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빛하나(김광일)님의 교우 단상: 약속! ◈
결혼 10주년에 새 차를, 결혼 20주년에 새집을, 결혼 30주년에 새신랑을 해주기로 아내와 약속했다. 2001년도에 결혼했으니 올해로 결혼 23주년을 맞는다. 첫째와 두 번째 약속은 지켰으니 세 번째 약속만 남아있다.
2024년 새해가 밝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아내와 큰 말다툼을 했다. 중년 부부가 싸울 일이야 많겠지만, 뭐니 뭐니(money) 해도 대학생 둘을 키우는 입장이니 돈 때문이었다. 회사 동료들보다 조금 더 번다는 이유로 씀씀이가 커진 덕분인지, 아니면 전주에 사는 큰아들 때문에 본의 아니게 두 집(?)살림 때문인지 돈을 모으기가 여간 쉽지 않다.
그 때문에 아내와 다투고 극단적인 생각까지 했던 나를 반성하며, 아내와 새로운 약속을 하게 됐으니, 그동안 만나던 친구들과의 모임을 줄이고 가족만을 위해 다시 태어나기로 마음을 고쳐먹은 것이다.
가족보다 친구들을 좋아해 밖으로만 돌던 나로서는 큰 결단이 아닐 수 없다. 마음가짐을 새롭게 하고 가족 중심으로 얼마를 살다 보니 기적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아내의 얼굴을 자주 보게 되고, 가족을 위해 살려고 애쓰다 보니 아내의 얼굴이 왜 그렇게 이뻐 보이는지... 주위 사람들과의 만남을 적당히 하다 보니 자연히 가족을 위한 지출이 늘어가고, 아내의 얼굴에도 꽃이 피기 시작한 것이다.
두 아들을 앞에 두고 “2024년에는 아빠로서, 그동안의 광일이는 죽고 가족만을 생각하며 살기로 한 광일이가 다시 태어났으니 아빠는 이제 1살이다.”를 선포하며, “주명이 큰아빠, 인수 작은 아빠”라고 불렀더니, 두 아들은 어이없다는 듯 웃으면서도 싫지 않은 듯 서로 눈을 맞춘다. 그러고 보니 아들들 웃는 모습도 참 오랜만에 보는듯하다.
아내에게도 할머니라고 부르며 빽허그와 뽀뽀를 자주하게 되었고, 아내와 저녁마다 손잡고 가는 헬스장도 마냥 싫지만은 않다.
“여보야, 1살치고는 그래도 걸음마 잘하고 있는 거 맞지?”
세 번째 약속도, 변함없는 마음으로 가족을 위해 열심히 살겠다는 다짐으로 전환하였으니, 2024년의 출발은 퍽 괜찮은 것 같다. 할머니~ 사랑해!!!
*반갑습니다. 목포에서 택배업을 22년째 하는 울밖교우 김광일입니다. 명절을 앞두고 택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이 바쁘다는 건 우리나라 사람들은 거의 다 아실텐데, 목사님은 이럴 때 교우 단상 보내라고 졸라댑니다. ㅋㅋㅠㅠ. 걍 지나치려다가 그래도 약속인지라 급하게 두서없이 몇 자 적었습니다.
들꽃 교우분들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즐거운 설 명절 보내세요. 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