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북강변도로 서쪽 어딘가를 지나다 보면 심한 악취가 나던 시절이 있었다. 궂은 날이면 코를 막고 숨을 참으면서 지나가야 했다. 요즘 그곳에는 90여미터 높이의 작은 고원(?) 두 개가 서있다. 하늘공원과 노을공원이다. 하늘공원은 ‘풍경과 축제의 공간’으로 가을이면 은빛 억새가 장관을 이룬다. 노을공원은 ‘휴식과 캠핑의 공간’으로 잔디밭 곳곳에 조각 작품들이 전시되어 있다.
이곳은 평화의공원, 난지천공원, 난지한강공원과 함께 월드컵 공원을 이루는데 공원의 총면적이 무려 105만 평에 이른다. 2002년 월드컵 개막 직전 완공되었고, 월드컵경기장 인근에 위치해서 공식 명칭은 ‘월드컵공원’이지만 왠지 ‘난지공원’이 더 익숙하게 들린다.
놀라운 사실이지만 이곳은 ‘난초(蘭草)’와 ‘지초(芝草)’가 자라던 ‘난지도(蘭芝島)’라는 한강의 아름다운 섬이었다가 1980년대부터 서울의 쓰레기 매립장으로 사용되었다. 이후 15년 동안 온갖 쓰레기가 쌓이면서 악취 가득한 ‘쓰레기 산’이 되었다가 일련의 생태복원 과정을 거쳐 ‘생태계의 보고‘로 다시 태어났다.
공원을 만들기 위해서는 쓰레기 더미에서 발생하는 유해가스와 침출수를 처리하고, 그 위에 흙을 덮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야 했다. 척박했던 땅이 서울 시민들이 캠핑과 스포츠를 즐기는 문화 공간으로 탈바꿈하여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모델로 손꼽힌다. 매립지에서 발생하는 메탄가스를 포집하여 인근 지역의 난방 에너지로 활용하는 혁신적인 사례이자 파괴된 자연이 인간의 노력으로 다시 살아날 수 있음을 보여주는 환경 복원의 교과서 같은 곳이기도 하다.
대규모 프로젝트였으니 당연히 이해관계가 복잡했고, 수많은 갈등이 있을 수밖에 없었다. 천혜의 모래사장이 있던 섬이 사라졌고, 그곳에 살던 90여 가구 주민들이 뿔뿔이 흩어져야만 했다. 새로 태어나는 땅을 ‘누구에게, 어떤 용도로 돌려줄 것인가'를 두고 치열한 논쟁이 벌어졌다. 아파트를 짓거나 단순한 유원지를 만들자는 의견은 채택되지 않았고, 노을공원 부지에 만들었던 대중 골프장은 결국 문을 닫았다.
길고도 어려웠던 갈등이 비교적 바람직한 방향으로 해결되었는데 당시 고건 시장의 역할이 가장 컸다고 한다. 고 시장은 '환경 월드컵'을 표방하며 이곳을 대규모 생태공원으로 조성하기로 결정했고, 프로젝트를 강력하게 추진해 나갔다. 여기에 환경 전문가들의 과학적 설계와 환경 재생에 대한 시민사회의 의지, 그리고 서울시를 비롯한 관련 공무원들의 불철주야 노력이 놀라운 성과를 만들어냈다.
하늘공원이나 노을공원에 가면 탁 트인 전망에 가슴까지 시원해진다. 한강과 강을 가로지르는 다리들, 북한산, 월드컵경기장, 여의도... 이곳에 서면 이런 노래가 절로 나온다. ‘아름다운 서울에서, 서울에서 살렵니다~~’
첫댓글 아직 안 가봤는데 .....
아직도??
@이남수 강 건너 올림픽 대로에서 버스 타고 지나다니며 쓰레기 더미를 보기만 했는데, 언젠가 한번 가 봐야 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