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새벽숲(김영철:울밖교우)님의 교우 단상 생각: 풍경 1,2! ◈
푸른 새싹이 빛깔을 더해 가더니 어느덧 하루가 다르게 초록으로 우거져 가고 있는 요즘입니다.
풍경 1: 올해 77세 남성.
2021년에 간암 발병. 대학병원에서 수술, 항암치료를 받아와 경과가 괜찮았는데, 2년 만에 재발 되어 다시 항암치료를 시작한 분. 이달 초 약국에 오셔서
환자: (약을 받으며) 오늘 이 약국에 오는 거 마지막이네요. 약사: 무슨 일 있으신가요?
환자: 담당 교수님이 더 이상 오지 말라고 해요. 약사: 왜요?
환자: 암이 커져서 병원에서 더 이상 해줄 것이 없답니다.
약사: 아니, 선생님 몸 상태가 괜찮으신데도요?
환자의 부인: 오늘 소화기내과와 종양내과 두 군데 들렀는데요, 소화기내과 교수는 치료를 계속 잘 받으라고 그러는데, 종양내과 교수는 더 이상 올 필요가 없다고 하면서, 호스피스인가를 찾아가라 하네요.
약사: 제 생각에 그거는 종양내과 의사 개인의 의견일 뿐이니 낙담하지 마시고, 지금까지 해오신
것처럼 잘 관리하시면 됩니다.
환자: 알겠습니다. 지난 3년간 감사했습니다.
뒤돌아서는 그분께 다시 여쭤봤습니다. 잠은 잘 주무시는지, 식욕은 괜찮으신지, 소화는 잘되는지, 대소변은 원활하신지, 몸 어딘가에 통증은 없으신지...
환자: 일상생활 하는 데 별 지장은 없습니다.
몸 상태가 이러신데 호스피스병원에 입원해서 생을 마감하시라고 하다니...
풍경 2
평생 농사일로 고생만 하신 노부모님을 위해 자녀들이 뜻을 모아 건강검진을 해드렸는데, 뜻밖에 모친의 몸에서 많이 진행된 암이 발견되어 부랴부랴 서울에 있는 대학병원에서 진찰을 받아보니 결과는 같게...교수가 진단 결과와 수술치료에 대한 설명 후, 수술 여부를 결정하라고 하자, 아들이 고교 동창인 의사 친구한테 물어보니 “고령의 모친께서 수술을 견뎌내시기가 힘드실 테니 수술은 안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은데, 하지만 네가 부모님과 형제들의 의견을 물리칠 수 있겠어?”라고 했답니다.
담당 교수가 수술을 잘해줄 테니 믿고 일단 수술을 받아보자는데 형제자매들의 의견이 모여 서둘러 수술을 받으셨고 경과도 괜찮았는데, 모친께서 1주일 만에 갑자기 별세하셨답니다. 요즘 주변에서 드물지 않게 접하게 되는 안타까운 사연입니다. 저를 포함해 많은 분이 어느 땐가 이와 비슷한 일을 겪을 가능성도 있고요.
환자는 의사의 지명도와 권위, 병원의 규모, 첨단 의료장비에 자기 목숨을 맡겨 병을 이겨내고 있는데, “더는 방법이 없으니 호스피스병원에 들어가십시오.”라고 말하는 것이 최선일까요?“ 아니면 ”의사인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여기까지이니 다른 방법을 찾아보시는 것이 좋겠습니다.”라고 말해주는 것이 좋을까요?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대자연의 섭리와 부조리가 공존하기는 하지만, 저는 오늘 한 스승님의 말씀으로 제 머릿속을 정리합니다.
『의사와 약사는 병을 낫고자 하는 환자의 의지를 북돋아 줘야 할 ‘의무’는 있을망정, 그 의지와 희망을 꺾을 ‘권한’은 결코 없다. 항상 최상의 의술과 약을 준비하여 병을 앓고 있는 사람의 회복 의지를 잘 격려하는 것이 의사와 약사의 실력이자 사명이다.』
들꽃 교우님들의 건승과 평화를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