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원FC, 관중 실종 ‘몸살’
2년새 235억원 투자, 지자체 참여 구단 중 최고
관중은 전국 평균의 1/3도 안돼…“마케팅만이 답”
강원FC가 홈경기 관중 부족으로 지독한 몸살을 앓고 있다.
강원의 이번 시즌 경기당 평균 관중 수는 2017년 K리그1 평균인 6천486명에도 훨씬 못 미치는 약 2000명 수준. 강원도와 구단에 따르면 올 시즌 춘천에서 치러진 홈경기 유로 관중은 총 16경기 평균 1천426명에 불과하다.
이는 프로축구 12개 구단 최하위로 K리그1에서 국군체육부대인 상주 상무의 평균관중 2천100명 보다도 낮은 수치다.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이다. K리그는 입장수입 증대를 바탕으로 한 각 구단의 건전한 성장을 도모하기 위해 올 시즌부터 유료 관중만을 공식 관중기록으로 인정하고 있다.
들어간 돈도 적지 않다. 강원은 지난해 120억원, 올해 115억원을 투자, 최근 2년 동안 235억 원을 쏟아 부었다. 이는 지방자치단체가 구단주로 참여한 시·도민구단 중 최고액이다. FC서울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직원도 고용했다. 도민 구단인 강원FC는 도민의 혈세인 도비 지원금에 의존해 운영되고 있다.
같은 기간 전북 현대에 이어 2위로 올 시즌을 마무리 지은 경남 FC가 155억원, 월드컵 스타 조현우 골키퍼의 소속팀 대구 FC가 115억원을 사용했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강원이 얼마나 많은 투자를 했는지 짐작해 볼 수 있다. 올해 40억원을 투자한 광주 FC의 무려 3배 수준이다. 광주FC는 K리그2에 소속돼 있지만 강원FC보다 많은 평균 2천400여 명의 관중이 홈 경기장을 찾고 있다.
강원FC는 지난해 시즌 6위라는 창단 후 최고 성적을 기록하기도 했지만 관중의 호응은 기대에 못미친다. 월드컵과 아시안게임 등 축구에 대한 국민적 열기가 뜨거운 와중에도 강원 홈구장의 빈 좌석은 점점 늘어만 가고 있다.
강원FC에 대한 도민들의 애착이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지난해엔 2018 평창 동계올림픽 개최 문제로 기존의 홈구장이었던 강릉이 아닌 평창에서 경기를 치르기도 했다. 이후 춘천시와 오랜 협의 끝에 현재의 홈구장으로 옮겨오게 됐다.
이런 과정이 팀에게는 결정타가 됐다. 변화를 거치며 현재의 홈구장인 춘천의 시민들 뿐 아니라 강원도 축구의 중심지였던 강릉시민들까지 마음이 떠났다. 강원은 강릉에서 치른 마지막 시즌에서 평균 유료관중 순위에서 1천355명을 동원하는데 그쳐 K리그1에 소속된 12팀 중 최하위를 기록한 바 있다. 관광지로 인기를 끌고 수도권과 교통 연계가 좋은 춘천으로 옮긴다면 반전을 꾀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지만 결과는 예상을 빗나갔다.
실제로 춘천시민들 중에서도 강원FC가 춘천에 있다는 것조차 모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춘천시민 이재빈(25)씨는 “나도 그렇고 주변 친구들도 그렇고 강원FC에 소속감을 가지고 있는 사람이 없다”며 “지역 구단이 잘 됐으면 하는 바람은 있지만 별다른 애착이 느껴지진 않는다”고 말했다. 현재 강원은 춘천과 전혀 관련 없는 외인구단 느낌이 강하다. 스토리텔링이 없다보니 당연히 홈팀 팬들의 애정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구단은 노력 중이다. 초등학교와 지역아동센터에서 축구클리닉을 진행하고 대학행사 부스 참여, 대학생마케터운영 등 시민들과 함께 하는 여러 활동을 벌이며 “도민들에게 사랑을 받기 위해” 지역 밀착 활동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구단 공식 마케터로 활동하고 있는 조남성(25)씨는 “내가 있는 지역에 프로축구팀이 있는 것은 큰 행운인데 시민들은 별로 관심이 없는 것 같다”며 아쉬움을 나타냈다.
이에 대해, 강원도 축구협회 김남식 부회장은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홈구장은 강릉에 위치하는 것이 제일 좋다”며 춘천 홈경기 ‘관중 참패’에 대한 아쉬움을 나타냈다. 김부회장은 또, “선수들의 휴식 공간인 클럽하우스나 연습장이 모두 강릉에 있어 이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한다”며 “이왕 춘천에 자리를 잡게 된 이상 지속적인 마케팅만이 답이다”고 강조했다.
송태화 시민기자
(9월 26일 열린 강원FC와 수원 삼성 블루윙즈와의 K리그 경기에서 관중들이 춘천 송암스포츠타운을 찾아 경기를 지켜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