춤 스크랩북
코스모스가 우리나라로 들어온 연대(年代)는 확실치 않습니다. 물론 코스모스뿐만 아니라 외래종(外來種) 식물이 이 땅에 들어온 확실한 연대란 것은 거이 확실치 않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것의 가장 큰 원인이 서구(西歐)의 문화를 받아드려야 할 가장 중요한 시기를 일본(日本)의 식민지(植民地)로 있었기 때문에 일체의 외래로부터의 상륙물(上陸物)을 직접 우리 항구(港口)에 받아드리지 못하고 일단 일본을 통하게 되었다는 그러한 간접성(間接性)과 또 그것이 외국의 신기한 것이라기 보다 일본 사람들의 것에 의한 의곡된 관념(觀念)에서 우선 관심을 가지지 않았던 것이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 할 수 있습니다. 때문에 우리나라로 건너온 식물의 연대는 일본에 상륙한 2, 3년후로 계산할 수 밖에 별도리가 없게 되었습니다. 여하튼 춘원 이광수(春園 李光洙)의 초기(初期) 소설(小說)(무정, 유정, 사랑)에 보면 이야기속에 신식(新式)사조와 개화(開化)를 부르짖어 ‘포플라’의 실용성(實用性)같은것도 많이 이야기 하면서도 코스모스의 이름은 한번도 쓰지 않은 것을 보면 40년 전만해도 우리에게는 코스모스가 알려져 있지 않았던 꽃인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코스모스란 말의 어원(語原)은 학명(學名)인 Cosmosbipinna의 속명 (屬名)을 그대로 쓴것입니다. 코스모스란 희랍(希臘)의 말뜻은, 우주(宇宙)니 질서(秩序)니 완전(完全)하다는 말입니다. 그러니까 코스모스는 국화과(菊花科)의 식물이니까 꽃으로서 가장 완전한 미(美)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겠지요. 코스모스의 원산지(原産地)는 멕시코인데 처음 이것이 ‘따리아’ 와 더부러 유럽으로 건너간 것이 1780년대 인데 그때 스페인의 식물원장(植物園長) ‘카바니레스’ 가 코스모스 라고 명명(命名)하였습니다. 이것이 다시 일본으로 들어온 것이 지금으로부터 한 70년전 그리면서 우리나라에서 이꽃의 이름이 그다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것을 보니까 한일합방(國日合邦) 이전에도 선교사들이 손으로 왔을상싶은데 그것이 아니고 그 이후 일본사람들로 해서 심어진 꽃인 것 같게 생각됩니다. 여하튼 지금의 우리땅의 가을은 거이 코스모스로 장식되어 있다는 사실은 짧은 역사로 말할것이 아니라 가을꽃으로서 제일 아름다운 꽃이란 것을 증명하고 있는 것입니다. 나는 코스모스라면 지난 가을 군포(軍舖) 역(驛)을 지날 때 그 구내(構內)에 심어진 많은 코스모스를 연상합니다. 마치 기차가 꽃 턴널속으로 들어간 것 같었고 처음으로 시골역에서 느끼는 무한한 향수(鄕愁)에 잠길 수 있었습니다.
