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 년말이면 국회의원이 나누어 준 한장짜리 달력에 단골로 쓰는 문구가 있다.
'근하신년'이다. 그 뜻은 잘 몰라도 자주 보아온 문구이기에 내겐 낯설지 않은 단어이다.
어디 그 뿐인가 년말년시가 되면 계절상품처럼 식상할 정도로 연하장이나 , 카페, 길거리에
나붙는다.
'謹賀新年' 이란 그 의미가 대체 뭘까? 궁굼하던차 인터넷을 검색해 보니 통념적인 새해인사
라는 의미외에도 숨겨진 의미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새해 인사가 오히려 어색하거나 사치스럽고
부자연스러운 말이 될 수도 있기에 "삼가" 라는 말을 앞에 붙여 근하신년 즉, "그래도 새해를 기쁘게
맞이해보자"는 의미라고 한다. 삼가할 근 (謹). 謹 字가 앞에 붙는 말에는 근신(謹愼) ·근엄(謹嚴)·
근조(謹弔) 등등이 있는데 이와 같은 단어들은 경건하면서 조심스러울때 사용되는 말인듯하다.
새해를 축하한다는 말에 "삼가" 라는 말을 왜 붙였을까?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다. 예컨데,
부양할 가족들이 많은데 새해에는 정년을 맞아야 한다거나 새해에는 하던 사업을 접어야
할 경우라든가, 불치의 병으로 가족모두가 고통을 겪고 있는 가정이라던가 당장 끼니를 잇기 어려울
정도로 궁핍한 생활을 하는 사람에게 새해축하인사란 그리 달갑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사치스러운
말로 비춰 질수도 있기 때문이다.
비록 지금 힘겹고 고통스럽게 새해를 맞이하고 있지만, 새해에는 고통을 극복하고 더 좋은 일이
올 것이라는 믿음, 기대의 의미와 용기를 잃지 말라는 격려, 위안의 의미와 송구영신하는 마음으로
희망찬 새해를 맞아 보자는 뜻이 '근하신년'에 모두 함축되어 있는게 아닐까 짐작된다.
미국발 금융위기로 촉발된 먹구름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는 요즘 언론보도는 연일 어두운 기사들로
가득하다. 널뛰는 주가에다 환율인상, 대기업의 조업시간 단축,해고, 실직, 구조조정,수출급감,
마이너스성장.내수부진 등등에다 정체불명의 4월 금융대란설 까지..
고육지책에서 나온 정부의 발표마저도 우째 신통한 구석이 없고, 좀처럼 믿음이 가질 않는다. 새해를
맞이한지 벌써 스무날이 지나 낼 모레는 구정이다. 재래시장의 술렁임도, 세모의 풍경도 예년과 다르다.
사람들의 마음은 겨울날씨마냥 썰렁하고 착찹하게만 보인다.
살인적인 고통을 안겨다 준 IMF때도 이를 전화위복의 계기로 삼아 오히려 큰 돈을 번 사람이 많았던
경험을 교훈삼아 '위기는 곧 기회' 라는 희망을 가지고 우리의 명절인 구정을 맞이해 봄이 어떨까 하는
마음에서 근하신년의 의미를 조심스럽게 풀어본다.
기축년 새해 하리온가족 여러분! 가정에 건강 과 웃음이 늘 함께하는 행복한 한해가 되시기를
기원합니데이 ㅋㅋ
여러분! 힘내시고! 근하신년 되세요! 2009년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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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나그네님~ 감사드립니다 건강과 웃음 선물로 담아갑니다..*^^*
오늘 다시 읽었습니다. 저도 몰랐던 것인데, 아하! 그런 깊은 뜻이 있었군요. 그러네요. 올해는 정말이지, "근하신년"이라는 말이 너무나 적절하네요. 고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