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무라 카프카라고?
이상한 이름이군. 물론 너는 프란츠 카프카의 작품을 몇 편 읽었겠지? 〈유형지에서〉. 내가 좋아하는 소설이야. 세상에는 많은 작가가 있지만, 카프카 이외의 어느 누구도 그런 이야기는 쓸 수 없지."
"저도 단편 중에서 그 이야기를 제일 좋아합니다."
"어떤 점이?"
"카프카는 인간에게 주어진 상황에 대해서 설명하려고 하기보다는, 오히려 그 복잡한 기계에 관한 것을 순수하게 기계적으로 설명하려고 합니다. 그러니까……. 다시 말하면 그렇게 함으로써 카프카는, 우리 인간에게 주어진 상황을 어느 누구보다도 생생하게 설명 할 수 있습니다. 상황에 대해서 말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기계에 대한 설명으로 인간에게 주어진 상황을 잘 표현했지요."
카프카의 소설에 대한 나의 대답은 많든 적든 간에 아마도 그를 납득시킨 듯하다. 하지만 내가 정말로 말하고 싶었던 것은 전해지지 않았을 것이다. 나느 카프카의 소설에 대한 일반론을 말한 것이 아니다. 나는 매우 구체적인 사물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했을 뿐이다. 그 복잡하고 목적을 할 수 없는 처형기계는 내 주위에 실제로 존재했던 것이다. 그것은 비유나 우화가 아니다.
"위험의 종류가 다르지. 나는 운전할 때는 될 수 있는 대로 스피드를 내려고 해. 스피드를 내다 교통사고를 일으키면, 손가락 끝을 조금 베는 정도로는 끝나지 않지. 출혈을 많이 하게 되면, 혈우병 환자나 건강한 사람이나 생존 조건에는 그다지 차이가 없거든. 공평한 거지. 응고가 어떻다느니 하는 골치 아픈 일은 생각 않고 느긋하게 마음 편히 죽을 수 있어."
"겁줄 생각은 아니지만, 녹색 로드스타는 밤중에 고속도로를 달릴 때는 가장 눈에 띄지 않는 차종의 하나야. 차체가 낮고, 색깔이 어둠에 뒤섞여버리니까 말야.특히 트레일러의 운전석에서는 잘 보이지 않아서 정신을 바짝 차리지 않으면 굉장히 위헙해. 특히 터널에서는 진짜 스포츠카라면 차체를 빨간색으로 해야 해. 그래야 눈에 잘 띄니까. 그렇지만 나는 녹색이 좋거든. 설사 위험하더라도 녹색이 좋아."
마을을 통과하자 도로는 완전히 암흑으로 바뀐다. 인가가 없어지고 스쳐가는 자동차도 적어지고, 도로 폭도 차가 스쳐가기 어려울 정도로 좁아진다. 그러나 오시마 상은 라이트를 하이 빔으로 켜고 스피드를 거의 떨어뜨리지 않은 채 길을 서두른다. 브레이크와 엑셀을 교대로 밟는 횟수가 많아지고, 기어가 세컨드와 서드 사이를 왔다갔다 한다. 오시마 상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진다. 그는 운전에 의식을 집중하고 있다. 입술을 꽉 다문 채 눈은 전방의 어둠 속 한 점을 응시하고 있다.
이윽고 도로 왼쪽에 깎아지른 듯한 벼랑이 나타난다. 아래쪽에는 계곡물이 흐르고 있는 것 같다. 커브는 점점 더 심해지고, 노면은 불안정해 간다. 자동차 뒤축이 요란한 소리를 내면서 미끄러진다. 그러나 나는 위험에 대한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다. 여기서 교통사고를 일으키는 것은 아마도 오시마 상의 인생에 걸친 선택 사항에는 없을 것이다.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