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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의 갈래 중에서 사설시조는 그 특징이나 기원 등에 관해 여전히 해결되지 못한 논쟁적인 문제를 포함하고 있다. 정격의 평시조에서 파생된 것이냐, 혹은 시조와는 별도의 갈래로 존재했느냐는 주장이 뚜렷이 대랍히고 있다. 또한 작품의 주된 창작층이 양반층인가 혹은 중인층(중간계급)인가의 논쟁도 해결되지 않은 채로 남아있다. 현재까지 전하는 작품의 수가 5백 수를 상회하고, 창작과 향유 시기도 200년에 걸쳐 있는 만큼 그 성격을 단일한 것으로 보는 시각에서부터 문제점을 내재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지금까지 많은 연구자들이 사설시조의 이론적 정립을 시도하고 있는 바, 이 책 역시 그러한 초기 성과물 가운데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이 책에서는 여전히 다양한 의견이 제시되어 있는 ‘사설시조의 발생’에 대한 서술로부터 시작되고 있더. 그리고 ‘사설시조의 형태와 구조’를 논하면서 평시조의 3장 형태를 준거로 삼고 있으며, 그 형식이 평시조에 비해 상당한 정도로 확대될 수 있다는 특징에 주목해서 그에 관한 다양한 이론을 소개하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 실상 사설시조의 특징에 대한 상반된 논의가 공존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현전하는 작품들의 성향을 어느 하나로 특정할 수 없다는 것에 기인한다고 하겠다. 그러나 저자는 ‘사설시조의 시정신’을 ‘정의(情意)와 지향성’ 그리고 ‘현실인식과 저항의식’이라는 항목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문제는 그러한 방향이 부합하지 않는 작품들이 산견되며, 또 다른 측면에서 사설시조가 지닌 특징을 거론할 수 있다는 점이라고 하겠다.
또한 저자는 사설시조의 ‘시어와 문체’도 언급하고 있는데, 그 서술이 인상비평에 그치고 깊이 있는 분석에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파악된다. 예컨대 몇몇 작품을 인용하면서, 사설시조의 문체를 ‘국어체’와 ‘국한문혼용체’ 그리고 ‘한문현토체’와 ‘이두혼용체’로 분류하고 있다. 단 2수 밖에 발견하지 못했다는 ‘이두혼용체’를 제외하면 ,그 특징이 평시조와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고전문학 어느 갈래에도 해당되는 서술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의 의도에 적합한 몇몇 작품들을 인용하면서 서술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기존의 연구들에서 거론했던 내용을 범박하게 풀어내고 있ㅎ는 정도에 그치고 있다는 점도 지적하고자 한다.
여기에 ‘개화기의 사설시조’와 ‘현대 사설시조의 양상’까지를 포함하여 다루고 있는데, 이 역시 형식만 동일하지 향유의 측면에서 노래(고전 사설시조)와 시(현대 사설시조)라는 특성이 간과된 서술이라고 파악된다. 아마도 저자 자신이 현대시조의 작가로 활동하고 있으며, 현대의 창작 활동이 고전시가의 성과를 잇고 있다는 점을 드러내고자 한 의도라고 이해된다. 전반적으로 이 저작이 사설시조에 관한 초기의 연구 성과들을 종합했다는 점에서 의미를 부여할 수 있을 듯하다. 이후 더욱 활발해진 사설시조의 연구 성과들을 고려한다면, 이 책의 내용이 앞으로의 연구사에서 진지하게 검토되기보다 그저 간략하게 언급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여겨진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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