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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루 여행기⑩ 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 de Los Incas)
– 살리네라스(Salineras),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흙먼지를 일으키며 택시는 재빠르게 산 위로 달린다.
강한 햇빛과 세찬 바람이 몰아치는 낭떠러지 위에 택시가 서며 우릴 내려놓는다. 절벽 아래 바둑판같기도, 벌집같기도 한 하얀 천수답이 집약되어 무리를 이루고 있다.
* 산악 염전 살리네라스(Salineras)
바로 산악 염전 살리네라스(Salineras)다.
고대에 바다 밑 안데스 산맥이 지각의 융기로 솟아오른 1.5평(坪) 규모의 약 3000개에 이르는 염전 우물 살리네라스(Salineras)이다.
염전 두둑, 말강 물이 흐르는 도랑 곳곳에 초록풀이 아닌 흰서리 같은 하얀 소금꽃이 눈을 부시게했다.
어쩜 ~ 이럴 수가.
하도 신기해 도랑물을 찍어 맛을 보니 영낙없는 짠 소금맛이다.
* 신비한 산악 염전 살리네라스(Salineras)
신비한 염전 두둑을 빙 돌고 돌며 호들갑을 떠는 관광객들의 존재는 아랑곳없이, 몇몇 인부들은 염전의 소금을 긁어 보아 포대에 담고 지게로 올려 나르는 원시적 전통방식으로 소금을 생산하고 있었다.
높은 산 위에서 소금이 함유된 계곡물을 가두어 수분을 증발시켜 소금을 생산할 수 있는 천혜의 축복은, 바다와 멀리 떨어진 고산 지대 잉카인들의 삶에 어떤 의미였을까.
바닷물이 높은 산 위에 올라와 생명의 근원이 되는 눈앞의 현상이 믿기지 않고 납득이 가지 않는데 어디에서 누구에게 속 시원한 답을 얻을 수 있을까.
자연과 절대자와 잉카, 잉카족과의 가늠할 수 없는 관계 속에서 미묘한 감정이 감돌며 뜻 모를 경외감이 나를 엄습했다.
고산의 잉카시대에 가장 신성한 생산물이었다는 살리네라스(Salineras) 산악 염전의 소금.
* 산악 염전 살리네라스(Salineras)를 둘러보는 관광객들
고산 지대의 강렬한 햇빛에 반사되어 영롱한 빛을 발하는 하얀 결정체 소금. 저 멀리 보이는 안데스의 만년설과 기묘한 조화를 이루고 있다. 거대한 자연 속에서 순응과 숭앙의 자연 합체로써 잉카족들을 그냥 자연이게 한 절대자의 신(信). 기(氣)가 온 살리네라스(Salineras) 도랑에 흐르고 있는 듯, 살리네라스(Salineras)는 함부로 얘기할 수 없는 잉카문명의 절대적인 버팀목이었다.
* 도랑을 따라 흐르는 산악 염전 살리네라스(Salineras)
숱한 궁금증이 미로를 헤매듯 하는데도 당장에 풀길 없는 의문을 가득 안은 채, 우린 아르만도가 이끄는 대로 성계(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 de Los Incas)) 투어 마지막 코스인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로 발길을 옮겼다.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는 태양의 신을 비롯한 신들을 모시기 위한 신전이며, 잉카 저항의 지도자 망코 잉카의 마지막 항전지였고 임시 수도이기도 했다. 주차장을 지나 다리를 건너 가자니 기념품 가게 레스토랑 카페가 보통 여행지처럼 즐비했다.
현지인들이 가까이 살아서인지 햇빛에 새까맣게 그을린 촌스런 아이들이 꽤 눈에 뜨였다.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유적지를 향하는 도중 리어카에서 파는 짭짤한 안띠꾸쵸(Anticucho- 양념한 소고기, 닭고기를 꼬챙이에 꿰고 꼬챙이 끝에 감자를 꿰어 숯불에 구운 꼬치구이.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에서 꼭 먹어야 할 주전부리임)를 한입두입 베어 물며 제법 여행꾼 흉내도 내 보았다.
