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박선우
기사입력 2023-03-17 13:46
페이스북으로 공유 트위터로 공유 카카오 스토리로 공유 카카오톡으로 공유 밴드로 공유
복사 목록 인쇄
춘래불사춘(春來不似春) --- 박선우
화장터 나오며 벚꽃에게 물었다
봄이 맞습니까?
표정이 시큰둥하다
훅 꽃잎을 날리는데
우아한 슬픔을 부추기는 것 같다
울분을 삼킨다
허탈과 상실이 뒤엉켜 나무에 기댄다
나무의 목소리가 들린다
죽음은 봄입니까 겨울입니까
병치레 13년이니
죽음도 봄일 게다
춘래불사춘의 증후군을 앓고 있는 건
오직 살아있는 나 뿐인가
대답처럼 4월이 가고 있다
봄은 늘 우리에게 해빙의 기쁨을, 해방의 환희를 선물하곤 했다. 하지만 “병치레 13년이”면 당연히 봄이 와도 봄처럼 느끼지 못할 것이다.
올 봄은 정치의 셈법이 복잡해지고, 정치가 삶을 외면한 채 시간의 수레바퀴만 오류도 오점도 없다는 듯 태연하게 굴러간다. 다만 그 굴레에 갇힌 수많은 삶은 비포장도로에 버려진 듯 불안하다.
주변을 돌아보니 “허탈과 상실이 뒤엉켜” “춘래불사춘의 증후군을 앓고 있는 건” 나 뿐만이 아니다. 어느 누가 삶이 정치와는 무관하다고 무책임한 소문을 퍼뜨렸는가. 봄은 왔는데 봄 같지가 않다. [문철수 시인]
카페 게시글
회원 발표작품
박선우/ 서천신문 발표됨
박선우
추천 0
조회 30
23.07.27 09:39
댓글 0
다음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