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임성구 시조집 고함쳐서 당신으로 태어나리 128 * 208 * 13 mm 116쪽
임성구의 시조는 “따뜻이 안아 주지 못해/ 미안해지는 황혼 녘”에 건네는 연가戀歌이자 “아직도 끊을 수 없는 함성의 푸른 넋”으로 가득한 송가頌歌이다. 등단 이후 30년 세월을 지나오면서 어느덧 “세상의 중심”을 구축해 가고 있는 그의 시편들은 “장편소설을 함축한 저 갸륵한 시의 지문 속”에서 생성하여 “세상에 거름 되라는 백비白碑 같은 비단 말씀”을 지나 어느새 “광활한 영감靈感”의 세계로 번져 가고 있다. 비록 “바람결 무한정으로 뒹구는 문장들은 꿈속”에서 발원하지만, 그 언어들은 “아득한 경전 펼치는 일”이 되어 주고 궁극적으로는 “수억만 킬로미터에 닿은/ 천왕성의 내 사랑”으로 안착해 간다. 일견 경쾌하고 일견 진중한 그의 언어적 매무새는 그렇게 “살과 뼈, 온몸이 타 버려도// 온전하게 빛나기를” 바라는 명명名命처럼 “슬픔이 천둥 같아 두려움에 떠는 날이면/ 더 세게 고함쳐서 당신으로” 태어나고 있다. 이번 시조집에는 그러한 임성구 특유의 사랑과 슬픔, 함성과 영감, 빛과 그늘이 “풀뿌리 같은 노동자/ 굳은살로 뜨는 별”을 훔쳐 오고 “간절한 마음 바치는 저 심연의 연못”을 데려온다. 그것을 모두 가능케 해 준 “당신의 간절한 기도”를 통해 시인이 사랑했을 이은상도 이선관도 박권숙도 박서영도 등장하고 있다. 반갑고 그리운 얼굴들이다. “문득, 가고 없는 한 시인이 생각나” 노래를 시작하는 순결한 영혼의 시인이여! 앞으로도 “대금산조 이끌고 가는 우리 사랑”으로 영원하기를! “비 젖은 강물을 하염없이, 넋 놓고 바라보며” 누구도 범접하지 못할 슬픔의 힘으로 “내 영혼의 종착지는 울음이 없다는 듯” 노래해 가기를! 먼 훗날에도 “징검돌 놓듯 시詩를 놓아 징 소리를 내고” 있을 ‘시인 임성구’의 존재론적 고처高處가 이로써 눈물겹고 눈부시게 다가오고 있지 않은가. - 문학평론가 유성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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