떠난지 이미 오랜 기차를 기다려 푸렛트홈에 서면 코스모스는 코스모스는 짖궂인 이별의 노래속에 키가 자라서 이처럼 해맑게 서글프단다 이처럼 해맑게 서글프단다
이것은 시인 김용호(金容浩)시집(詩集) ‘푸른별’속에 나오는 “‘코스모스’ 는” 이란 제목의 시(詩)입니다. 코스모스는 그대로 자라면 사람의 키를 넘으나 줄기가 약하여 바쳐 놓치않으면 바람에 모두 넘어집니다. 더구나 꽃의 모양이 가련하여 소녀(少女)의 기품(氣品)에 비긴 것이던지 꽃말을 힌 코스모스를 ‘순진’ 붉은 코스모스를 ‘사랑’으로 말하는 이유는 모두 이러한 코스모스의 생리를 말하는 것입니다. 죽은 소설가 김내성(金來成)씨의 제일 사랑하는 꽃이 코스모스였습니다. 왜그러냐고 어떤날, 저녁을 먹으면서 물었습니다. 그랬드니 ‘글세 나는 언제나 소녀처럼 가냘프고 향수로운 것이 좋다’ 는 것이였습니다. 이것은 김내성씨의 하나의 낭만 같은 것입니다. 다만 누구에게나 물어 선뜻 무슨 꽃이 이쁘니 뭐가 제일 맛있느니 하고 자신있게 말하는 사람이 드문데 구지 코스모스가 선 듯 이쁘다고 하든 사람이…… 그것에 소녀처럼 가냘프고 향수로워 좋다고 설명까지 하든 분이 죽었으니 코스모스를 보면 역시 그말의 사람이 생각납니다. 꽃전설(傳說)에는 신이 제일처음 만든 꽃이 코스모스 였다고 합니다. 그런데 처음만든 코스모스가 어덴지 가냘프고 흡족치 않아서 또 다른 것 이것 저것 여러 가지 꽃을 만들어 보았기 때문에 이 세상에는 여러 가지 꽃이 생겨났다는 것입니다. 그리고 제일 마지막으로 만드신 꽃이 국화였다나요. 사실 국화는 식물중에서 가장 고등한 식물로 말하고 있으니 그럴듯한 이야깁니다. 물론 코스모스도 국화과(科)의 식물입니다. 그러고 보면 국화과의 식물은 신이 제일 처음 만들고 제일 마지막에 만든 우주적(宇宙的)인 꽃일 수 있습니다. 그래서 조지훈(趙‘芝薰)씨의 시(詩’) ‘코스모스’에 이런 구절이 있습니다.
코스모스는 그대로 한떨기 우주(宇宙) 무슨 꿈으로 태어났는가 이 작은 태양계(太陽系) 한줌 흙에 - …… 中略 …… 코스모스는 흘러온 별 우주는 한송이 꽃, 고향이 없다 뜨거운 이맞춤이 있다. …… <後略>
그런데 우리나라에 이처럼 많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꽃 인데 아직 우리의 ‘식물향명집(植物鄕名集)’에는 수록되어 있지 않습니다. 우리 향명집은 우리나라에 ‘저절로나는 식물’ 만을 기록했다고 그 첫머리에 말하고 있으니 재배종(栽培鐘)은 취급되지 않은 모양입니다. 그런데 ‘큰 사전’을 찾아보면 코스모스를 ‘살사리꽃’ 이라고 적혀져 있습니다. 아마 고장에 따라서 상사리꽃이라고 부르는 곳도 있는 모양입니다. 꽃모양을 표현한 이름 같습니다. 그런데 요지음에는 개량된 겹코스모스도 있기는 합니다만 웬일인지 나는 이제까지의 코스모스보다 이것은 못한 것 같습니다. 역시 코스모스의 아름다움은 청초(淸楚)하고 담담한데 있는 것 같습니다. 여름 이화자여대학 뜰에는 코스모스품(品)의 노란꽃 금계국(金鷄菊)이 많더니 가을은 또 가을대로 코스모스를 많이 심어 그곳에 서면 한결 가을이 만끽(滿喫)해지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앞에 말한 이화여대의 금계국을 노랑코스모스라고 하는 분이 있었는데 나는 아직 노란코스모스는 본일이 없음으로 또 그것을 똑똑히 보지 못하여 금계국인지 노란코스모스인지 모릅니다. 다만 책을 뒤지면 Cosmos sulphurea 라고 역시 멕시코 원산의 같은 연대에 구라파로 건너간 노란코스모스가 있다고 하였습니다. 그리고 보면 혹 그꽃은 그저 금계국 Coreopsis Drummondii 가 아니라 정말 노랑코스모스일지도 모릅니다. 내년 여름에는 그것을 좀더 자세히 볼까 합니다.
- 學生時代 1958年 10月号
* 가져온 곳: 춤 스랩북 256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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