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팽나무 시제 낭송시)
신단수 팽나무, 팽나무 신단수
-군산 옥서면 선연리 205번지 옛 하제마을에서
이민숙
지금으로부터 4천여 년 전
태백산 신단수 아래 아름다운 자태로 엎드린 어머니는
백 일 치성 후에 딸 하나를 점지 받았습니다
생명나무 팽나무는 그 딸이 사랑해마지 않은 낭군!
사랑의 전생은 현생을 낳는 법,
이렇게 하룻날 불림을 받아 왔습니다, 와서 보니
그 팽나무, 하제마을 신단수로 대를 이었다 합니다
하늘의 뜻으로 살아온 지 6백년,
아 환합니다! 아니 외롭습니다 그립습니다
바람은 6백 년이나 이 나무신을 흔들고
빗방울들 울먹울먹 까르르르 이 나무신을 적시고
뿌리란 뿌리 어머니 대지는 쓰다듬어 키웠으며
새잎이란 새잎, 연두의 오월
열매란 열매 조롱조롱 배고픈 새들을 끌어안았습니다
녹두장군 닮은 흰옷의 백성들을 얼싸 안았습니다
그런 뿌리라고 흔들리지 않았겠습니까
역병의 시대깨나 관통하면서
혁명의 천하를 헤쳐나아가지 않을 수 없었으며
피 흘리고 절망했을 천지신명 신단수 팽나무
아프고 슬프고 처참했을 생명의 뿌리!
천둥번개 맞았을 어둠의 뿌리!
침탈의 총칼 앞 맨몸 사면초가 오열했을 뿌리!
그러나 시대의 새벽은 상처 치솟는 빛으로 휘돌아 형형하고
역설은 역설을 낳아
하늘의 뜻은 뼛속 깊이 웅장한 사랑으로 소생했습니다
天命之謂性, 率性之謂道, 修道之謂敎
이제는 인간의 일로 남겨진 오늘
하늘의 몸과 정성의 길과 화해의 배움 위에서
한 맘 한 몸 미래의 깃발을 세워야 합니다
한 글자 한 글자 뿌리 너머 뿌리로 정신의 결을 새기고
오늘이 사천 년의 하루, 600년의 첫 발자국이라는 일념으로
드높은 우주 평화 팽나무의 시대를 열어야 할 것입니다
단기 사천삼백오십육 년, 팽나무 신단수 6백 년,
용암의 열기가 밀어내는 사랑의 폭발음처럼
모두 함께 6백 년만의 통곡을!
정성으로 기억 찾은 천체 천명의 오늘
샘이 깊고 뿌리 깊은 선언, 만방에 피워올릴 축제의 날입니다
이민숙 약력
1998년 《사람의 깊이》에 ‘가족’외 5편의 시 발표하며 작품 활동 시작. 시집 『나비 그리는 여자』『동그라미, 기어이 동그랗다』『지금 이 순간』 샘뿔인문학연구소에서 책읽기, 문학아카데미 운영하고 있음. 한국작가회의 회원. e-mail: 123lms@hanmail.net
전화번호: 010-4627-5226
주소: 전남 여수시 소호로 658, 101동 905호 (학동 부영아파트) -59674(우)
계좌: (농협) 351-0392-1784-53 이민숙
첫댓글 옛날 옛적부터 하늘이 열리는 단군신화, 신단수 아래, 그 점지한 현존재 '하제마을' 그 팽나무까지 기투(실존)이렷다.
그 세세 년년, 뒤돌아가
그역사의 질풍. 질곡에서 핏발 눈물로 아뢸것인즉, 동학란, 녹두장군 납시었다. '하늘이 사람이다' 선포하였다.
그 후로도 그 6백년 어르신 팽나무는 '역병의 시대', '혁명의 천하' 등을 '피 흘리고 절망했던을' 아니 예견했었던
'천지신명 신단수 팽나무"여!
그리하사 하제마을 그 팽나무가 대동세상 만만세를 만들었나니!
동구 밖, 당산나무 팽나무에게 난 열 번 절을 하였노라!
아름다운 우정의 댓글 고맙습니다.
모든 생명의 기억들은 살아온만큼의 환희와 고통과 아픔이 있는만큼 고귀하고 지켜져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이겠지요.
팽나무 문화제에 그런 마음으로 가서 시를 헌정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많이 응원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