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문정희)
문정희 시인
몸이라는 우리말을 사랑한다.
몸! 따스한 살 냄새가 나고 피와 뼈와 눈물이 스며오는 말이다. 신체, 혹은 보디(body)라는 말로는 느낄 수 없는 뭉클함이 있다.
몸은 치명적 아름다움과 욕망과 독을 지닌 신비한 복합체라고 대담집 '여자의 몸'에서 말한 바 있다. 에로스와 모성으로서 몸, 생명 주체로서 몸을 주제로 한 책이다. 오늘날 우리 몸이 타자의 시선에 날조되었는가 하면, 자본주의 유행에 따라 수시로 뜯어고쳐지는 옷감 취급을 당했음도 지적했다.
그동안 나는 유난히 몸이라는 시어에 집착했다.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온몸으로 시를 울었던 것 같다. 그만큼 몸은 내게 가깝고 절실한 주제였다. 특히 생명 창조 주체로서 몸을 노래한 시가 많은데 이는 출산을 경험하고 난 후 몸 이외에는 어떤 것도 눈에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가장 깊고 가장 비밀스러운 몸의 근원을 열고 고통의 극을 통하여 한 생명을 낳는 일은 진정 성스러운 슬픔이요, 동물적 저주의 경험이었다.
출산 후 탯줄로 연결된 어미와 새끼를 보며 하늘 아래 이보다 더한 확증은 없다고 생각했다. 환속한 성자처럼 분만실을 어기적거리며 걸어 나오며 여성으로 태어난 결핍을 비로소 털어버렸다. 오직 존재로서의 나와 존귀한 어미로 새로 태어난 나를 느꼈다.
우리말로 여성의 경도를 "몸 한다" 하고, 해산을 "몸 푼다"고 한 것은 다시 생각해 보아도 절묘하다.
"이 몸이 죽고 죽어 일백 번 고쳐 죽어…"를 비롯하여 우리 시조에는 여러 종류의 몸이 등장하고, 현대시 또한 다양한 몸을 노래하지만 태어날 때부터 몸 안에 창조의 궁을 가지고 태어난 생명 주체로서 몸을 노래한 시는 드물다.
몸! 우주를 하나로 모아 주는 우리말이다. 모든 생명은 한 탯줄로 이어진 한 몸인 것은 아닐까. 동체 대비랄까. 너의 몸이 나의 몸이다?!
첫댓글 '몸'
몸이라는 글자는 몸을
닮았다.
너의 몸이 나의 몸이다 ??
그 경지에 이른다 !
자른 탯줄을 다시 이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