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향숙/장영수님(주보회원/인도네시아 선교사로 은퇴)부부가 보내온 글: 뿡야 뿡야! ◈
웬만한 날씨에 땀이라곤 좀처럼 흘리지 않는 사람임에도, 강의를 마치고 온 남편의 런닝과 남방은 매시간마다 흠뻑 젖어 있었다. 하루 두 번씩 벗어놓는 옷을 빨아 말려도 날씨는 더운데 습도 때문에 옷이 잘 마르질 않았다. 공항에서 대판 싸운 것은 어디로 가고 측은하고 불쌍한 마음이 들었다.
니아스는 섬 지역이라 바닷가에 나가 생선을 낚시해서 길거리에 내다 놓고 판다. 사는 것이 어려워서 먹는 것도 허접했다. 아침에 ‘Bubur kolak (꼴락죽)’을 내왔는데, 처음 먹어보는, 누리끼리한 색에 안에 고구마나 바나나를 숭덩숭덩 썰어 넣어 끓인 죽이었다. 쌀이 없어 그 대신 끓인 죽 같은 거였다.
학생들 기숙사를 올라가 보니 얼마나 열악한지 여전히 보기 민망했다. 정말 사진 찍기가 민망해서 찍을 수가 없었다. 작년에 30여 명이 있었다는 넓은 방에 지금은 50여 명이 기거한다고 했다. 자기 자리라고 해봤자 포대 자루 같은 거적 하나 정도였고, 사람마다 자기 옷과 짐은 옆에 쌓아 놓고 생활하고 있었다. 방에 쥐가 들락날락하는 것은 다반사다. 그 방에서 같이 사진을 찍자고해서 앉았다. 싫어하는 학생들도 있을 거 같아 미안해서 셔터를 눌러댈 수가 없었다. 다들 밝은 표정으로 한국말은 어디서 배웠는지 연신 "사랑해요~"를 연발한다.
도대체 이렇게 덥고 좁은데 어디서 씻고 어찌 먹는지? 주님을 알고, 믿고, 찬양하고, 기도하고 하나님 말씀을 공부하겠다는 이들, 찬양 소리는 화음을 넣어 천상의 소리고 언제나 밝고 친절하다.
행복하다는 게 도대체 무엇인가? 더 가진 것이, 더 편한 것이, 그게 행복이 아닌 것은 분명하다.
선교 사역지로 다니다 보면 제일 불편한 게 화장실이다. 중국 화장실도 난감하다는 얘길 들은 적이 있는데, 나라마다 나름의 화장실 문화가 있겠으나 이 나라 화장실은 우리네 옛날같이 쪼그려 앉아서 사용하는 문화다.
한국 단기선교팀이 현지 시골로 사역을 가다 보면 화장실 때문에 다들 곤혹스러워한다. 화장실을 가기가 힘들어 참고 참다가 변을 당하기도 한다.
우리나라도 5, 60년대 시골 변소라고 가면 큰 댓돌 두 개 나란히 놓여 있고 옆에는 재가 수북이 쌓여 용변 후 재를 떠서 덮는 곳도 있었다. 도시 마장동 시외버스터미널 공중화장실 같은 곳도 들어가다 보면 남녀가 같은 화장실을 사용하게 되어 있어서 남자들이 서서 소변보는 뒷태를 보면서 여자들은 칸막이 화장실을 들어갔던 기억이 떠오른다. 지금과 비교하면 얼마나 열악했던지...하지만, 그땐 다 그러려니 했다. 이곳은 그 정도는 벗어났으나 비슷한 수준이다.
반둥 우리 옆집에 사는 박선교사도 마침 우리가 니아스섬에 있는 동안 성경 가르치는 사역이 있어서 이 섬에 온다고 했다. ”시간 되면 만날 수 있겠네요.“ 그러나 같은 니아스섬이라도 넓고 서로 사역지가 달라 박 선교사는 우리보다 두 시간이나 더, 포장 안 된 도로를 간다고 했다. 그런데 우리보다는 이틀 늦게 도착한 박 선교사에게서 연락이 왔다.
우리 쪽으로 온다고 해서 점심을 같이 먹기로 했다. 옆집에 살아서 자주 보고 만나는 데도 또 다른 지역인 니아스섬에서 만나니 반가웠다. 점심으로 튀긴 생선과 채소볶음이 나왔다.
“박 선교사님 지역은 어때요?” "와~ 포장이 안 되어 있어서 두 시간 오고 가는 길이 넘 힘들어요. 그리고 이쪽은 이렇게 더운데 거긴 너무 추워요. 추운데 이불도 없고요. 거기다 돼지와 닭이 쉬지 않고 계속 꼬끼요, 짹짹, 꿀꿀… 잠을 잘 수가 없어요. 사모님, 여기 화장실은 어때요?“ ”아 네, 우리 숙소가 저기 2층인데 그나마 괜찮아요.“
접시에 밥을 떠서 몇 숟가락 뜨면서 얘기했다. ”시골 화장실 힘들죠? 식사 후 여기 화장실 사용하고 가세요.“ ”아! 예 근데 지금 가면 안 될까요? 며칠 볼 일을 참았더니 너무 힘들어서…“
”하, 그러세요. 절 따라오세요.“
난 휴지와 화장실을 안내하고 다시 밥 먹던 장소로 내려왔다. 얼마나 화장실이 급했으면 접시에 밥을 뜨고 생선 한 토막과 야채를 접시에 담아 놓고 한두 숟가락 먹다가 화장실로 갈까? 한참 후 다시 돌아오더니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생선을 손에 잡고 ”몇 마리 더 먹어도 되죠?“ 한다.
나는 며칠 굶은 이몽룡 같다고 놀렸다. 다 드시고 화장실 더 다녀가세요. 시원하게! 뿡야 뿡야!
(*이 글은 ‘선교지 이야기’란 제목으로 아내 이향숙님이 내신 책 중 한 토막을 보내주신 겁니다. 장영수님은 인도네시아 선교사로 계시면서 신학교에서 헬라어와 히브리어를 가르치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