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강 물이 꽁꽁 얼어 버릴 때면
언제부터인가 한강 물이 얼을 때면 어느새 내 몸과 마음도 강물이 되어 꽁꽁 얼어 버리고 맙니다.
1월 26일 아침 8시경 모처럼 눈발이 날립니다. 그저께 일요일에는 5년 이래로 가장 추운 날씨로 영하 18도를 오르 내렸습니다. TV 매체에서는 연일 한파에 대한 피해 예방과 한파 재난특보 방송을 하고 있습니다. 심지어 아파트 스피커를 통해서도 이번 강추위에 대비하여 수도 계량기등의 동파가 안되도록 당부하는 멘트도 나옵니다. 이번과 같이 한반도에 강추위를 몰고 오게 된 주된 원인으로는 지구 온난화로 인하여 북극의 빙하가 녹아 내리는데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여기서 발생하는 한류(寒流)를 벨트처럼 감싸고 있는 제트 기류가 빠르게 돌아야 하는데 완만하게 느려지므로 해서 중위도에 있는 우리나라까지 찬공기 즉 한파가 내려오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어찌 되었든지 우리나라의 제주도를 비롯하여 호남 지방엔 강풍을 동반한 말 그대로 눈폭설이 아닌 눈폭탄이 휩쓸었습니다. 며칠째 항공기가 발이 묶여서 탑승객들은 공항 로비에서 쪽잠을 자는 고역을 치르기도 했습니다. 축사가 무너져 내리고 비닐하우스가 주저앉아서 출하를 앞둔 야채 과일은 눈덩이가 됩니다.
어민들은 바다의 가두리 양식장에서 기르던 팔뚝만한 물고기가 떼 죽음을 하는 것을 바라만 볼 수 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1주일 정도 계속되는 영하의 날씨에 한강물마저 꽁꽁 얼어 버렸습니다. 한강에서 자맥질하던 그 많던 가창오리 떼는 어디로 갔는지 한 마리도 찾을 수가 없습니다. 눈 내리는 한강에는 운무(雲霧)가 아닌 설무(雪霧)가 시야를 가립니다. 하얗게 얼어 버린 한강은 완전히 빙판입니다.
젊은이가 소 달구지에 어린 아이와 늙으신 부모님을 태우고 등에는 봇짐을 메고 조심스레 걷습니다 .미끄러지는 발걸음에 하얀 입김을 뿜으며 소 고삐를 연신 잡아 당깁니다. 한 아낙네 머리에는 이불 보따리를 이고 양손에는 대여섯 살 됨직한 자녀를 놓칠새라 꼭 잡고 걷고 있습니다.
북한군의 남하를 막으려고 한강 다리를 푹파시켜 끊어진지 오래입니다. 백성들의 생사와 안위 따위는 애초부터 안중에도 없는 짓거리를 벌인 것입니다.
자유를 찾아서 남으로 남으로 내려가는 피난민의 행렬이 한강 전체를 하얗게 뒤덮어서 끝이 없습니다. 엄마 아빠의 손을 놓쳐 버린 아이들이 울며 불며 헤매이다가 어른들 발길에 채이어 나딩굽니다 .아비규환(阿鼻叫喚)이 되어 버린 와중에도 눈보라는 계속되어 앞이 안 보이도록 내리고 있습니다. 휘몰아 치는 매서운 바람에 몸 가누기도 힘에 겹습니다.
저 멀리에 내 어머니와 아버지 큰 누나 작은 누나 그리고 나와 남동생등 여섯 식구가 걸어 오고 있는 모습이 희미하게 보입니다. 다섯 살 되는 동생과 일곱 살 나의 무딘 발걸음을 누나들이 재촉하고 있습니다. 콧물과 눈물이 범벅이 되어 얼어 버린 얼굴은 새파랗게 질리고 동상으로 손가락 마디 마디는 바알갛게 부어 있습니다. 배 고프다고 다리 아파서 못 걷겠다는 나와 동생에게 돌아 오는 대답은 조금만 참으라는 핀잔만이 허기진 배를 채웁니다.
일주일만 지나면 다시 고향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말만 믿고 그냥 입은채로 맨 몸으로 길을 떠났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할머니가 싸 주신 갱엿 서너 덩어리가 전부였으니 누구를 원망하고 미워할 수 있겠습니까.
