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루(김주명)님의 교우 단상: 어버이날을 맞아 우리의 어머님께 올리는 졸시(拙詩)!◈
‘성즉군왕, 패즉역적’,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다’
이런 말을 들어보신 적이 있으신가요? 최근 영화 《서울의 봄》에서 나온 대사 중에도 “실패하면 반역, 성공하면 혁명 아닙니까!”가 한때 인터넷을 장악한 적이 있었습니다(물론 전 영화는 안 보고 인터넷에 돌아다니는 것만 보긴 했습니다만).
셋 모두 비슷한 의미로 사용됩니다. 역사라는 게 결국에는 사료로 남은 자료를 분석하는 것이기에 실제로 어떠한 사건이 어떻게 일어났든 후대까지 전달된 내용을 토대로 역사가 서술되고 이를 사실이라고 생각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그러니 실권을 잡은 자가 기록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고, 서술자가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채 왜곡해서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도 100년 이상 지난 사건과 달리 비교적 가까운 과거에 일어났던 일은 기록형 사료뿐만이 아닌 실제로 그 사건을 겪어보거나 겪은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사건에 관해 이야기를 들을 수는 있습니다. 물론 인간의 특성상 완전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후대가 들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많은 인물의 과거사를 들어보면 그래도 사료보다는 정확하고 객관적인 정보를 얻어낼 수 있을 것입니다.
저는 전남에서 태어나 학창 시절도 전남에서 지냈습니다. 물론 중고등 시절 선생님들도 전남·광주 출신에 나이 드신 분들이 많았습니다. 그러다 보니 5⋅18을 직접 겪으셨던 분들도 많으셨고, 5월 18일 무렵이거나 수업에 관련 내용이 나오면 선생님들께서 직접 겪으신 일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직접 시위에 참여하셨던 분, 길거리에 나갔다가 진압할 때 도망쳤던 분, 광주에서 나주나 목포까지 도보로(당시엔 차량도 통제되었기에) 도망치셨던 분, 그저 집에만 있었던 분도 계셨습니다만, 이분들의 공통점은 5⋅18 이야기에 이르면 거의 열변을 토하시며, 5⋅18 덕에 우리나라가 지금의 민주주의를 구축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동시에 그 시절 정부로 인해 이 사실이 왜곡되어 전국에 전달되었고 ‘진실’이 알려지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렸다는 것을 안타까워하셨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군 생활을 해군에서 했습니다. 물론 소속만 해군이지 정작 해군 나왔다고 하긴 좀 그렇지만 아무튼…. 해군은 주 기지가 진해에 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상대적으로 부산이나 경상도 쪽 사람 비율이 높은 편입니다. 특히 사병은 경상도 출신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동기 중에도 경상도 출신이 많았습니다. 실제 근무지가 영암이었음에 1/3은 부산이나 경상도 출신이었습니다. 물론 경상도 말고도 수도권이나 서울에서 온 동기나 선·후임도 있었죠.
군인인데다가 근무지도 전남이다 보니, 5⋅18 관련 이야기가 나온 적이 몇 번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타 지역 사람들은 5⋅18에 대해 잘 모르거나 잘못 알고 있었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지만, 그래도 상당수가, 특히 전남 출신은 5⋅18에 대해 잘 알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경상도 출신과 전라도 출신도 많다 보니 가끔 서로 장난 반 진담 반, 각자의 지역 비하 발언이 오가는 중에 한 번씩 언급되었던 게 5⋅18이었는데, “5⋅18 그거 쿠데타 아니냐?”는 식의 말이 오가곤 해서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습니다.
SNS나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글을 보면 이보다 더 심하게 5⋅18을 비하하는 말을 꽤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위의 군대에서 나온 말 대부분은 장난식으로 말한 것이지만, 인터넷에서 돌아다니는 말에 대해선 진지하게 생각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물론 어떤 사건이든 장난식으로라도 비하하거나 깎아내리는 식으로 말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은 것은 맞지만, 일일이 그런 일에 모두 태클을 건다면 차라리 인터넷을 하지 않는 게 나을 것이고, 인생마저 각박해질 수 있을 테니 그냥 그러려니 하고 넘기는 편이 낫다는 생각입니다. 다만, 사건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어야 하며, 최소한 적절하지 않은 상황에 비하하는 말이나 글을 남기는 일은 없어야 할 겁니다.
이 글을 읽으실 분들은 저보다 5⋅18에 대해 훨씬 더 자세히 알거나, 당시 상황을 직접 목격하거나 직접 겪으신 분도 있을 수 있을 겁니다. 다만 40년도 더 지난 일이고, 점차 직접 경험하신 분들도 나이가 들어 명을 다하시는 분들도 점차 늘어나겠죠. 그래서인지 시간이 지나 직접 겪으신 분들이 사라진 이후 이 사건이 어떻게 기록될지 궁금합니다.
처음에 언급했듯 역사는 결국 오랜 시간이 지나면 기록으로 남을 것이니, 후대에 어떤 내용으로 전해지고 어떻게 기록되고 전달될지 매우 궁금합니다. 지금은 사실 그대로 적는다고 하더라도, 후대에 어떻게 누군가에 의해 변질되어 전달될지 모르는 일이니까요. 그래도 5⋅18의 진실이 후대에 제대로 전달되려면 인터넷이든 어디서든 결코 왜곡 되지 않아야 하고, 왜곡되더라도 소설과 사실을 구별할 수 있도록 현세대에 많은 이들이 이 일을 제대로 알고 기억해야 하지 않아야 하지 않을까 합니다. 5⋅18뿐만 아니라 그 어떤 진실에 관한 것이든지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