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답사(踏査)는 특정한 장소을 돌아보면서 그곳에 살던 사람들과 그들이 엮어낸 내력들을 살피는 일이다. 그래서 특정 장소를 잠시 들러보고 가는 관광(觀光)과는 전혀 다른 의미를 지닌다고 하겠다. 기자인 저자가 중국 특파원 생활을 하면서 베이징의 유명 관광지인 후통 지역을 답사하고, 그곳을 기반으로 살거나 스쳐갔던 살던 사람들과 그에 얽힌 이야기를 소개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주된 내용이다. 베이징의 중심에 위치하다 보니, 그곳에 살았던 사람들의 내력은 그대로 중국 근현대사의 중요한 사건들과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나로서도 이 책을 읽으면서, 중국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에 대해 자세히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이 책에는 ‘조선의 독립운동가부터 중국의 혁명가까지’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일제강점기 해외에서 활동해야 했던 조선 사람들은 가장 가까운 중국을 많이 찾았고, 그곳을 기반으로 독립운동을 전개하기도 했다. 자연스럽게 중국의 수도인 베이징도 독립운동의 주무대가 될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중국의 유력 인물들과의 교류를 진행하고 후원을 받기도 했다. 그래서 책의 곳곳에서는 중국의 근현대사를 논하면서, 그에 얽힌 조선의 독립운동가들을 소개하고 있다. 특정 지역의 내력이 그대로 근현대사의 주요 사건들을 아우르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으로 받아들여졌다.
모두 6장으로 구성된 목차에서, 제1장은 ‘독립운동가의 숨결이 깃든 거리’라는 제목으로 우리 독립운동가들의 삶과 활동들을 소개하고 있다. 신채호와 이회영, 그리고 김원봉과 이육사 등 우리에게 매우 익숙한 이름들이 등장하고 있다. 언젠가 베이징을 방문하게 된다면, 이 책을 들고서 독립운동가들의 흔적을 찾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2장은 ‘후통에서 피어난 문화의 향기’라는 제목으로 중국의 역사와 주요 인물들을 본격적으로 소개하고 있다. 각종 문방구와 서적들을 판매하는 후통의 유리창 거리는 조선시대 사신단이 중국에 가면 꼭 들르던 곳이었다. 이밖에도 2장에서는 그곳에 자리 잡은 다양한 문화 시설들과 그들의 내력을 상세히 다루고 있다.
‘골목길에서 마주친 소중화, 조선’이라는 제목의 3장은, 성리학을 신봉하던 조선의 지식인들이 많이 언급하던 곳을 소개하고 있다. 예컨대 박지원의 <열하일기>에서 다루어지던 곳이 적지 않은데, 특히 조선 사신들이 즐겨 찾았던 곳에 관한 각종 정보가 다루어지고 있다. 4장은 중국 혁명기의 주요 인물들과 활동을 다룬 내용이 ‘뜨겁게 타오른 중국의 붉은 별들’이란 제목이다. 중국 공산당의 초기 인물들이었던 이대조와 진독수, 그리고 손문과 모순 등 중국 현대사의 굵직한 인물들이 주로 소개되고 있다. 노신의 전기를 통해서 그의 베이징 생활을 알고 있었지만, 동시대에 이곳에서 수많은 인물들이 활동을 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확인할 수 있었다.
‘만주족 제국의 부귀와 쇠락’이라는 제목의 5장에서는, 마지막 황제라 불리는 부의의 주변 인물들의 베이징 생활과 그들이 살던 곳을 다루고 있다. 비운의 황제라고 치부되는 부의를 통해서 멸망의 길로 달려가는 청나라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 6장은 ‘후퉁에서 쓰러진 아시아의 병자’라는 제목으로, 외국인 전용 주거지였던 조계지에 얽힌 중국의 씁쓸한 역사적 현장들에 대해서 소개하고 있다. 특히 마지막 항목에서 진보적 논조의 신문 ‘경보’를 발행했던 현장을 찾아, 기자로서의 자신의 생각을 가다듬고 있다. 전체적으로 넓은 후통 거리를 세세하게 소개하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는데, 부록으로라도 후통의 지도를 제공했다면 더 좋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만약 지도가 있었더라면, 저자의 소개를 보다 입체적으로 생각하며 읽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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