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의 습관화 / 임한율
나는 매일 아침 탁상용 달력을 점검하며 일과를 시작한다. 깨알 같은 글씨로 메모한 것을 보며 그날그날 해야 할 일, 약속이나 모임 등을 상기한다. 오늘을 사는 현대인은 누구를 막론하고 복잡다단한 일상과 정보의 홍수 속에서 숨 가쁘게 분주한 삶을 살고 있다.
나는 메모를 사랑한다. 언제 어디서나 메모를 많이 하는 편이다. 늘 필기구를 몸에 지니고 다닌다. 호주머니나 가방 속엔 어김없이 볼펜과 메모지가 들어있다. 외출 시 지갑은 없어도 괜찮지만, 필기구가 없으면 왠지 허전하고 불안하다. 길을 걷거나 산책하다가도, 버스나 전철 안에서도, 자전거를 타다가도, 취침 직전에도 항상 메모하는 습관이 배어 있다. 등산할 때도 줄볼펜을 목에 걸고 다니면서 순간적으로 기록할 것이 있으면 즉시 메모한다.
메모(memo)의 사전적 의미는 ‘잊지 않도록 요점을 간략히 적어두는 것’을 말한다. 인간은 망각(忘却)의 동물이다. “적어 놓지 않으면 사랑하는 모든 것들이 사라져 버린다.”라는 말이 있다. 메모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참신한 메시지이다. 메모는 기억을 유지하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메모의 중요성과 당위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래서 우리 아이들이나 가르치는 학생들에게도 메모하는 습관을 가지라고 재삼재사 강조한다. 학생 중에서도 수업 시간에 잘 경청하고, 들은 내용을 꼼꼼히 메모하고, 노트 정리를 잘하는 아이가 우등생이 되는 것은 불문가지(不問可知).
스치는 생각을 놓치지 않고 바로 적어야 하기 때문에 메모지는 손만 뻗으면 닿는 곳에 있어야 한다. 순간적으로 생각한 것은 휘발성(揮發性)이 있으므로 그 순간을 담는 메모는 보조기억장치라 할 수 있다. 메모를 굳이 한자어로 표기한다면 ‘질서(疾書)’이다. 생각이 달아나기 전에 질주하듯 빨리 적는다는 뜻이다. 글씨를 예쁘게 쓸 필요 없이 나 자신만의 메모 흐름을 만든다. 오직 나만 알아보면 된다. 구체적으로 적기보다는 가볍게 자기 나름대로 짤막한 요점이나 기호, 문자를 사용하여 간단히 포인트만 적는다. 메모하는 습관을 잘 들이면, 아무래도 생각을 더 많이 하게 되고, 글 작성하는 실력도 늘고, 단어 선택과 어휘력 등이 풍부해져 다양한 면으로 유용하다.
또한, 누구와 이야기를 나눌 때 즉석에서 메모함으로써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여 더 잘 듣게 되고 상호 간의 신뢰도를 높이는 한편, 하나의 메모에서 여러 개의 생각과 아이디어가 파생되어 나올 수도 있다.
나는 글을 즐겨 쓰는 편이다. 우연히 어떤 시상(詩想)이 떠오르거나, 신선한 아이디어, 해야 할 일, 누구에게 전해줄 말, 주소나 전화번호, 어떤 약속 등등. 그때그때 바로 메모를 한다. 그 순간이 지나면 너나없이 바쁜 관계로 금방 잊어버리고, 그냥 지나쳐 실수할 수 있다. 언젠가 버스에서 갑자기 메모할 일이 생겼는데 그날따라 볼펜이 없어 옆 사람에게 빌려 메모한 적이 있다.
젊은 시절 교직(敎職)에 있을 때도 학급 담임을 맡으면 가장 먼저 학생들의 이름과 번호, 인상적인 특징 한두 가지를 간단히 메모하여 연상기법(聯想技法)을 활용, 의도적으로 빨리 익히고 파악한다. 학생들은 자기 이름을 빨리 기억하여 불러주면 아주 좋아한다. 어떤 사람과 처음 만나 통성명하며 악수할 때 그 사람의 이름을 귀 기울여 명확히 기억한다. 혹여 잘 듣지 못했을 땐 다시 정중히 물어 이름을 확인한 후 메모지에 적든지 깊이 각인시킨다. 얼마 전, 우리 산악회에 처음 나오신 분의 이름과 특징을 연상기법으로 새긴 후, 두 번째 만났을 때 그분의 이름을 정확히 불러주니 매우 좋아하여 나 역시도 기분이 흐뭇하였다.
젊었을 적엔 기억력이 참 좋다는 말을 많이 들었는데 나이 들어가면서 점점 한계를 느낀다. 메모의 중요성이 더욱 절실하게 와 닿는 대목이다. 따라서 메모의 습관화(習慣化)는 더더욱 중요하다. 과거에는 메모지나 필기구가 없어서 불편한 경우가 종종 있었다. 하지만 지금은 휴대전화의 기능을 십분 활용하여 훨씬 쉽게 메모할 수 있다. 젊은 축들은 휴대전화 메모장에 기록하기도 하고, 어떤 축들은 쓰기 귀찮아 아예 사진을 찍어 저장하기도 한다. 그렇지만 나는 아날로그형인지는 몰라도 직접 종이와 볼펜을 이용하는 것이 훨씬 더 손쉽고 간편하다.
기록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는 말이 있다. 기억하는 뇌는 머리에 있지만, 기록하는 뇌는 손에 있다. 메모는 글자 이상의 여러 의미와 철학을 담고 있다. 시간을 효율적으로 활용하기 위한 훌륭한 방법 중 하나가 바로 메모이다. 하루하루의 계획과 목표가 명확하면 그날을 유익하고 효율적으로 보내는 데 더욱더 큰 도움이 된다. 메모한 대로 하루의 일과를 잘 실천하였는지 평가 반성을 하고, 다음날의 목표를 정하기도 하는 내적성장(內的成長)의 한 방편이 되기도 한다.
그리고 메모는 주변인들에게 따뜻한 관심과 애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메모를 언제 어디서나 활성화함으로써, 적극적인 삶은 물론 성취감을 느끼는 가운데 풍요로운 생활이 될 것이다. 좀 더 능동적이고 윤택한 삶을 살기 위하여 우리 주도면밀하게 메모를 습관화하자. 다다익선(多多益善), 메모는 많이 할수록 좋다.
첫댓글 저는 하루의 일과를 간단하게 메모하는 습관이 있습니다
지나간 일들이 기억나지 않을때 유용하게 활용 합니다
기록은 기억보다 오래 남는다.
다다익선, 메모는 많이 할수록 좋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