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곳은 봄인지 겨울인지 여름인지 혼돈스러운 가운데 학교 사역의 3/4분기를 마무리 했습니다.
오전에는 싸늘한 기운이 있어 초 겨울 날씨이지만 어느덧 한 낮엔 30-40도를 오르내리기도 하고
바람이 부는 씨즌이라 강한 태풍과 비바람이 한 주를 점령하기도 합니다.
평안하시고 건강하신지요?
학교에서의 이번 분기는 그리 바쁘지 않은 시간이었습니다.
미뤘던 7학년 아이들의 지난 2년간 배웠던 총 마무리 시험을 치뤘고 이에 따른 성적에 맞추어 학교 이름으로
수료증을 주었고 7학년 아이들의 수업을 마감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오랜시간 거의 320명에서 400여명의 아이들과 매일 만나고 아이들의 삶과 생각을 지켜 본 결과...이 곳 흑인 아이들이 영어로 naughty ( 주로 아이들이 말을 듣지 않는, 제멋대로인, 나쁘게 행동하는, 버릇없는, 부적절한) 하다는 결론을 내려봅니다.
제 개인적인 감정이나 주관이 아니라 .. 대부분 남아공에서 백인들이 바라보는 흑인들의 이미지는거의 범죄의 원상이요 무식하고 .. 기피대상 1호 .. 이런 이미지로 심어지고 있는것 같습니다.
불과 몇 주전 인근 고등학교에서는 백인 학생 하나가 Apartheid 아파르트헤이드 (1948년에 백인정권에 의해 1994년까지 법률로 공식화된 인종분리) 를 다시 해야 한다고 말했다가 고등학교 흑인학생들과 부모들이 들고 일어나 한 주 동안 시위를 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사실 인종 차별은 있어서는 안되지만 .. 제3자로, 외국인으로서 바라보는 남아공의 흑인정부 그리고 인구의 80%를 차지하는 흑인들에 의한 각종 범죄와 무질서 .. 정치권 타락.. 황폐하고 게으른 경찰력.. 불안한 치안...
이 모든걸 바라보면서 .. "좀 잘하지 왜 그런 소리까지 들어가며 이렇게 엉망인지 라는 탄식이 나옵니다"
심지어는 백인들 대부분이 "흑인들은 뇌가 없다고... 자기집 개보다 머리 회전이 없다고"하는 표현도 서슴치 않고 말을 합니다.
많은 시간 교실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제가 하는 일이 단순히 흑인 타운쉽안에 컴퓨터를 통해 '컴맹 탈출'이 목적이었다면 아마 전 이 일에 보람을 느끼지 못했을 것입니다.
수많은 시간 아이들에게 전했던 이야기.. 복음을 포함해서 삶에 대한 도전..세계관..
머리회전이 되지 않아서 더하기빼기도 못하는 아이들이 미래엔 의사가 되고 싶어하고 변호사가 되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들어주며.. 그런 아이들에게 격려가 필요하고 지침서가 필요하고.. 삶의 변환이 필요하다는 ...그래서 뜸금없은 아이들의 naughty한 행동에 벌도 필요하고 꾸중도 필요하다는 마음으로 .. 아이들과 함께 하지 않았으면 단순히 컴퓨터 사역의 목적은 의미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가끔은 그런 발언을 하는 백인들에게 "너나 똑바로 하세요"라고 화도 나곤 하지만 그런 소리를 들으며 변하지 않는 흑인들의 모습에 "내가 경찰이 되서 .. 학교 정식 교사가 되어서 확 뜯어 고쳐볼까" 라는 생각도 해보고 ......화가 나기도 합니다.
이곳 흑인 정부학교에서는 그 어느 흑인 선생들도 교실에서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것 같습니다.
학교를 아끼는 마음도 없고 교실을 이쁘게 꾸밀 줄 아는 선생 하나도 없어서 쓰레기장같은 교실....100킬로가 넘는 거구에 아이들에게 과자나 팔고 .. 시간때우기 식으로 교사역활을 하는 모습이 너무 많이 화가 나고 마음이 상합니다.
경찰이 게을러서 무질서한 도로...하루가 멀다하고 생기는 강도 , 납치..살인, 범죄들...
교사가 게을러서 무질서한 흑인정부학교들...
부패한 정치권...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없지만...
더운 날 ..
아이들을 가르치다가 떠드는 아이들 때문에..
이해력이 너무 부족해서 마우스를 거꾸로 잡는 아이들 때문에..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로 들어가 뭔가를 타이핑하라고 하면 마이크로 소프트 워드라고 써있는 폴더 안에 타이핑을 하는 너무나 많은 아이들의 너무나 이해 할 수 없는 행동....
아내에게 교실을 맡기고 한참을 바깥 구석 그늘에 앉아 학교안에 들어와 있는 개와 염소들을 바라보면서 ...
"하나님이 저 아이들을 얼마나 사랑하시면 저 먼 먼 대한민국 사람인 나를 이 곳 아프리카 남아공,
이 학교에 보내셔서 .... 아이들을 가르치고.. 예배드리고.. 혼내고.. 양육하고 ..하게 하셨을까...
꼭 꼭 저 아이들이 변호사가 되고 의사가 되고 박사가 되는 모습을 보고 싶다.." 라는 생각을 하면서
다시 교실로 들어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