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 속의 여유
사치를 즐기는 사람은 아무리 부유해도 항상 무엇인가 부족함을 느끼며 산다.
보다 아름다운 것, 보다 새로운 것, 보다 귀중한 것을 찾는 끝 없는 욕망은 사치 자체를 그들만의 예술로 착각하며 살아간다.
그들의 마음은 너무나도 크게 뚫린 허망의 어두운 굴 탓으로 '포만'을 향해 끝없이 허우적거린다.
장자가 어느 날 군데군데 꿰멘 베옷을 입고 띠를 두르며 헤진 짚신을 신은 차림으로 위나라의 혜왕을 찾았다.
그 모습을 보고 혜왕이 물었다.
"선생은 어떻게 그처럼 피폐한 모습입니까 ?"
이에 장자가 대답했다.
"이것은 가난한 것이지 피폐한 것이 아닙니다. 선비로서 도덕을 지니고서도 행하지 않는 것은 피폐한 것이지만, 옷이 헤지고 신발이 뚫어진 것은 가난한 것이지 결코 피폐한 것은 아닙니다. 다만 때를 만나지 못했다는 것뿐입니다."
가난한 장자의 여유로움은 평범한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부와 사치, 허영을 꿰뚫어보고 있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다. 세상을 살아가다 보면 나 혼자 유능한 척하며 바쁜 일상에 쫓기는 무리들이 있다.
그런 무리들에게는 항상 사람들의 원망이 뒤를 따른다.
무능한 척하면서 오히려 유유자적하는 사람들 가운데서 스스로의 할 일을 소리 없이 이루어 나가는 참 모습을 발견할 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