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4일
[다르게 새롭게 깊게]를 꿈꾸는 천일기도 175일째
한님, 제게 일용할 양식을 주십시오, 하고 노자소감을 펼치니
《11》
바퀴살 서른 개가 구멍 하나에 모인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 수레를 쓸 수 있다.
질흙을 이겨 그릇을 만든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 그릇을 쓸 수 있다.
창을 내어 방을 만든다.
그 안에 아무것도 없어서 방을 쓸 수 있다.
있어서 이롭고 없어서 쓸모 있다.
없어서, 쓸 수 있다.
없어서, 쓸 수 있다.
없어서, 쓸 수 있다. 아, 그렇군요.
한님, 어제 저녁, 몇 달만에 동무를 만났어요. 큰 사고가 나서, 척추를 다쳤습니다. 머리 감는 것도, 발톱을 자르는 것도 아주 힘들게 되었다 해요. 앉고 서는 일도 만만치가 않고, 잠도 반듯하게 누워서 자야 한답니다. 보통 사람들이 척추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 100이라 하면 그 동무는 앞으로 45밖에는 움직일 수 없다네요. 지금은 몸조리를 잘 하고, 학교에 가서 밭농사 할 때 호미질도 하고, 머리감기도 천천히, 뭐든지 천천히, 찬찬히 하면서 지낸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어쩜, 그렇게 떨어졌는데 신경을 하나도 건드리지 않고 척추가 무너졌는지 정말 놀랍재? 진짜 멀쩡하다니까.” 동무얼굴이 맑고 밝습니다.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이 분명해서 좋다, ‘장애인’ 되었다 하며 웃습니다. 한님. 고맙습니다. 옴마니반메훔. 관옥나무보살.
첫댓글 옴마니반메훔, 관옥나무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