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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느질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이 책을 읽으면서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저자의 마음만은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바느질이 의무가 아니라 즐기는 것이기 때문에, 나의 관점에서 이 책을 바라볼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런 점에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여 몰두할 수 있는 취미를 가진다는 것은 행복한 삶을 만들어가는 원동력으로 작용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던 면이 바로 저자의 이러한 삶의 자세였다. 나 역시 책을 읽고 글을 쓰는 것이 주된 일이다보니, 간혹 글이 풀리지 않을 때는 전혀 다른 일을 하곤 한다. 몇 시간 혹은 하루쯤 미뤄두고 있으면, 내내 머릿속을 떠돌던 생각들이 정리되어 글을 쓸 수 있는 힘이 생기곤 한다. 일단 글쓰는 것에 대해 잊고 다른 일을 하고 있으면, 제대로 갈무리되지 못했던 생각들이 정리되어 다시 풀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저자에게는 바느질이 그러한 역할을 하고 있다고 이해된다.
결혼을 하고 출산을 하기 전에 저자는 직장을 그만두고 전업주부로 살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물론 그 배경에는 자신이 좋아하는 바느질을 마음껏 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겟다는 생각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저자의 이런 생각을 접하면서, 이제 까마득한 기억으로 남아있지만 아이가 태어났을 때 아내의 모습이 떠올랐다. 아득한 추억으로 여겨져 지금은 그 시절을 여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 시절 혼자 아이를 돌보는 일은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저자 역시 아이를 키우던 어려운 시절을 좋아하는 바느질을 하면서 이겨냈다고 담담하게 고백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이 진정으로 좋아하는 취미를 즐길 줄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하겠다.
저자는 우연한 기회에 지인이 보내준 시집을 필사하면서 마음이 차분하게 정리되는 것을 느끼고, 이후부터 필사하는 일을 즐기게 되었다고 고백한다. 나 역시 책을 읽으면서, 인상적인 구절을 독서노트에 필사하고 때로는 그에 관한 생각들을 기록하는 습관을 가지고 있다. 리뷰를 쓸 때면 독서노트를 참고해서 정리하게 된다.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에 살고 있기에, 나만이라도 조금 느리고 불편하게 지내자는 다짐을 실천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의 필사나 바느질도 변화에 휩쓸리지 않고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살고자하는 태도라고 이해된다.
바느질을 하면서, 저자는 자신이 만든 물건을 지인에게 선물하는 것을 즐긴다고 한다. 이러한 태도에서도 역시 자신이 만든 물건을 선물하는 저자의 고운 마음이 잘 드러나 있다. 비싸고 좋은 선물이 넘쳐나는 시대, 상대방의 손길이 닿은 작은 물건들이 오히려 더 귀하고 고맙게 느껴질 것이다. 생각해 보니 나 역시 선물로 받은 물건들을 시간이 지나면 기억을 하지 못하지만, 누군가의 손으로 만든 물건 만큼은 준 사람을 기억하게 된다. 비산 물건들도 나름의 가치가 있지만, 준 사람의 손길과 마음이 함께 담긴 선물이 더 값어치 있다고 할 것이다.
이 책에는 바느질에 대한 저자의 애정이 충분하게 드러나고 있다. ‘평생 바느질을 하면서 살고 싶다.’라는 저자의 마음이 오롯이 전해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사는 것이 진정 행복한 삶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바느질과는 전혀 상관없이 살아왔지만, 이 책을 읽는 동안 저자의 담담한 삶의 태도와 바느질에 대한 애정이 충분히 전달되었다. 다른 누군가와 자신을 비교하면서 힘겹게 살기보다, 좋아하는 일을 즐기면서 스스로의 삶을 채워나가는 자세를 배울 필요가 있다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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