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리터러시] 걷기 운동, 등 펴고 11자로 걸어야
가성비 높은 운동, 자세 나쁘면 무릎·허리 등 망가질 수도
걷기는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추천되는 건강 운동이다. ‘강북 연세 병원’에 따르면 걷기 운동은 노약자, 비만환자, 골다골증 환자 모두에게 도움이 된다. 콜레스트롤이 몸 속에 축적되는 것을 막아주고 스트레스 및 우울증을 치료하며 두뇌회전을 빠르게 함과 동시에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해주는 것이다. 또, 다이어트와 하체근육 발달에 도움을 주며 신진대사를 촉진시키고 소화 및 심폐기능을 강화하기도 한다.
그러나 걷기도 잘못 하면 오히려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은 그다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바르게 앉는 것만큼 바르게 걷는 것도 중요하다. 아무리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해도 자세가 나쁘면 무릎·허리에 부담이 되어 무릎 통증, 허리통증, 관절염 등의 고질병을 얻거나 골반이 틀어지기도 한다. 또 심한 경우 월드컵 국민 영웅 안정환(43·스포츠해설가) 전 국가대표선수처럼 연골이 닳아 고생하기도 한다.
지역사회에서 걷기로 건강 실천을 하는 주민들을 만나 걷는 자세의 중요성에 대한 인식에 대해 알아보았다. 이를 위해 오전 등교시간 전과 저녁 식사시간 이후에 한림대학교내 운동장 트랙과 캠퍼스를 삼상오오 모여 걷는 주민들을 취재했다.
이모(47·가정주부)씨는 지난 6월부터 유봉여고에 재학 중인 딸의 야간자율 학습이 끝나는 시간까지 주2회 2시간씩 한림대 운동장 트랙에서 걷기 운동을 해오고 있다. 뉴스를 통해 많이 걷는 것이 좋다는 사실을 접한 후부터 걷기 운동을 열심히 하고 있다. 걷는 자세에 대해서는 그다지 중요하게 생각하지 않아 왔다. “솔직히 땀만 많이 나면 운동한 것 같고 보람차다, 자세까지 생각하며 걷는다면 스트레스 받을 것 같다”고 말했다. 심지어 여름엔 “슬리퍼를 신고 장시간 보행한 적도 있다”며 미소를 지었다. “자세가 좋지 않아도 지금까지 몸에 아무런 문제 없었다, 내가 안 아프면 그만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박모(51·가정주부)는 5년 전 유방암 수술 후 재활을 목적으로 등산과 걷기 운동을 꾸준히 해 왔다. 건강을 되찾겠다는 일념하에 무작정 많이 걸었다. 하지만 현재 전엔 없었던 무릎 통증이 느껴져 걱정이다. 그 해결책으로 무릎에 힘이 덜 들어가는 실내 스포츠 센터 아쿠아 에어로빅 수강을 계획 중이다. “걷고 난 후 흘린 땀들을 보면 보람찼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걷는 자세를 신경 쓰지 않고 무작정 많이 걸었던 것이 멀쩡했던 무릎을 망가뜨린 것 같아 후회된다”고 말했다. “이제부터는 운동을 할 때 그 운동에 맞는 바른 자세와 방법들에 대해 확실히 알고 습관화 해야겠다”고 말했다.
최모(67·전 택시기사)씨는 퇴직 후 10년 가까이 걷기 운동을 해오고 있는데 최근엔 한림대 캠퍼스 코스를 이용중이다. 이 씨는 비뇨기 질환으로 비뇨기과에 자주 다녔었다. 직업 특성상 장시간 앉아 있으며 간혹 소변을 참았던 것들이 질병의 원인이었다. 질환 고통을 조금이나마 완치해보고자 걷기 운동을 선택했다. “현재는 질병의 통증이 많이 줄어 소염 진통제 복용이 드물고 병원을 찾는 일이 적다. 꾸준한 걷기 운동의 효과인 것 같다”라고 말했다. 다행히도 이 씨는 다니던 비뇨기과와 한의원 의사들이 알려준 방법으로 올바르게 걸어왔다. “10년간 걷기 운동을 했는데도 무릎이 괜찮은 걸 보니 바른 자세로 걷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는 이씨는 “운동 중에 마주친 사람들이 무작정 많이만 걷는 것을 보면 안쓰럽다”며 “앞으로도 꾸준한 바른 자세 걷기를 통해 노후 건강을 지켜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의 걷기 운동에 대해 “걷기가 가장 쉽고 좋은 운동이다”, “대학 캠퍼스에서 걸으니 더 재밌고 지루하지 않다”, “20대 대학시절이 생각나기도 해 감회가 새로울 때도 있다”, “앞으로도 꾸준히 걸으며 건강을 위해 노력할 것이다” 등의 다양한 의견을 내보였지만 정작 자신들의 걷는 자세에 대해서는 관심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올바르지 않은 자세로 걷는다면 아무리 열심히 걷고 땀을 흘려도 헛걸음 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부인하려 했다. 현재 자신에게 통증이 없기 때문이다. 당장 오늘 흘린 땀(운동량)에 대해서만 관심 있을 뿐이다.
많은 이들이 걷기 운동을 시작 하는 이유는 걷기 운동의 일상적 ‘장점’들이 상당히 매력적이기 때문이다. 의지만 있다면 경제적 부담 없이 원하는 시간과 장소에서 운동할 수 있다. 실내 헬스장에서 벗어나 바깥 공기를 마시면서 감수성과 심리적 안정을 끌어올리기도 하며 함께하는 이들과의 관계 개선도 이루어낼 수 있다. 흔히들 말하는 ‘가성비 갑’ 운동이다.
하지만 바르지 않은 자세로 걷기 운동을 계속한다면 운동 효과는 평생 제대로 드러나지 않을 뿐더러 언젠가 몸에 이상이 올 확률이 높다. 이제는 효능보다 올바른 걷기 방법에 대해 더 주목할 필요가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올바르게 걷는 법으로 ‘상체를 곧게 유지하여 몸의 균형을 잡으면서 걷기’를 첫 번째로 꼽았다. 또 ‘배에 힘을 주어 척추를 바르게 펴고 걸을 때 발목을 충분히 들어 충격을 방지’해야 한다. ‘발뒤꿈치-발바닥-발가락 순으로 바닥에 닿도록 걷고 발이 바깥쪽이나 안쪽을 향하지 않게 11자를 유지’하며 ‘보폭을 너무 넓게 할 경우 허리에 무리가 갈 수 있으니 어깨 넓이 또는 그보다 작은 보폭을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효과 증진을 위해 무리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준비운동을 필수로, 천천히 걷는 운동부터, 자연스럽고 리드미컬하게 시작’해야 한다. 팔과 어깨의 스윙이 중요하며 바르게 걷는 것이 척추 관절을 지키는 지름길이라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황선우 학생기자 woo6745@naver.com
지난 12일 춘천시 옥천동 한림대학교 8관 기숙사 옆 오르막길(사진 좌)과 운동장트랙(사진 우)에서 지역주민들이 걷기 운동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