*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유적지를 향하는 도중 리어카에서 파는 짭짤한 안띠꾸쵸(Anticucho)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신전 입구에 들어서자 널따란 초록 평원과 맞은편의 거대한 석축 계단이 기다렸다는 듯이 우리를 압도한다.(계단식으로 만들어진 밭이 건축물처럼 보였다)
*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신전 입구
많은 인파들이 가파른 계단을 올라 꼭대기에 이르러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 아름다운 풍경에 시선을 빼앗긴 채 말을 잊고 바라만 보고 있다. 정교한 계단식 밭, 관개 시설, 수로, 농작물 보관소, 그대로 보존된 신전들의 석조 건축들을 보고 만지며 믿기지 않는 사람의 힘과 기술에 감탄사를 연발한다.
초록 평원과 거대한 석조 유적들의 어우러짐 앞에 우린 바윗돌 하나만큼의 크기밖에 안 되는 조그마한 물체, 미물에 지나지 않는 실체임이 너무 뚜렷하기에 작아질 수밖에 없었다.
* 잉카적인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유적
그래서 잉카인 그들도 절대적 신에 대한 숭배의식이 그토록 철저했을까. 성계(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 de Los Incas))라서 잉카 신전 앞에 흐르는 계곡물조차도 그리 맑았을까. 잉카문명이 무엇인지, 잉카정신이 무엇인지 정확히 모르면서 참으로 잉카적인, 한 눈에 보아도 너무 잉카적인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유적 앞에서 괜시리 경건해지며 이 대단한 유산들이 길이 보전되기를 바랐다. 또한 세계의 많은 젊은이들의 발길이 잦아지기를 바랐다.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한다는 사람 모양을 한 비라코차(Viracocha]의 형상을 억지 춘향하듯 바라보다, 부족한 식견으로 인해 주마간산(走馬看山)이 되어버린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유적들에 대한 못다 한 마음가짐이 발길 돌리는 우릴 참으로 아쉬움에 젖게 했다.
* 햇빛이 비치는 각도에 따라 눈을 떴다 감았다를 반복한다는 사람 모양을 한 비라코차(Viracocha]
서녘에 가까워지던 해가 오얀따이땀보(Ollantaytambo) 유적에 가려 그림자가 질 무렵 우린 미련 많은 산 페드로 시장(San Pedro Market)을 향해 질주를 했다.
쿠스코(Cusco) 어느 지역에 비가 왔나 아주 어렸을 적 보았던 쌍무지개가 만년설에 걸쳐 포물선을 그리며 우리의 길동무가 되어 주었다. (쿠스코에서는 쌍무지개를 자주 볼 수 있다고 한다)
* 쿠스코로 돌아오는 길에 본 쌍무지개
돌아가는 길 아침에 달려 왔던 성계(성스러운 계곡(Valle Sagrado de Los Incas))길의 신선, 활기는 쿠스코 평원 안데스 만년설을 주홍빛 황혼으로 물들여 우리를 침묵하게 했다. 눈을 뗄 수 없는 아름다운 석양이었다.
열심을 다해 달려 온 우리는 또 산 페드로 시장(San Pedro Market) 내부를 온전히 볼 수 없었다. 오후 6시가 조금 지난지라 과일 견과류 가게 등 몇 군데만 문을 닫지 않았고 다른 상점은 장사를 마친 후였다.
* 산 페드로 시장(San Pedro Market)의 과일 가게
산 페드로 시장(San Pedro Market)에서 가장 성황이라는 음식점 가게들을 꼭 들르고 싶었는데 기회를 또 놓치고 말았다. 문 닫힌 산 페드로 시장(San Pedro Market) 주변은 불야성을 이루며 거리상인 사람들로 넘쳐났다. 우리나라와 아주 비슷한 정경들이었다.
