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교는 행복이다 (3) - 고통의 종류 _ 2고, 3고, 4고, 8고 (원행)
고통의 종류 _ 2고, 3고, 4고, 8고
생로병사(生老病死)는 숨쉬고 살아가는 모든 존재가 겪는 삶의 순환과정이다. 생· 로· 병· 사는 모두 고통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늙어갈 때와 병에 걸렸을 때, 그리고 죽을 때는 슬픔과 울음소리가 가득하니 노,병,사가 고통이라는 것을 이해할 수 있다. 그런데 기쁨이 가득한 태어남은 도대체 왜 고통일까?
불교적 관점에서 고통이라고 말하는 것은 세상에서 말하는 고통의 정의와 맥락이 다르다. 만약 세상에서 정의 내린 고통의 의미를 기준으로 불교의 고통을 이해하려고 시도한다면 실패하기 쉽다. 태어남이 왜 고통인지 이해가 안되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다면 불교에서 말하는 고통은 도대체 무엇일까? 불교에서는 고통의 종류를 2고, 3고, 4고, 8고로 나눠서 설명한다. ‘이고 삼고 사고 팔고!’기억하기 참 쉽지 않은가?
2고는 내면으로부터의 고통과 외부로부터의 고통이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고통스럽다고 말하는 사건들을 살펴보면 외부적 인연으로 인해 겪는 고통도 있지만 누가봐도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는 내면적인 고통도 있다. 이 둘을 구분하는 것이 바로 2고이다.
3고는 고고(苦苦), 괴고(壞苦), 행고(行苦)로 나뉜다.
고고는 누가봐도 상식적으로 이것은 고통이라고 인정할만한 것들을 고를 두 번 붙여 이름했다. 예를 들어 넘어져서 다리가 부러졌다고 해보자. 누가 이 상황을 고통이 아니라고 말할 수 있겠는가! 세상에서 말하는 일반적인 고통을 불교에서는 고고로 분류한다.
괴고는 정말 불교의 독특한 고통관으로 역설과 반전의 모습을 가지고 있다. 수능을 마친 한 학생이 운전면허 시험을 봐서 붙었다. 면허증을 받는 순간 차를 가지고 싶은 욕망이 생겼다. 돈을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중고차 하나 살 돈을 마련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이를 불쌍히 생각한 학생의 누나가 자신이 모아 놓은 돈으로 빨간색 소형차 한 대 선물했다. 기분이 날아갈 것 같은 동생은 빨간색 소형차에 세상을 다 얻은 것 같았다. 심지어 이 차는 선루프도 있는데 얼마나 앙증맞고 귀여운지 모르겠다.
한참 행복을 만끽하던 학생은 친구에게 자랑을 하기로 했다.
“오랜만이야 친구, 내가 차를 샀는데 우리 드라이브 같이 할까?”
당연히 부러워하며 대답할 것이라는 기대와는 다르게 의외로 당당한 답변이 들려왔다.
“어? 잘됐네! 나도 며칠 전에 차 한 대 뽑았는데 같이 드라이브하자. 콜!”
자신감 있는 그 한마디에 왠지 마음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왜 슬픈 예감은 틀린 적이 없나.’약속한 날 이 학생은 절망했다. 무려 파노라마 선루프가 달린 중형세단을 몰고 온 친구를 바라보며 자신의 차를 숨기고 싶었다. 민망하고 창피했던 드라이브 이후 학생의 마음에 극적인 변화가 생겼다. 어제까지만 해도 소형차는 학생에게 지극히 행복을 주는 원천이었지만 지금은 보기만 해도 배가 아프고 창피한 고통의 원천이 되어 버린 것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걸까?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을 불교에서는 괴고라고 선언한다. 돈,명예,사랑 등의 조건에 의지해서 얻어지는 행복은 그 조건이 무너질 때 결국 고통으로 변화하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과 헤어질 때, 쌓았던 명예가 무너질 때, 얻었던 돈을 잃게 될 때 등 세상에서 말하는 행복은 무너질 때의 잠재적 고통을 품고 있기에 괴고인 것이다.
칭찬과 명성과 명예는
공덕이나 수명을 늘려주지 않을 뿐만 아니라
체력이나 건강에도 도움이 되지 않고
신체적인 안락도 가져다주지 않는다네.
음주와 도박 같은 일시적인 쾌락이
우리들을 진실로 행복하게 만들지 않나니
우리가 인생의 의미를 진정으로 안다면
그런 것들을 무가치하게 여겨야 할 것이라네.
