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루 여행기⑫ - 남태평양의 이스터섬(Easter Island)을 가다
24:00 리마(페루) 공항 출발 → 04:00 산티아고(Santiago) 공항(칠레) 도착→ 05:00 산티아고(Santiago) 공항 출발 → 10:30 이스터섬(Easter Island)(칠레) 도착
한국과 페루(14시간 시차), 한국과 칠레(12시간 시차), 한국과 이스터섬(Easter Island)(14시간 시차)
1박 2일간의 비행과 오락가락하는 세 곳의 시차로 낮과 밤이 혼돈되고, 게다가 거른 끼니와 몽롱한 수면은 공항 라운지 의자에 버젓이 드러눕게 만들었다./또한 달러 → 솔(페루) → 페소(칠레)로 사용하는 돈이 달라 환전상의 번거로움에다 환율의 손실까지 감수해야 했다. 그리고 산티아고(Santiago) 공항(칠레)은 경유지임에도 입국신고를 해야 하는 까다로움도 있었다.
10:30분경/남태평양 망망대해 한 가운데 떠 있는 조그마한 이스터섬(Easter Island)에 도착했다.
육지로부터 4,000km나 떨어진 지구상에서 가장 고립 되어 있는 외딴 섬,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이스터섬(Easter Island).
* 이스터섬(Easter Island) 지도
한국의 군 단위 버스터미널 규모의 이스터섬(Easter Island) 공항에 도착한 시간, 비가 내리고 있었다.(어제까지 많은 양의 비가 내렸다고 한다)
수하물대에서 도착한 짐을 기다리고 있는데, 부리부리한 눈, 검은 긴 머리를 양 갈래로 땋아 내린 키 멀쑥한 아가씨가 허스키한 목소리로 우리 이름을 부르며 다가왔다.
싱싱한 꽃목걸이를 걸어주며 환영해 주는 그녀는 꽃다운 23세 아가씨인 숙소 가이더였다.
수하물이 거의 마무리 되어 가는데 우리 캐리어가 보이지 않아 조금 불안해 하고 있는데, 페루 리마에서 부친 짐이 산티아고(Santiago) 공항을 거치면서 착오가 생겨 다음 비행기편에 도착한다고 공항 관계자가 설명을 했다.
*이스터섬(Easter Island) 공항
* 이스터섬(Easter Island) 공항에서 수하물을 기다리는 모습
*수하물이 다음 비행기편에 온다는 설명을 듣고 있다.
씩씩한 가이더를 따라 숙소로 향하는데 언제 비가 왔냐는 듯 파란 하늘에 해가 쨍쨍 이스터섬(Easter Island)의 곳곳을 환하게 밝혀준다.
이스터섬(Easter Island)의 풍광은 수중화산폭발로 형성된 화산섬이라는 동질성 때문인지 제주도와 흡사했다. 낮은 돌담과 집들, 현무암, 눈에 익은 녹색식물들, 아기자기 다년생 꽃들, 제주도에 여행 온 느낌이었다.
자동차로 15분 정도 소요되었을까. 주위가 아주 한적하고, 깔끔한 소담스런 집들이 옹기종기 모여 있는 곳에 정차를 하더니 그 중 한 집으로 우릴 안내했다. 개인주택을 개조한 게스트룸 형식이었다. 3박4일간 우리가 묵을 숙소라고 했다.
딸이 몇 개월 전에 심사숙고하여 예약한 태평양이 훤히 보이는 호스텔과는 거리가 먼 이미지였다. 어제 기상 악화로 비행기가 뜨지 않아 우리가 묵을 숙소의 관광객이 아직 숙소에 머무르고 있어서 숙소 입소에 차질이 생겼다고 했다./사전에 우리에게 전혀 예고 한 마디 없이 임의로 변경을 결정하고 통보하는 형식 앞에서 어이가 없었다. 답답하게도 언어소통마저 잘 되지 않아 스마트폰의 번역기로 이중 번역을 해 가며 씨름을 한동안 했다. 결국 원래 예약했던 숙소로 가게 되었다.
여행 때마다 잠자리에 특별히 신경을 써 주는 딸의 마음이 이번 숙소 문제로 인해 많이 상했으리라. 긴 여정이 주는 피곤과 몇 끼니를 제대로 챙겨 먹지 못해 몸도 마음도 많이 지쳤으리라.
