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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입시가 학력고사 체제로 바뀌고 각 대학에서 논술을 치르는 정책이 시행되면서, 한동안 동서양의 고전을 요약한 책들이 쏟아져 나왔던 것으로 기억된다. 처음에는 수험생들은 논술에 대비하기 위해서 다양한 독서 활동을 펼치기도 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주요 저작들을 간략히 소개한 책들을 통해서 그 내용을 파악하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이후 다양한 학교와 기관들의 ‘추천도서’라는 내용의 제목을 달고, 책들을 요약 정리하고 그 특징을 설명하는 책들의 출간이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러한 종류의 책들이 지닌 장점과 단점은 비교적 명확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 역시 120권에 이르는 동서양의 ‘고전’들을 1~2면에 걸쳐 요약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으며, 그 제목도 <세상에서 가장 빠른 고전 읽기>라고 하였다. ‘1페이지로 보는 불멸의 베스트셀러 120’이라는 부제를 달고, ‘2시간이면 머리에 쏙!’ 집어넣을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다. 실제로 속독을 하는 내 경우, 이 책을 다 읽는데 2시간도 채 걸리지 않았다. 그동안 제목과 저자만 알고 있던 책의 내용을 비로소 알게 된 경우도 있었다. 문학과 인문학 분야의 책들은 읽거나 내용을 잘 알고 있었지만, 그밖에 분야에 대해서는 책의 제목만 알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때문에 해당 저작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에, 이 책을 통해서 내용을 숙지하고 읽어나가는 것도 괜찮을 것이라 여겨지기도 했다.
이 책은 모두 4개의 항목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은 ‘세계 고전 문학’과 ‘세계 근현대 문학’ ‘정치경제, 비즈니스’ 그리고 ‘역사, 철학’ 등으로 구분되어 있다. 첫 번째 항목에서는 호메로스의 ‘일리아스’로부터 조설근의 ‘홍루몽’에 이르기까지 19개의 작품에 대해서, 1~2면으로 일러스트와 간략한 개요를 소개하고 있다. 또한 ‘오랫동안 사랑받은 세계의 전설’이라는 제목으로 ‘아서왕의 죽음’ 등 4작품에 대해 몇 개의 문장으로 정리하여 소개하고, ‘인간의 마음을 파고든 유럽 근세 문학’이란 제목으로 ‘가르강튀아와 팡타그리엘’ 등 4작품이 간략하게 소개되어 있다. 고전의 소개에 있어서도 한페이지에 걸쳐 소개하는 작품과 여러 작품들을 하나의 범주로 묶어 간략하게 설명하는 방식을 병행하고 있는 것이다.
두 번째 항목인 ‘세계 근현대 문학’에서는 괴테의 ‘파우스트’로부터 마르케스의 ‘백년 동안의 고독’에 이르기까지, 26 작품을 역시 일러스트와 개요로 소개하고 있다. 여기에 ‘낭만과 상징을 넘어 유럽 근현대 문학’이란 제목으로 사드의 ‘악덕의 번영’등 10작품, 그리고 ‘현실과 마술 사이 남북미 근현대 문학’에서는 마크 트웨인의 ‘허클베리 핀의 모험’ 등 10작품을 각각 소개하고 있다. 또한 ‘이제는 고전! SF명작’이라는 제목으로 쥘 베른의 ‘해저 2만리’ 등 6작품을 소개하였다. 따라서 모두 120개의 고전이 소개되어 있지만, 그 방식은 상세 설명과 간략 설명 등 대략 두 가지로 구분할 수가 있을 것이다.
세 번째는 손무의 ‘손자병법’으로부터 피케티의 ‘21세기 자본’에 이르기까지, 사회과학 분야의 고전에 해당하는 19개가 소개되어 있다. 여기에 ‘세상을 뒤바꾼 과학 명작’이라는 제목으로 다윈의 ‘종의 기원’을 비롯한 6개의 문헌이 배치되어 있다. 마지막으로 ‘역사, 철학’ 항목에는 플라톤의 ‘소크라테스의 변명’ 등 15개의 저작을 담아내고 있으며, 마지막 120번째 고전으로 ‘세계 최고의 베스트셀러 성서와 코란’을 배치하고 있다. 여기에 ‘세상에서 가장 짧은 서양 미술사’를 부록 형식으로 4페이지에 걸쳐, 일러스트를 통해 요약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이상으로 살펴본 책의 구성은 간략하지만, 매우 폭넓은 문헌들이 소개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잇다. 물론 여기에 소개된 내용만으로 해당 저작의 가치를 온전하게 이해하기는 힘든 것이 사실이다. 다만 이 책의 내용을 참고하여, 직접 해당 저작들을 찾아서 읽어보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단지 안내서로서의 역할을 하고 있으며, 때로는 사전처럼 주요 고전의 내용을 확인하는 것에 그칠 필요가 있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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