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의 필수 덕목 다섯 가지(조윤제)
<손자병법>에는 훌륭한 장수가 반드시 지녀야 할 다섯가지가 실려 있다. 지(智), 신(信), 인(仁), 용(勇), 엄(嚴)이다.
지는 상황을 읽고 정세를 판단하는 지략(智略)이다. 지략은 폭넓은 군사지식을 기반으로 하지만 단순히 지식만으로는 안 된다. 지식을 실전에 적용할 수 있는 사고의 능력은 물론 경험과 경륜이 뒷받침돼야 한다.
전국시대 조(趙)나라의 명 장군 조사의 아들 조괄은 아버지보다 더 뛰어난 병법지식을 갖추고 있었지만 전혀 실전 경험이 없었다. 하지만 대장군이 돼 병법지식만 내세우며 교만하게 행동하다가 자신은 물론 40만 대군을 모두 죽음으로 몰아넣고 말았다. ‘종이 위에서 병법을 논하다’라는 뜻의 ‘지상병담(紙上兵談)’의 고사이다. 장수의 ‘지’는 지식과 경륜, 그리고 겸손을 겸비한 자질이다.
신은 자신의 신념과 소신을 확고히 지켜나가는 것이다.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부하들로부터 확고한 신뢰를 받는 것이다. 그 첫째 조건이 바로 신상필벌(信賞必罰)이다. 공을 세운 사람에게는 확실하게 상을 내리고, 벌을 받아야 할 일이 있으면 반드시 벌을 내려야 한다. 승진해야 할 사람은 반드시 승진시켜야 하고 누가 봐도 공감할 수 있어야 한다. 상벌이 공정하지 못하면 조직을 공명정대하게 이끌 수 없다.
그리고 장수는 스스로 솔선수범해서 희생할 수 있어야 한다. <삼략>에는 ‘우물이 완성되지 않았다면 장수는 목이 마르다고 하지 않는다(軍井未達 將不言渴)’라고 실려 있다. 자신의 권력을 이용해 이권만 챙길 줄 아는 상사는 누구에게도 믿음을 얻지 못한다.
인은 부하들을 사랑과 배려로 이끄는 것이다. 진정한 리더는 사람의 마음을 얻는데 뛰어난 능력이 있다. 그 힘이 바로 ‘인’에서 나온다. <맹자>에는 ‘군주가 인자한 정치를 베풀면 백성들이 윗사람을 존경하고 그를 위해 목숨을 바친다’라고 실려 있다.
장수가 사랑과 배려의 정신으로 군대를 이끌면 중간 간부들은 장수를 진정으로 따르고, 병사들은 목숨을 바쳐 충성한다. 전국시대 최고의 장수로 꼽히는 오자는 76번을 싸워 한번도 지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그 힘이 바로 ‘연저지인(口允疽之仁)’, 즉 병사들의 고름을 직접 빨아서 치료해준 인의 정신이다.
용은 용맹스러운 것을 뜻하지만 단순히 용맹에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 용기가 지나쳐서 만용이 돼서도 안 되고, 어떤 상황에서도 물러서지 않는 무모함이 돼서도 안 된다. 장수의 만용과 무모함은 병사들의 생명을 담보로 하기 때문이다. 장수의 용기는 냉철한 판단과 과감한 결단력이다. 적을 공격할 때는 과감하게 결단해야 하지만, 나보다 강한 적 앞에서는 한걸음 물러서서 훗날을 도모할 줄 아는 것도 용기다. 그것을 위해서는 적을 알고 나를 아는 지피지기의 지혜가 반드시 필요하다.
엄은 스스로에 대한 엄정함이다. 이런 엄정함을 기반으로 엄격하게 군대의 기강을 지키는 것이다. <울료자>에는 “사랑은 부하를 따르게 하고, 위엄은 상관의 체통을 세워준다(愛在下順 威在上立)”라고 실려 있다. 평소에는 부하를 사랑으로 대해야 하지만 공적인 일에서는 엄격하게 위엄을 지켜야 한다는 말이다. 특히 명령의 엄중함과 확고한 위계질서는 결코 놓쳐서는 안 된다.
지략, 신의, 사랑, 용기, 엄정. 이 다섯가지는 훌륭한 장수가 지녀야 할 핵심 자질이며, 이러한 장수가 이끄는 전쟁은 반드시 승리한다고 손자는 말했다. 병법의 신 손자가 승리를 보장하는 다섯가지 덕목, 시대와 상황에 구분 없이 리더의 필수적 요건이다.
- 조윤제 《천년의 내공》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