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썽(조항범)
우리말에 ‘말’과 관련된 2음절어가 아주 많다. ‘말값, 말귀, 말꾀, 말뜻, 말문, 말씨, 말품’ 등 30여 개나 된다. ‘말썽’도 그중 하나다. 이들 ‘말’을 포함하는 대다수 단어의 어원이나 의미는 어렵지 않게 파악할 수 있다. 그런데 ‘말썽’은 좀 예외다. ‘썽’의 어원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이다.
‘말썽’을 ‘말성’에서 온 것으로 보고, ‘성’을 ‘聲’ 또는 ‘性’으로 간주하는 어원설이 있다. 전자로 보면 ‘말성’은 ‘말소리’가 되고, 후자로 보면 ‘말성’은 ‘말의 성질’이 된다. 그러나 ‘말썽’의 기원이 ‘말성’에 있는 것이 아니어서 이런 어원설은 잘못된 것이다.
‘말썽’과 관련된 단어는 이상하게도 20세기 초 문헌에서야 발견된다. 그것도 ‘말상, 말성, 말쌍, 말썽’ 등과 같이 다양하게 나타난다. 이 가운데 ‘말상’이 기원적 형태다. ‘말상’의 ‘상’은 한자 ‘相’으로, ‘音相’의 그것과 같다. 그러므로 ‘말상’은 ‘말의 모양’이라는 의미다. ‘말썽’을 평북 방언에서는 ‘마새’라고 하는데, 이는 ‘말새’에서 ‘ㅅ’ 앞의 ‘ㄹ’이 탈락한 어형으로, 이 또한 ‘말의 모양’이라는 의미를 띤다. ‘말의 모양’은 ‘말의 내용’과 ‘말을 하는 태도’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이해된다. 말의 내용과 말을 하는 태도에 따라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점을 생각하면 ‘말상’과 ‘말썽’이 한결 가까워 보인다.
‘말상’은 제2음절의 모음이 변해 ‘말성’이 된다. 이는 ‘볼상(-相)’이 ‘볼성(볼썽)’으로 변하는 것과 같다. ‘말상’과 ‘말성’의 실제 발음은 [말쌍]과 [말썽]이며, 이를 표기에 반영한 것이 ‘말쌍’과 ‘말썽’이다. “산토닌에 기생충이 붙어서 말쌍이던”(동아일보 1956.3.24.)에서 보듯 실제 ‘말쌍’이 쓰였다. 그런데 ‘사정한조선어표준말모음’(1936)에서는 두 어형 중 ‘말썽’을 표준어로 정했다. ‘조선말큰사전’(1949)에도 ‘말썽’이 표준어로 올라 있다.
충북대 국어국문학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