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탁찮은 미세먼지의 찌푸린 모습이 눈에 거슬리기는 했지만
화창한 봄날이 자꾸만 달아나는 것이 아쉬워
오늘도 버릇처럼 영인산으로 또 발길을 옮깁니다
절기도 밤낮 길이가 비슷하다는 춘분에 마침 합덕 장날이라
텃밭에 심을 새로운 묘목이라도 사러 장구경을 나가야 했건만
다급한 일도 없으면서 산쪽으로 행선지를 정한 건
장시간 컴앞에 쭈구려 앉아 고장이 난 허리를 펴주기 위해서였습니다
아산 1리 마을 안길의 산수유
아산향교
향교 앞에서 작은 능선을 사이에 두고 좌골과 우골로 계곡이 갈리는데
좌골은 관음사 계곡이고 우골은 영인사 계곡입니다
오늘도 우골의 영인사 법당앞을 지나가며
절안을 기웃거려 봅니다
영인사 법당
절에서 100여m 거리에 위치한 석불과 5층탑 주변은 발굴조사를 하는 것인지
여기저기 파헤쳐놓고 방치를 하여 볼썽 사납습니다
영인사 석불
지정별 :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 제 240호
지정 년월일 : 1984년 5월 17일
위치 : 충청남도 영인면 아산리 615
규모 : 높이 265m, 너비 87cm
재료 : 화강암
시대 : 고려시대
영인석불은 고려시대에 만들어진 것으로 추정되는 석불입상이다
머리에는 보석으로 꾸민 관을 쓰고 있고 두볼은 통통하며 귀는 목까지 내려온다
양어깨는 당당하게 벌어져 있으며 법의는 오른쪽 어깨를 드러낸 채 왼쪽에 걸쳐져 있다
옷의 주름은 닳아서 확인되지 않지만 옷자락은 배 아래까지 늘어뜨린 것으로 보인다
왼손 손바닥 위에는 동그란 보주가 올려져 있으며 오른손은 엄지와 중지를 맞댄 채로 오른쪽 가슴에 놓여 있다
불상의 목 부분에 남아있는 시멘트 흔적은 청일전쟁 때 목이 부러진채로 있던 것을
1945년 해방 후 동네 주민들이 다시 얹으면서 생긴 것이다
영인사 오층석탑
지정별 : 충청남도 문화재 자료 제 239호
지정 년월일 : 1984년 5월 17일
위치 : 충남아산시 영인면 아산리 615
수량 : 1기
규모 : 398cm
시대 : 고려 시대
영인 오층석탑은 영인면 관음사 근처 야산에서 발견되었는데 언제 만들어졌는지는 알 수 없다
다만 석가모니의 사리나 유품을 보관하기 위해 만들어진 점으로 보아 인근 절과 연관이 있을 것으로 추정될 뿐이다
이탑은 중층 구조의 받침돌과 5층의 몸돌, 지붕돌로 되어 있는데
높이 110cm로 위층 받침돌에는 연꽃을 엎어 놓은 듯한 연꽃 문양이 조각되어 있다
몸돌에는 옥신과 옥개석이 각기 다른 받침으로 조각되어 있으며 1, 2층은 3단, 3, 4, 5 층은 2단이다
옥개석의 낙수면은 완전한 기울기를 이루다가 모서리 끝 부분은
고려 시대에 흔히 보이는 위로 치켜 올라간 모습을 하고 있다
지붕돌은 노반과 복발만이 보인다
하대갑석및 상대갑석이 일부 파손되고 하대석이 없어졌지만 보존 상태는 양호한 편이다
2017년 석탑 기초부 발굴조사 결과 중앙에서 서쪽으로 이격되어 복원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2018년 공사시 석탑 기초부 중앙으로 위치를 재조정하여 복원하였다
** 영인사 주지 운봉스님의 눈에는 복원된 탑이 왼쪽으로 약간 기울었다고 합니다
계곡 길섶의 제비꽃이 봄맞이를 했습니다
부지런히 올라와 도착한 제 2연못은 바닥이 모두 드러나 버렸네요!
일부러 물을 뺀 걸까~?
꽃은 지고 잎이 올라오니 영락없이 쫑긋한 노루귀를 닮아구려!
<창고 사진. 흰노루귀>
산림복원지구의 2층 정자입니다
오늘은 매일 영인산에 온다는 평택 산꾼들도 보이지 않고 텅하니 비어 있네요
이파리가 노란 '노랑단풍 나무'도 방울 같은 꽃을 매달아 봄을 구가합니다
바라봄 언덕
동절기라 휴업중인 '스카이 어드벤쳐' 시설물은
아직 한 번도 타보지 못했습니다
산림박물관은 오늘도 패스합니다
가지가 붉어진 단풍나무 사이로 깃대봉과 연화봉을 올려다 봅니다
연화봉 오름길에서 산림박물관과 상투봉을 뒤돌아서 조망합니다마는
황사인지 미세먼지인지 싱그러운 봄 산을 흑백 사진으로 만들어 놓습니다
성질 급한 개나리도 웬일로 머뭇거리고 있고!
연화봉의 시련과 영광의 탑은
먼 곳에서도 뚜렷한 자태를 감지할 수 있는 영인산의 상징물이 되었습니다
요소요소에 쉴곳도 많이 갖춰져 느긋이만 걷는다면
영인산은 솔바람과도 살폿한 벗이 될 수 있지요!
깃대봉 턱밑에서 바라보는 신선봉입니다
길옆으로 진달래가 만발하면 화려한 꽃길이 되는 등로입니다
깃대봉 암벽과 쌍뿔탑의 연화봉도 한 컷!