아는 이 아무도 없고, 오라는 사람, 가고자 하는 곳, 전혀 없는 낮 설고 물 설은 말 그대로 허허 벌판에 섰습니다. " 엄마 아 ~ 배 고파아 ~ " 추워 죽겠어 어~ " 참다 못한 두 녀석들이 울면서 매달립니다. 어머니는 머리에 이고 있던 보따리를 내려 놓습니다.
" 그래 조금만 참아라, 응 , 뜨거운 쇠고기국에다가 하얀 이팝을 한 그릇 말아서 먹자꾸나 " 이런 꿈 같은 대답은 언감생심입니다.
내 어머니는 눈보라에 차디 찬 무명 치마 저고리 품으로 어린 두 아들 녀석을 아무 말 없이 꼬옥 안아 줄 뿐입니다. 그칠 줄 모르는 눈물을 옷 고름으로 연신 훔치면서 목이 메입니다.
앞서 가시던 아버지가 얼마 남지 않은 엿 한 쪼각씩을 입에 넣어 줍니다. 지켜보던 누나들의 볼멘 소리에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앞만 보고 묵묵히 다시 걷습니다.
지금이라도 달려 가고픈 고향 산천이며 집을 지키겠다고 홀로 남은 할머니가 너무나 그립고 애처럽기만 합니다. 명절이면 차례상을 북녘으로 차려 놓고는 하염없는 눈물을 흘리던 내 아버지 모습이 온 가족을 울음 바다로 만들기도 합니다. 북에 홀로 남겨 놓고 떠나온 죄책감으로 그토록 괴로워 하던 아버지의 절규가 지금도 가슴을 저밉니다.
이처럼 꿈 같은 세월이 흘러 흘러 이제 여기까지 와서 섰습니다. 파고드는 눈보라와 꽁꽁 얼어붙은 한강을 바라보며는 언제나처럼 66년 전 1.4 후퇴로 피난 나오던 그 때 그 모습이 영상이 되어 가슴을 옥죄고 있습니다. 실향민인 저들의 텅 빈 가슴에는 눈물이 메마른지 오래입니다.
언제까지 이들의 시린 가슴을 저 황량한 얼음판 위에 묻어 두어야만 하는지 답답하기만 합니다. 어제도 오늘도 역시나 꿈꾸는 통일의 그 날은 대답이 없습니다.
하지만 따스한 햇살이 포근히 감싸주면 그토록 두껍게 얼었던 한강물도 스르르 녹아 버리고 맙니다. 이 세상 모든 것들 살아 있는 존재는 영원한 것은 없으며, 더구나 인간 세상 만사 역사는 항상 변화하며 바뀌게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봄이 오면 만물이 소생하며 꽃도 활짝 피게 마련 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 한반도에도 70여년 동안이나 굳게 닫혀 있는 통일의 문도 어느 날 갑짜기 활짝 열리는 환희의 순간이 오리라고 확신합니다 .
이것이 단지 우리들만의 짝 사랑이 아니며 환상만이 아니기를 두손 모아 기원합니다.
더 이상 무슨 할 말이 필요 하겠습니까.
지금 이 순간 내 눈 속으로 차가운 눈보라가 휘몰아 쳐서 들어가기도 하지만 싸늘하게 식어버린 내 가슴만은 따스하게 감싸 줍니다.
무 무 최 정 남 2016년 1월 26일
며칠 계속된 강추위로 한강물이 꽁꽁 얼었습니다. 그 위에 눈이 내려서 하얗게 설경이 아름답습니다. 올림픽 대교 북단 밑에 자전거 길과 보행자 산책로가 있는 한강공원에서 잡은 풍경입니다.
올림픽대교 북단 밑에서 한강 건너편 송파구 풍납동 근처 아파트입니다
광진교 위에서 바라본 광진교 북단 방향입니다.
광진교 위에서 북단 방향으로 아차산과 워커힐 아파트 워커힐호텔이 보이며 호텔에서는 흰연기가 뿜어져 나오고 있습니다.그리고 앞에는 광나루 자전거 연습장입니다.
올림픽 대교 북단 밑에서 천호대교와 남단 천호동 방향입니다.
눈이 계속 내리는 광진교 중간쯤에서 한강 상류인 암사대교 방향이며
광진교 위에서 드라마 IRIS를 촬영한 장소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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