실랑이 끝에 도착한 이스터섬(Easter Island)의 숙소는 다른 집에 비해 약간 오르막길에 자리한 넓디넓은 초원을 겸비한 아름다운 현대식 가옥이었다. 남태평야의 수평선은 물론 파도소리까지도 귀에 닿는 아주 쾌적하고 전망이 탁 트인 별장이었다.
*예쁜 숙소와 마당과 남태평양 바다 전망
응접실, 베란다, 침실, 주방 인테리어에서 주인의 세심함과 품격 있는 취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주인의 친구라는 45세 된 인상이 아주 순수하고 착해 보이는 프랑스인이 주택관리를 도맡아 하고 있었다. 나무랄 데 없이 훌륭한 숙소를 선택한 딸의 수고가 진심으로 고마웠다. 머나먼 타국에 와서 자의로는 아무 일도 할 수 없는 모습으로 딸의 뒤꽁지만 따라붙는 엄마가 민망했다. 그럼에도 눈 한 번 흘기지 않고 보호자 역할을 말없이 잘 해 주는 딸이 얼마나 기특하고 고마운지. 긴 시간의 비행, 숙소 문제, 배고픔으로 딸의 얼굴이 반쪽이 되었다.
연착된 무거운 짐들이 배달이 되고, 남편과 딸은 이스터섬(Easter Island)의 메인 스트리트((Main Street)에 나가 먹거리, 렌트카, 스쿠터(쿼드 바이크)렌트에 대한 정보를 알아왔다.
사방 유리창으로 자연과 어울려 상쾌함이 깃든 주방에서 쌀 씻어 밥을 하고, 고기를 굽고, 상추를 씻어 이스터섬(Easter Island)에서의 첫 식사를 하였다. 우리 옆 테이블에서 남미인인 듯한 초로의 부부가 스파게티, 야채샐러드로 식사를 하고 있었다. 두 나라간 식단이 비교가 되며 다양하지만 번거로운 한국의 한국 음식의 긴 조리과정에 생각이 미쳤다.
*이스터섬(Easter Island)에서 첫날 저녁에 먹은 엠빠나다와 돼지 갈비
내 집마냥, 내 동네마냥 아주 편안한 마음으로, 편안한 차림으로 마실을 나섰다.
면적 163.3km²(제주도 1,845km²), 인구 6,000명 내외 정도 밖에 안 되는 이스터섬(Easter Island)은 인적이 드물고 거리, 골목이 한적했다.
아들의 블로그에서 몇 번이고 들춰봤던 황홀한 일몰의 장관을 보기 위해 해변가를 거니는데 구름이 잔뜩 낀 하늘이 발길을 돌리게 했다. 중심가의 작고 예쁜 레스토랑, 카페, 가게 등을 기웃거리며 슈퍼에 들러 맥주, 채소, 계란, 고기, 과일 등을 샀다. (물, 과일, 공산품 가격이 비싸다. 아이스바(ice bar)가 한 개에 4.000원 정도. 맥주, 고기, 계란은 페루와 비슷했다. )
와이파이(Wi-Fi)가 가능한 공원에 앉아 SNS 소식, 지인들의 소식을 열어보고 읽어보며 아주 느긋하게, 저물어가는 이스터섬(Easter Island)의 첫날 저녁을 맞았다.
* 숙소에서 바라본 남태평양 바다
*숙소 바로 앞 바다로 나가는 길
* 황홀한 일몰 대신 저물 무렵의 어두워 가는 남태평양
첫댓글 일몰 무렵인데도 하늘은 어두운 빛보다 싱그런 푸른 빛과 선해 보이는 구름이 인상적입니다. 황톳빛의 길과 녹색풀들, 푸른 바다가 유화 한폭 같습니다. 고흐 그림(어디선가 본 듯하나 근거는 없는) 같다는 느낌-아마도 색감 때문인 듯함-도 들고요.ㅋㅋ
이스터섬, 이름이 참 기독교스럽군요!
이스터 섬.Easter.부활을 뜻하는 거 같은데요.이스터 에그-부활달걀..모아이 석상은 언제 등장하는지요.신비,비밀,나의 환상까지 조금은 풀릴 듯 기대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