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천 애견파크, “애견체험”시설 될 수 있을까?
시, 반려 동물 수요 확대에 맞춰 체험박물관 등 시설 조성 추진
“노령견 요양시설·납골당 등 복지시설 없다” 시민들 쓴소리
반려동물 시장이 점차 커지는 가운데 춘천시가 ‘애견체험박물관’ 설립 지원에 나서고 있으나, 볼거리 위주의 박물관 대신 ‘펫 전문학교’·노령견 요양시설 등 실제로 필요한 반려동물 시설이 들어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지난 3일 강원대학교 미래광장(광장)에서는 이 대학 수의과대 학생회 주최로 ‘2018년 동물광장’ 행사가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도그요가’, ‘반려견 달리기 대회’, 사진 콘테스트 등의 메인행사는 물론, 기초 건강 상담, 나만의 반려장난감 만들기 등 부대행사도 열려 주인과 반려견이 함께 즐기는 시간이 이어졌다.
행사에 참가한 이모(26·직장인)씨는 “춘천에 반려견과 즐길 수 있는 활동이 많이 없어서 아쉬웠는데 이번 행사에 참여하게 돼서 좋다”고 말했다. 이날 광장은 행사 막바지인 오후 4시까지도 참가를 위해 접수처에 줄을 선 사람들로 붐벼 반려동물의 달라진 사회적 위상을 실감케 했다.
이날 성황리에 끝난 행사에 걸맞게 해마다 국내 반려동물 시장 규모는 높은 성장세를 거듭하고 있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에 따르면 2010년 약 1조원에 머무르던 국내 반려동물 시장규모는 매년 두 자릿수 이상의 높은 성장세를 거듭하며 2020년 5조 8100억 원 규모까지 확대될 전망이다.
그러나 이같은 시장 규모 확대에도 불구하고 강원도의 애견 관련 시설 현황은 아직 낙후한 수준이다. 농림축산검역본부 동물관리시스템의 ‘2015년 전국 동물병원 및 애견샵 현황’에 따르면 도내 동물병원과 일반 애견샵은 총 199곳으로 동물병원 및 애견샵이 가장 많이 분포한 경기도(1천439곳)의 13.8% 수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애견시설 부족을 의식한 듯 춘천 지역 기업인 ㈜더존다스가 시와 연계해 지난 4월 ‘애견체험박물관’ 착공을 시장으로 반려동물 사업 대열에 합류했다. 250억 원을 투자해 남산면 광판3리 일원 10만 1500여㎡에 국내 첫 애견파크를 조성, 전 세계 반려견 자료를 집대성한 상설전시관, 야외전시관, 애견교육장, 체험학습장, 진도견 연구소 등을 짓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시작부터 논란에 휩싸였다. 시민들이 애견체험박물관의 계획 시설인 상설전시관에서 세계의 다양한 견종을 전시한다는 홍보문구를 보고 동물 학대가 아니냐는 의혹을 제기했기 때문이다. 이 의혹은 시와 사업자가 동물을 직접 전시하는 것이 아닌 간접적인 전시가 될 것이라고 해명함으로써 일단락되었다.
또, 일부 시민들은 “애견파크는 설립 목적에 맞게 동물을 학대하는 공간이 아닌 동물과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반려견 자료를 집대성한 전시관이나 세계 동물을 볼 수 있는 야외 전시관과 같은 피상적인 시설을 제외하고 노령견 요양시설이나 납골당 같은 동물복지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는 시설이 들어와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 1996년 조성된 일본 최초의 애견테마파크인 ‘왕왕랜드’는 동물병원, 미용실, 체험장, 훈련소, 반려견 운동장 외에도 애견전문학교 츠쿠바 국제펫전문학교가 있으며 노령견 요양시설과 납골당이 마련되어 있다. 이외에도 왕왕랜드는 수익금으로 여러 가지 반려견 사업을 하고 있다. ‘왕왕랜드’는 전국적으로 애견테마파크가 생긴 이후에도 2010년 기준으로 연 6만명이 찾는 명소가 됐다.
춘천시 ‘애견체험박물관’이 말그대로 ‘애견체험’을 담보하여 지속적인 방문객 유치와 대중화를 이루기 위해서는 노령견 요양시설 등 동물복지를 구현하는 시설들이 보강돼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방가람 학생기자
지난 3일 강원대학교 미래광장에서 열린 '2018년 동물광장'행사에서 시민들이 행사 참여를 위해 줄을 서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