명예를 위해 사람들은 재물을 주고
때로는 목숨까지도 희생하지만
그러나 우리가 죽을 때에 명예가 무슨 소용이 있으며
그것이 누구에게 기쁨을 주겠는가.
자기가 쌓은 모래성이 무너질 때
아이들이 지칠 때까지 계속 우는 것처럼
사람들은 칭찬과 명성을 잃으면
몹시 괴로워한다네. <입보살행론>
행고는 좀 더 철학적인 의미를 품고 있다. 먼저 모든 존재는 변화한다는 사실을 기본적으로 인정해야 한다. 모든 것은 변화하지만 존재는 변하고 싶지 않아 한다. 생존을 위해 안정적인 것을 추구하는 본성이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이 끝없는 변화가 안정을 추구하는 본성을 거스른다는 것이다.
시속 100km로 흐르는 변화의 강물에서 변화를 거부하는 피라미가 있다. 세차게 흐르는 강물에 두드려 맞으면서 아무리 애를 쓰고 버티려 해도 결국은 점점 밀려갈 텐데 얼마나 쓰리고 아플까? 모든 것이 변하는 세상에서 안정을 추구하는 것만으로도 존재는 쓰라린 고통의 원천을 마음에 품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하는 것 자체가 바로 고통이라고 말하는 것이 행고다.
4고는 생로병사의 고통이고, 이 생로병사와 함께 애별리고, 구부득고, 원증회고, 오음성고 4가지를 더해서 8고라고 한다.
애별리고(愛別離苦)는 사랑하는 존재와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하는 고통이다. 상대의 사랑이 식었거나, 사별하거나, 전쟁 등의 어쩔 수 없는 상황으로 사랑하는 애인, 가족과 헤어지는 고통을 말한다.
구부득고(求不得苦)는 원하는 것을 가지지 못할 때 생기는 고통으로 면허증을 딴 학생이 차를 가지고 싶지만 가지지 못할 때 느끼는 고통도 구부득고에 해당된다고 할 수 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여러 매체가 사람들의 욕망을 끝없이 자극한다. 이로 인해 대부분의 사람들이 구부득고에 24시간 노출되어 있다.
원증회고(怨憎懷古)는 원수 같은 사람을 피하고 싶지만 어쩔 수 없이 만나게 되는 상황 속에서 발생하는 고통이다. 원수 같은 상사, 짜증나는 선생님, 나를 싫어하는 친구, 그리고 더 좋은 차를 가지고 있는 티코 가진 학생의 친구! 피하고 싶지만 피할 수 없는 사람이나 상황을 우리는 삶에서 많이 겪게 되고 이로 인해 괴로워한다.
오음성고(五陰盛苦)는 존재의 구성요소인 오온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자체가 고통이라는 뜻이다. <중아함경> 분별성제품에서 ‘현자들이여 오음성고를 설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이른바 색수상행식 그 자체는 이미 괴로움이라는 것이다. 이런 까닭에 오음성고를 설하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조건에 의지해 생성된 존재는 자연스럽게 행고를 가지게 되고 이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괴고와 고고가 이어지지 않겠는가? 이렇게 2고, 3고,4고,8고가 오음으로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근본으로 일어나기에 오음성고는 고통의 종합이라고 볼 수 있다.
태어남인 생(生)이 왜 고통인지 여전히 모르겠는가? 태어남은 죽음을 향한 여정의 시작이고 노,병의 가능성을 품고 있다. 또한 애별리고, 구부득고, 원증회고, 오음성고의 모든 일을 겪어내는 삶이 될 것이다. 2고,3고,4고,8고를 모두 겪어내야 할 태어남이 고통인 것은 당연하다. 갓난아기가 태어날 때 가족들은 환희롭게 웃는 것과 대조적으로 아기가 본능적으로 우는 이유를 알 것도 같다. 이러한 현실의 고통을 직시하고 불교를 믿고 배우고 수행할 때 우리는 이고득락의 기회를 가지게 될 것이다.
중생은 고통에서 벗어나기를 바라면서도
오히려 고통의 원인들을 향해 달려가고
행복을 바라면서도 무지하기 때문에
행복의 원인들을 원수처럼 물리치나이다.
사람들은 모두 행복을 바라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고통 속에서 보내고 있나니
자신의 욕망을 채우려고 남들과 싸우고 해치며
온갖 악행을 저지르기 때문이라네. <입보살행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