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 위치한 실레책방의 모습)
한장, 한장 손수 책장을 넘겨왔던 종이책은 E-BOOK이 되어 전자화면을 터치 하는 것 만으로도 책장을 넘길 수 있게 되었습니다 . 계획을 세우기 위해 가방에서 펜과 함께 꺼내던 플래너는, 스마트폰 속 디지털 플래너 앱이 되어, 플래너앱에 일정을 타이핑하면, , 일정에 대한 알림을 자동으로 받아 볼 수 있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즉 아날로그를 넘어 빠르고 편리한 디지털 기술이 중심으로 모든 것 이 빠르게 흘러가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의 흐름 속에서도 자신의 자리를 지켜나가면서 여전히 사람들에게 가치를 전하는 공간이 있습니다. 그 공간은 바로 “책방” 입니다. 어린시절 어머니는 “책을 많이 읽어야 미래에 훌륭한 사람이 될 수 있다” 라고 말씀하시며, 일주일에 한번씩 조그마한 책방에 데려가 주셨습니다. 그리고 세월이 흘러, 어른이라고 불리는 나이가 된 지금까지도, 책방은 여전히 특유의 낡은 냄새가 풍겨왔던 과거의 모습 그대로를 간직하고 있습니다. 과연 시대의 흐름 속 책방은 사람들에게 어떠한 가치를 전해주며, 스스로를 지켜 올 수 있었을까요? 오늘은 춘천시 신동면 실레마을에 위치한 실레 책방의 어선숙 사장님과 “디지털시대의 책방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았습니다
실레책방을 운영하시는 어선숙 사장님의 모습 (출처 :김범준 기자)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2020년부터 약 3년 간 춘천 김유정역 부근의 독립서점 “실레책방”을 운영하고 있는 어선숙이라고 합니다.
Q. 왜 책방의 이름이 실레책방인가요?
책방이 내가 사는 지역과 동네의 따뜻함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연결고리 되기를 바랬습니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동네의 명칭인 “실레마을” 앞 두글자를 빌려와서 “실레책방” 이라는 이름을 정하게 되었습니다.
Q. 그렇다면 실레책방에서 지역주민을 위해 어떠한 활동을 해왔나요?
마을 사람간의 소통이 장이 되었던 실레책방의 이야기모임이 진행되는 모습이다. (출처: 실레책방 인스타그램)
처음에 동네 사람들을 대상으로 세대 간 소통의 장을 마련해보고 싶었습니다. 예를 들어, 어른들의 옛날 이야기도 듣고, 실레마을에 들어온 젊은 사람들의 이야기들도 듣고, 나이에 상관없이 사람과 사람으로서 다가갈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보고자 하였습니다. 그래서 춘천문화재단과 협업하여 30대부터 70대까지 다양한 연령분포를 가진 이야기모임을 기획하게 되었습니다.
결과적으로 이야기모임에 참여한 사람들도 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자신의 가슴 속 이야기를 꺼내는 과정에서 사람과의 정을 나눌 수 있었다는 점이 좋았다고 말씀 해 주셨습니다. 저 역시 누군가에게 행복을 전하는 과정, 그리고 마을 공동체에 가치를 전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보람을 느꼈습니다.
Q. 실레책방은 디지털사회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무엇을 전해주고 있나요?
초록빛 자연에 둘러싸여 방문한 사람들에게 편안함을 주는 실레책방의 모습 (출처: 김범준 기자)
디지털화 된 시대에서는 원하지 않는 정보를 무의식적으로 주입 받게 됩니다. 가령 지하철에 탑승하여 옆을 돌아보면 안내 스크린 속, 기업의 광고들이 지속적으로 송출되고,, 스마트폰에서 원하는 정보를 찾기 위해 포털사이트에 들어가면, 메인 페이지에서 다양한 기사가 노출되어 있어 의도하지 않은 정보를 얻게 됩니다. 의도하지 않은 정보 입력량이 쌓이게 된다면, 결국 스스로 통제 가능한 정보량의 범위를 넘어서게 됩니다. 때문에 디지털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이 길을 잃고 방황하는 주된 이유가 되기도 합니다.
책방은 폭발적으로 주입되는 정보의 바다에서, 쉼이 될 수 있는 공간 입니다.
책방에 방문하여. 스스로 정보를 얻고자 하는 분야의 책을 고른 후, 마음에 드는 자리에 앉아, 책을 펼치고, 스스로의 독서 리듬에 맞춰 책을 읽어나갑니다. 그 과정 속 에서 생각의 속도가 독서 리듬에 발 맞추며 편안함과 안정감을 느낄 수 있습니다. 즉 스스로 의도에 의해 선택된 책을 자유롭게 읽어 나가는 과정에서 책방을 방문한 사람들은 안정감을 얻게 되는 것 입니다.
Q. 과거부터 지금까지 지켜 나가고 있는 실레책방의 가치는 무엇인가요?
디지털 시대는 항상 “빠름” 을 강조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따라 모든 개념을 두가지로 구분 짓는 양자택일의 이분법적인 답변을 요구하고 있고, 그 안에서 현대인들은 여유로움을 잃어간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책방은 여전히 아날로그적 특성을 지니고 있습니다. 과거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이 천천히 머물며 책을 보는 공간”이라는 본질을 지켜왔기에 공간 내에서는 빠름을 요구하지 않고, “책을 읽을 것 인지 혹은 책을 읽지 않을 것 인지?” 와 같은 이분법적 사고도 요구하지 않습니다. 책방은 책을 읽어도 되고, 읽지 않아도 되고, 혹은 졸아도 되고, 읽는 척을 하며 딴 생각을 해도 괜찮은 공간입니다. 즉 빠름을 강요하지 않고, 사람들에게 여유를 줄 수 있는 공간이라는 가치를 지켜왔습니다.
Q. 그렇다면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속에서 책방의 모습을 유지 해 나갈 수 있을까요?
책방의 가치를 지켜오고 있는 실내책방 내부의 모습 (출처:김범준 기자)
지금은 종이책방이 어려운 상횡에 놓여있지만, 개인이 상황이나 생각을 통제 할 수 있는 단계의 문화적 성숙을 이룬 사회가 된다면 종이책의 가치가 더 높아질 것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 이유는 “책을 읽는다” 라는 의미는 결국 내가 원하는 세상에 오롯하게 들어가고 덮는 행위입니다. 더불어, 책방이라는 공간 특유의 후각을 자극하는 낡은 책의 냄새와 시간이 천천히 흘러가는 듯 한 여유롭고 편안한 분위기가 “책을 읽는다” 라는 의미와 조화를 이루는 시간들은 인간이 포기 할 수 없는 좋은시간이라고 생각하기에, 책방은 시대의 흐름 속 에서도 유지 될 것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