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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서가 한편에 꽂혀있는 것을 발견하고서도 그 존재를 잘 알지 못하고 지냈다. 그리고 읽던 책을 마저 읽고서, 이 책을 꺼내들게 되었다. 분명히 구입을 했기에 서가에 꽂혀 있을 터인데, 내 기억에는 언제 그리고 왜 샀는지에 대해서 아무런 정보가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생각해 보니, 구입 주체는 내가 아니라 아내였다. 인터넷 서점의 아이디를 공유하면서, 가족들은 각자 구입하고 싶은 책들을 선택하여 카트에 올려놓는다. 급하지 않은 책들은 어느 정도 축적이 되면, 상품권이나 할인 쿠폰 등을 살펴 구입 시기를 결정하는 것이다. 이렇듯 아들까지 세 가족이 선호하는 책의 성향이 다르기 때문에, 종종 같은 책을 두 번 이상 사는 경우가 있다. 각자 필요한 책을 고르다 보니, 다른 가족들이 미리 샀다는 것을 잊어버리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그 책을 좋아할 만한 주위 사람들에게 선물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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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역시 내가 고른 책이 아니기 때문에, 내 기억에 구입한 경험이 각인되지 않았던 것이다. 어쨌든 개인의 사소한 생활상을 내용으로 하고 있는 이 책을 재빠르게 읽을 수 있었다. 책을 읽으면서 저자가 영화감독이라는 사실을 비로소 알게 되었고, 영화 관련 TV 프로그램에서 보았던 익숙한 얼굴이라는 것도 확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름을 알고 있었지만, 저자가 연출한 작품이 얼른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서 확인해 보니 몇 편의 영화를 연출했고, 그 중에서 내가 관심 있게 지켜본 작품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영화 보는 것을 즐기고 있지만, 아무래도 저자의 연출 작품들이 나의 성향과는 조금은 다르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나는 책이나 영화의 경우 특정 주제를 깊이 있게 다루면서, 영화를 본 다음에 어떤 주제나 의미를 음미하게 하는 것들을 선호하는 편이다. 그래서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오락영화보다는 예술영화나 철학적 주제를 다루고 있는 작품들을 즐겨 찾는다. 물론 저자가 연출한 영화의 성격이 어떤 지에 대해서는 아직 내가 보지 않아서 잘 모르겠다는 것이 솔직한 심정이다. 책의 경우도 신변잡기를 가볍게 다루는 에세이 종류를 선호하지 않는다. 다른 사람의 시시콜콜한 일상을 굳이 책을 통해서 알거나 확인하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아마도 그 이면에는 나의 개인적인 사생활을 굳이 남들에게 보이고 싶지 않다는 의식이 자리를 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하여튼 그렇게 읽기 시작하면서, 이 책의 성격이 바로 내가 선호하지 않은 내용들을 다루고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 주로 가족들이나 주변 영화인들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를 다루고 있으며, 저자 개인적인 생각들이 서술되어 있었다. 간혹 저자의 일기나 살면서 남겼던 메모 등이 책의 곳곳에 수록되어 있었다. 아마도 나에게는 그렇게까지 집중할 필요가 없다고 여겨서, 아주 빠르게 독파할 수 있었다. 이 책을 통해서 저자의 생각이나 관심 분야에 대해서 어느 정도 짐작할 수 있었다. 하지만 단지 책을 다 읽고 나서 나의 관심은 더 이상 이어지지 않았다. 다른 책들을 읽었을 때와 다르게, 여전히 저자가 연출한 영화들을 찾아서 관람하고 싶다는 생각도 들지 않았다.
나는 개인적으로 영화를 아주 좋아하여, 예전에는 VHS나 DVD를 구입하기도 하였다. 이제는 영화 파일을 구입하여 소장하기도 하는데, 2000년대 초반 주위의 비디오대여점이 하나씩 문을 닫을 때 집중적으로 구입한 테잎이 1천여장을 헤아린다. 하지만 여전히 대부분은 바쁘다는 핑계로 책장에 그대로 꽂혀있다. 그래서 어떤 영화를 보고난 후에 마음에 들면, 그 작품을 만든 감독이나 출연한 배우들의 다른 작품도 나중에라도 적극적으로 챙겨보는 편이다. 하지만 가십거리로 떠돌아다니는 그들의 사생활에는 큰 관심을 기울이지 않는다. 물론 그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다면 모르겠지만, 그들의 사생활이 아닌 감독과 배우로서 좋아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은 내가 선호하는 내용은 분명 아니었다.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까지의 저자의 생활과 관심, 연하인 외국인과의 결혼, 여동생과 부모님들에 대한 개인적인 소회, 그리고 저자의 일기나 메모를 통해 드러나는 감정의 흐름 등등. 책을 다 읽고 난 지금에도 몇 가지 내용은 머릿속에 남아있지만, 아마도 그 마저 시간이 지나면서 내 관심에서 멀어질 것이라는 것은 너무도 당연하다. 한 마디로 말하면 적어도 나에게는 그리 인상적인 책이 아니었다. 그러면서 문득 아내는 왜 이 책을 구입했을까 하는 생각을 떠올려보기도 하였다. 내가 생각하기에 이 책의 내용은 아내의 취향과도 다르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아마도 누군가의 권유에 의해서 샀을 것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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