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공화국’(극본 유정수 연출 임태우)에서 그는 어느 때보다
그에 대한 평가가 극명하게 엇갈리는 상황에서
다시 박정희 대통령이 됐다.
“이제까지 박 대통령 역을 하면서 제일 안타까웠던 것은
누구도 어떤 정치적 사건 속의 그분 모습만을 다룰 뿐,
어릴 때부터 쭉 인간적인 모습을 그리지 않았다는 거죠.”
“각하, 식사는 하셨습니까?”
‘제5공화국’의 실내 촬영이 있던 14일 MBC 분장실에서
군복차림으로 분장을 하고 있는 이창환씨에게 지나가던 탤런트
조형기가 경례를 붙이며 한마디 한다.
“‘전원일기’만 출연할 때는 어딜 가나 ‘어 개똥 아빠 왔어’
그랬는데 이젠 나이든 선배님들까지 ‘각하’ ‘각하’하고,
식당에 가면 ‘아 다시 살아 오셨군요’
이러면서 반기는 분들도 계시니까 종종
내가 진짜 대통령이 된 느낌이 들어요.”
박 대통령 역은 그에게 운명이었다.
실제 그의 외모는 어딜 가나 ‘각하’ 대접을 받게끔
박정희 전 대통령과 빼 닮았다.
오죽하면 1999년 대구에서 공연된 연극 ‘인간 박정희’를 보고
김종필 전 자민련 총재가 ‘진짜 많이 닮았다’고 평했을까.
“나 자신은 전엔 별로 닮았다고 생각 안 했어요.
그런데 저의 아버님 젊으셨을 때 군복 입고 찍은 사진 보면
정말 박 대통령하고 많이 닮으셨더라고.” 닮은 꼴 외모만으로
박정희 대통령 역을 소화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박 대통령 육성이 녹음 된 테이프도 들어보고 자료나 책도 보고
주변 분들도 만나봤지만, 매번 할 때마다 힘들어요.
원래 그 양반이 무표정하고 위엄이 있잖아요.
그래 그렇게 연기하면 너무 경직되어 있다고 해요.
그렇다고 풀어진 모습을 보여 줄 수도 없는 거 아네요?”
악수하는 장면 하나에도 신경을 쓴다.
“박 대통령은 악수할 때 꼭 손을 아래로 내밀었다고 하죠.
자기보다 키 큰 상대방이 허리를 굽힐 수밖에 없도록 말이에요.”
1976년 MBC 8기 공채 탤런트로 연기에 입문한 후
1993년 ‘제3공화국’에서 처음 박 대통령 역을 맡아
연기자로 강한 인상을 남긴 이창환씨. 그는 자신이 연기한 최고의
박 대통령의 명장면으로 ‘베트남 파병을 TV로 지켜보며
눈물 흘리는 모습’을 꼽았다.
“연기 해보면 해볼수록 그분이 대단한 위인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처음 연기할 때 생가가 있는 구미에 내려갔다.
마을 사람들에게서 받은 박 대통령과 육영수 여사 사진이
아직도 제 집에 걸려 있습니다.”
(글, 펌. 編, 동해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