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을 정리하며 / 보우 하명순- 23년 5월 캘문협 6차 신문게재시

[하명순]

책상을 정리하며

하명순

책상이 낡았다 번들거리던 니스 칠이 다 벗겨지고 찍힌 자리가 흉터로 남았다 가로지른 원목 줄무늬가 주름살로 보인다 어지러움으로 물건이 널려졌다 굴러다니던 동전, 뽑기로 뽑은 인형, 비행기에서 가져온 이어폰, 캘거리 이케아에서 사온 시계, 약정 만기된 핸드폰, 록시땅 핸드크림, 구형 노트북, 스스로 인생을 방치한 것이다 한 켠에는 아이비엠(IBM) 데스크 탑 본체가 밀도 있는 보풀이 먼지 치레에 점점 붉은 빛을 잃어간다 기간이 지나버린 작년달력 먹치마를 입고 껍질을 벗긴다 딸아이가 이민을 한 사이 이곳에서 주소를 잃고 신분증을 잃고 이제 안대를 벗어도 좋겠다 향이 사라진 디퓨져도 제 할 일을 다 하고, 책상 위에 감꽃이 피고 심장이 뛰는 날도 있었으리라, 서랍을 닫아도 잡동사니들이 삐져나왔다 묵은 추억들 쏟아 붓는다 의미를 두어 버리지 못 하는 이유가 깊은 곳에 물집을 가두고 별 부스러기가 쏟아져 굴렀다

곤도마리에*의「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꺼낸 별을 걸고 걸었다

* 곤도마리에 :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의 저자.

[Jeff Lee]

보우님, 곤도마리에의 인생이 빛나는 정리의 마법에서 꺼낸 별을 걸고 걸었다. 묵은 서랍을 정리하며 별 부스러기가 굴렀으니
얼마나 멋진 시인인가요? 행복한 새 봄 되셔요.

[하명순]

우림님! 고맙습니다.
문학회를 위해 많은 수고를 해주시니 또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