상인들이 팔고 있는 채소 과일 종류도 거의 같았다.
쿠스코(Cusco)의 밤거리를 여기저기 서성거리며 사람들 속을 헤집고 다니다 식당을 찾던 중 손님이 많은 곳을 택해 들어갔다. 시장 주변이라서 환경과 음식 내용이 아주 서민적이었다. 쿠스코(Cusco)의 정통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20대 초반 종업원들이 아주 친절하게 우리를 맞는데 영어를 아예 하지 못 했다. 다른 손님들이 먹는 음식을 가리키며 주문을 했다. 닭고기 볶음밥, 닭국물 국수(5솔이었음 – 1솔은 약 400원)였다. 하루 종일 무리한 행보에 점심을 굶었으니 고픈 배는 얼마나 음식이 그리웠을까. 주저 없이 한 숟가락 입에 넣었는데 진한 고수 향이 미각을 자극하며 숟가락을 놓게 만들었다.
* 고수 향이 미각을 자극하며 숟가락을 놓게 만든 저녁 식사
종일 간식거리밖에 안 되는 엠빠나다(empanada), 안띠쿠초(Anticucho) 몇 조각만 먹은 딸도 고개를 돌리니 걱정이 됐다. 여행의 맛 중 먹는 재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얼마나 큰데 큰 즐거움을 놓치고 있다. 복잡한 시장통을 벗어나 아르마스 광장 부근 유명한 코리칸차(Coricancha - 페루의 신전, 태양의 신전) 야경을 보러 갔다. 밝고 둥근 보름달에 비친 석조의 코리칸차(Coricancha)는 더없이 고요한 아름다움으로 우리를 감탄케 했다.
또 달빛으로 환한 잉카 석벽의 골목길, 1650년, 1950년 두 번의 지진에도 꿈쩍 없이 버티고 있는 잉카의 자존심거리인 석벽을 따라 태양의 신전 코리칸차(Coricancha)가 잠들어 있는 곳, 밝은 달빛에 빛나는 잉카 산토 도밍고 교회(Santo Domingo) 를 볼 수 있었다.
* 잉카 산토 도밍고 교회(Santo Domingo)
잉카의 진한 역사 속에서 진정 잉카 들여다보기를 애쓰며 잉카 유적, 정신의 잔영으로 꽉 찬 오늘. 숙소를 향하고 있는 우리의 저녁거리는 아이러니하게도 고수향이 전혀 없는 kfc 통닭과 맥주였다.
첫댓글 서양인의 콜롬버스 '신대륙 발견'이라는 말 얼마나 자기들 중심적인가????
태양신을 숭배하는 잉카제국도 자연에 제단되어 인간삶을 영위하고 있었는데 하나님을 믿어야만 미개인이 되지 않는다고 개종한다고 싸그리 말살시켜버리는 종교인들 너무 잔인하지 않은지요.
그 곳에도 인간의 삶이 존재하였는데 신대륙에서 금,은을 찾는다고 그 광분했던 사람들 지금 미안하다고 말 한자리 했는지요. 하나님은 너무 하나님 중심적이었다. 생각되고 인간 자체를 말살하는 잘못 용서를 빌어야 할지요.
글을 읽으며 한국다움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됩니다. 외국인의 눈에 비친 한국스러움은 어떤 모습일까, 무엇을 통해 이방인들은 그걸 느끼게 될까, 나는 한국스러움을 무엇으로 그들에게 소개할 수 있을까. 뭔지 모르지만 낯이 선 사진으로 그냥 잉카스러움이 느껴지는 듯합니다. 새로운 경험들은 기대되지만, 고수향은 저도 썩~ 좋아하지 않아 음식으로 배가 되는 여행의 즐거움이 조금 아쉬웠을 듯합니다.
정성스런 글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