 6시간 남짓 경유시간이 있었기에 두통, 메스꺼움, 비염으로 힘들었던 나는 공항 쉼터의 안락의자에 꼼짝 없이 누워 잠만 잤다. 자고 나니 조금 회복이 된 듯 했다.
즐겁고 건강한 여행을 기대했던 남편, 딸에게 얼마나 미안했는지.
의자에 드러누워 무거운 짐을 지고 밀고 끌고 자신들의 행선지를 향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사람들을 보며 그들의 건강이 사무치게 부러웠다. 건강에 자만했던 내가 몸살 정도를 이기지 못하고 남편, 딸의 여행 보폭을 좁게 만들고 있는 내 형편이 영 못마땅했다. 나아가 평소 건강했기에 소홀하고 가볍게만 생각했던 내 몸에게도 참으로 미안했다.
그럼에도 난 티켓을 들고 한국에서 점점 더 멀어지는 달라스행 비행기를 타기 위해 발걸음을 옮겨야 했다.
첫댓글 제 3탄 기대합니다.
세세한 여행의 발자국들.
그 걸음과 함께하는 감정과
가족 혈육간의 '품'이 사랑과
배려, 이해로 훈훈히 펼쳐나갑니다.
잘 읽었어요.진짜 페루이야기도
많이 기다려져요.
저두요, 제 3탄 기대합니다^^
함께 여행길에 오른것 같은 이 느낌은 뭐지??
뜨근뜨근 다음편 언제 나와요?
정감어린 댓글, 고맙습니다. 가족들이,특히 딸이 아주 애써 마련해 준 여행이기에 그냥 흔적없이 지나치면 안될거 같았습니다.마음으로나마 보답을 해야할 것 같아서 여행기를 쓰고 있습니다.또한 2주 동안 하하를 건재하게 하신 하하님들께도 2주간의 저희 행적을 알려드리는게 도리라는 생각을 했습니다.어쩜 지루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표현력의 부족으로 느낀만큼 제대로 생생하게 표현을 못하니,가는 곳 마다의 훌륭한 문화유산들이 제 글 속에서 제대로 빛을 발하지 못함에 안타깝습니다.이해해 주시길 바랍니다.
3탄 기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