영인산은 6.25 전쟁후 미군의 통신부대가 주둔하며
서해안을 경계하던 군사 요충지이기도 했었으나
약 30여년 전부터 통신 부대가 철수를 했습니다
이제는 레이다로 감시하던 시기를 벗어나
위성에서 들여다 보는 첨단 기술이 있으니 레이다 기지들은 무용지물이 됐지요
깃대봉 정상부에 새겨진 영인산 각자(음각)
조망이 빼어 난 깃대봉은
평택지역과 인접한 아산호를 경계로 넓은 들판이 형성돼 있고
좌우에 입암산과 고용산을 이웃처럼 거느리고 있습니다
지나온 산림 박물관 뒤로 솟은 상투봉 너머에는
온양시내와 설화산, 광덕산이 묵직하게 펼쳐집니다마는
요즘은 미세먼지로 잘 식별이 되지 않습니다
쉬려던 발걸음을 채근하여 신선봉으로 향합니다
깃대봉에는 그늘이 없어 궁둥이 붙이기가 적합하지 않으니까요!
신선봉 가는 길의 조망터
입암산과 십교호 제방이 훤한 곳입니다
신선봉 정상의 2층 전망대에서
아름다운 cc 옆으로 뚫리는 평택 - 부여간 고속도로 공사장을 당겨 봅니다
그 너머에는 현대자동차 아산 공장이 자리하고 있구요
미군 초소였던 단층 건물과 깃발없는 깃대봉
초소는 한여름에 나무수국꽃이 풍성한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신선봉에서는 삽교호 주변의 평야지대와
신창들녁을 적시는 곡교천도 시원하게 펼쳐집니다만
역시 아쉬운 그림이 되고 마네요
계단밑의 갈마가지 나무꽃
올괴불 나무와 비슷하기는 하지만 느낌상 약간 달라보여요
우람한 소나무 밑에 평상을 갖춘 신선봉 쉼터에서
잠시 쉬어 갑니다
길목을 지키는 수문장 소나무 밑을 지나면서는 그늘맛도 봅니다
강청골 계곡
산성길의 956계단을 내려 갑니다
무너져 있던 산성을 복원한 것은 10년쯤 되는데
숨차게 오르내렸던 옛 산길이 아직도 생각나는 건
단순히 추억때문 만은 아닙니다
고소 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가파른 계단을 내려설 때 오금이 저리거던요 ㅎ
바람모지를 피한 양지쪽의 진달래들이 계단길 주위에 활짝 피었습니다
계단을 밟고 내려와 삼거리에서 잠시 망설입니다
결국 강청골 계곡과 닫자봉은 포기하고
박물관 아래 임도로 연결되는 바윗길로 진행합니다
바위에 뿌리를 내리고 사는 강인한 소나무가 궁금하기도 했고
바라봄 언덕밑의 진달래 상태도 확인하고 싶었거든요
마삭줄인데 내가 아는 마삭줄꽃과는 많이 달라서 확인을 해봐야겠습니다
식물원 옆의 잘 다듬어진 철쭉밭 홍매는 외로워 보입니다
겨우내 온실의 보호를 받고 있는 선인장들은 아직 꽃을 피우지 못했습니다
두 개체만이 가까스로 꽃잎을 보여주더군요
수목원 근처의 목련밭도 일부만 꽃이 피었고
대다수의 나무들은 때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노랑단풍 나무꽃
히어리
수목원의 매화
호랑버드 나무
관음사 계곡으로 내려오며 나무둥치에 숨듯이 피어 난 제비꽃은
낚시제비꽃이 아닌가 어림해 보구요
관음사
많이 퇴락된 모습이지만 오랜동안 골짜기를 지켜온 년륜이 있는 절입니다
마당가에는 부도비와 마애불도 세워져 있습니다
노란 산수유꽃은 아무래도 봄을 가장 강력하게 상징하는 꽃인가 봅니다
눈이 부실 정도로 화려한 황금색을 지녔거든요
여민루
옛 관아였던 영인 초등학교 운동장 한켠에
허리굽은 노송이 지팡이를 짚고 아이들을 지켜보며 살고 있습니다
나이로 치면 은행나무가 제일 어른이겠지요
수령 300년이 넘은 이 나무는 동헌에서 민초들을 다스리던 옛 사또님들의 면면과
관아가 헐리고 학교가 들어서는 모습도 모두 보았을겝니다
산행을 끝내고 옛 영인고을의 시장이었던
조영출 특화거리를 지납니다
명암 조영출은 1913년 아산 고을에서 태어 난 인물로
한국 가요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명곡들을 작사한 작사가이자 시인입니다
그는 해방 후 이승만 정권이 좌익과 신지식인들을 탄압하자 월북하여
교육문화성 부상, 예술총동맹 중앙회 부위원장을 지냈고
그 이유로 남한에서는 그가 작사한 곡들이 금지곡이 되어
일반 백성들에게는 잘 알려지 않은 인물이었다고 합니다
지금도 많은 가수들이 불렀던 그의 노래는
꿈꾸는 백마강, 선창, 낙화유수, 바다의 교향시, 아주까리 등불, 고향초 등
주옥같은 작품들이 우리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산행을 끝내고 버스로 다시 삽교호 관광지 터미널로 돌아왔습니다
터미널 앞의 소나무 그늘에도 붉은 진달래가 봄맞이를 해주고 있더군요
봄이 보여주는 많은 구경꺼리들로 행복했던 하루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