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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 생각하기를 멈추지 마라’라는 부제가 달린 이 책은, 서양의 주요 철학 사조나 철학가들의 사상을 소개하고 그 내용을 현실에 적응시켜보도록 하는 내용으로 구성되어 있다. 다루고 있는 대상은 모두 6명으로, 각각의 사조나 철학자의 사상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면서 그 특징을 짚어내고 있다. 일견 철학이 우리들의 일상과 멀다고 생각하지만, 실제 살면서 의문을 던지고 그에 대한 해답을 찾는 과정 자체가 ‘철학하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저자는 ‘삶에 대해 깊게 생각하는 것’을 강조하면서, ‘어려움에 직면했을 때’ 던지는 질문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모두 6개의 항목으로 구분되어 있는 목차에서, 가장 먼저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에피쿠로스’를 다루고 있다. 흔히 에피쿠로스의 철학을 ‘쾌락주의’와 연결시켜 논하고 있지만, 저자는 에피쿠로스가 주장하는 쾌락을 우리가 통상적으로 알고 있는 쾌락과는 구별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즉 ‘인간의 본성에 근거해서 고통을 피하고 쾌락을 추구하는 것이 행복하고 바람직한 삶을 가져온다고 주장’했으며, 에피쿠로스가 이야기하는 쾌락은 ‘극단적인 욕망 추구’에 반대하고 ‘자족과 평점심’에 기반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는 ‘쾌락’이라는 단어에 집착하여, 정작 그가 말하는 핵심 내용을 오해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에 반해 동시대에 활동했던 ‘스토아 학파’의 경우 ‘금욕주의’로 대표되는 철학 사조라 할 수 있다. 이들은 ‘인간은 이성적 절제를 통해서만 진정한 행복에 도달’할 수 있다고 주장하며, ‘현실에서 행복을 추구하기 위해서는 개인의 지혜와 윤리적 삶에 기반한 자연과 일치된 삶’을 강조하였다. 예컨대 에픽테토스는 자유에 대해서 ‘누구나 무엇으로부터 방해받지 않는 혹은 구속되지 않는 상태’라 규정하고, 그것은 외부로부터 주어진 것이 아닌 스스로의 능력에 의해 도달할 수 있는 범위에 있다고 강조하였다. 또한 세네카는 ‘슬픔이 끝나길 소극적으로 기다리는 것보다는 당신의 슬픔을 스스로 끝내는 것이 세련된 삶의 방식’이라고 주장하였다. 즉 그들의 절제는 철저히 자신의 이성적 능력에 의해서 제어할 수 있는 것을 가리킨다.
세 번째는 그리스의 사상가로 잘 알려진 ‘아리스토텔레스’의 사상과 그 의미를 정리하고 있다. 그의 사상 가운데 가장 핵심적인 것으로 ‘중용의 미덕’을 꼽을 수 있는데, 그것은 단순히 중간이 아닌 ‘평균적인 것도 아니고 보통인 것도 아니고 너무 많음과 너무 적음의 중간이며, 그것은 올바른 중앙이 정확하게 위치하는 곳이며, 사람마다 다르다’고 정의하고 있다. 저자는 그것을 ‘지혜롭게 살아갈 수 있는 생각의 도구’이며, ‘사회적 동물’인 인간이 추구해야할 중요한 가치라고 논하고 있다. 또한 사회적 존재인 인간은 행복한 삶을 위해 서로 의지해야 하며, 각가 자유롭게 사는 것이 핵심이라고 설명한다.
여기에 덧붙여 ‘범심론적 일원론’을 제창한 네덜란드의 철학자 스피노자, 실존주의의 대표적 사상가인 ‘사르트르’,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형감옥의 중심에 있는 ‘판옵티콘’이라는 개념을 활용했던 사회학자 ‘미셀 푸코’에 이르기까지 그들의 철학을 요약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저자는 이들을 연구 대상으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모두 ‘무력감을 종식시키고자 한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에서 찾고 있다. 즉 저자는 이들의 사상을 통해서 그것에 ‘기대에 철학하기’를 배울 수 있다면, 일상의 무력감에서 벗어나 ‘좀 더 지유롭게 선택하고 행동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래서 이 책에서는 단순히 그들의 사상을 소개하는데 그치지 않고, 실제의 삶에서 어떻게 적용시킬 지에 대한 고민이 묻어나고 있다. 우선 철학자들의 사상에서 추출할 수 있는 세계관과 인간관 그리고 윤리관에 대한 내용을 간략하게 정리하고, 각각의 사상이 지닌 특징들을 소제목으로 하여 그 내용과 현실에서의 적용시킬 수 있는 방안들을 함께 소개하고 있다. 아마도 저자는 이들 철학자들의 사상을 통해서 독자들에게 이들의 <생각에 기대어 철학하기>를 권유하는 것이라 이해했다. 처음 읽었을 때에는 속독을 통해서 완벽한 이해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한 항목씩 다시 정독하면서 내 나름의 ‘철학하기’에 대해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고 여겨졌다. 멀지 않은 곳에 꽂아두고 자주 펼칠 수 있기를 기대한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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