軍 “위수지역 폐지”…지역상인 ‘화들짝’
상인들 “바가지요금은 옛 이야기… 오해에 억울”
육군 현역간부 “두 팔 벌려 환영”
군(軍)이 병사들의 외출·외박 때 적용되는 지역 제한(위수지역)을 폐지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힘에 따라, 도 내 대표적 위수지역인 철원·화천·인제·양구 등의 지역 상인들이 격앙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해당 지역의 경제는 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특히 지역 상인들은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됐던 군부대 지역에 만연한 바가지요금에 대해 억울함을 드러냈다. 화천에서 음식점을 운영 중인 윤모(62·여) 씨는 “시대가 많이 변했다. 세상이 어느 때인데 아직도 그런 바가지요금을 받겠느냐”며 “이 작은 동네에 군인이 아니면 아무도 오지 않는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이어 “가격 정찰제를 시행하는 프랜차이즈 업소도 있는데 개인 음식점이 바가지요금을 받는다면 누가 오겠느냐”고 호소했다.
철원에서 당구장을 운영 중인 박모(49)씨도 “한 시간에 만원으로 서울과 비슷한 수준의 요금을 받고 있다. 군부대 지역이라고 더 비싼 요금을 받는다는 것은 정말 오해”라고 말했다. 이어 “사실상 주말 장사다. 평일에는 손님이 아예 없는 실정”이라며 “위수지역 폐지는 지역 상인들의 생존권을 박탈을 뜻한다. 죽음으로 내몰겠다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화천군 위수지역 폐지 반대 투쟁위원회 관계자는 “접경지대에는 생존권이 달린 문제인 만큼 신중하지만 단호하게 대처할 것”이라며 “접경지역 주민들의 문제를 알리는 상경 시위 등도 대응 방안으로 논의되고 있다”고 전했다. 황영철(홍천-철원-화천-양구-인제) 국회의원 역시 “군 당국이 애초 입장을 뒤집어 또다시 군인의 외출·외박 위수지 제한 폐지를 의미하는 발언을 하는 것은 접경지역 주민들을 두 번 죽이는 것”이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반면 현역 군인들은 위수지역 폐지에 대해 두 팔 벌려 환영한다는 입장이다. 양구에서 현역 부사관으로 근무 중인 전 모(27) 하사는 “위수지역은 빨리 폐지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위수지역 얘기가 나오는 지금 잠시 가격이 주춤할 뿐 심지어 양구는 다시 물가가 오르는 추세”라며 “민박집도 어지간한 관광지 모텔요금을 받고 있다”고 상인들의 주장에 반박했다.
전 하사 주장에 따르면 양구 지역의 육군 병사들 평균 주말 외박 비용은 인당 15만 원가량이다. 그는 “어디 여행을 다녀온 것도 비싼 술을 먹은 것도 아니다. 그냥 피시방 갔다 먹고 싶은 것 먹고 하룻밤 자고 왔을 뿐인데 이 작은 동네에서 이런 금액이 말이 되느냐”며 목소리를 높였다.
김용우 육군참모총장은 지난 18일 충남 계룡대에서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의 국정감사에서 병사들의 외출·외박 때 적용되는 이동 범위 제한을 폐지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총장은 위수지역이라는 용어는 사용하고 있지 않지만 부대별로 복귀 시간을 맞추기 위해 외출·외박에 일정한 지역적 제한을 두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그런 제한을 폐지하기 위해 국방부와 협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위수지역 폐지 방침의 등장으로 접경지역 경제와 주민 생존권이 위협을 받는 만큼 이 폐지안에 따른 절충안이 등장할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송태화 시민기자
(지난 3월 군 위수지역 폐지 논란이 있을 당시 강원도 화천군 읍내 곳곳에 위수지역 폐지를 반대하는 사회단체의 현수막이 걸려 있는 모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