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 사랑을 노래하다
사랑, 면허는 있니?- 안전거리
김정연
1
끼어들까 놓칠세라 바싹 붙어 따라간다
건널목 점멸신호에주춤대다 멈출 줄이야
禦어禦어禦어 브레이크도 소용없네 그만 ㅋㅗㅏㅇ
2
임계거리 그 밖에서 흔들리며 흔들며 간다
교차로 노란 신호에내빼듯 건널 줄이야
虛허虛허虛허 바라만 보네 멀어지는 너 너 너
사랑의 안전거리는 어느 정도가 알맞을까요?
김정연 시인의「사랑, 면허는 있니?」에서 그 답을 유추할 수 있습니다.
‘끼어들까 놓칠세라 바싹 붙어 따라가’다가 ‘브레이크도 소용없’이 ‘그만 ㅋㅗㅏㅇ’ 부딪혀
이제까지 맺어온 관계는 박살이 나버렸군요.
너무 가까이 붙어있다가 생긴 불상사입니다.
서로 회복하기 힘든 관계를 ‘쾅’자를 파자로 표현한 ‘ㅋㅗㅏㅇ’이 참 아프게 와 닿습니다.
가까운 거리를 유지하려다 실패한 시적화자는
이제 ‘임계거리 그 밖에서 흔들리며 흔들며 가’다가 다시 깜박이는 노란 신호를 만납니다.
당연히 이제까지의 경험으로 봐서 ‘너’가 교통신호를 지켜 멈출 줄 알았지만
무심한 ‘너’는 ‘내빼듯 건’너 가버립니다.
순식간에 멀어지는 너를 보며 ‘虛허虛허虛허’ 실소를 하는 중에
너는 차츰 나의 시야에서 벗어나 결국 사라지고 맙니다.
차와 차의 안전거리가 날씨와 도로 사정에 따라 다르듯이
사랑의 안전거리도 각각 주어진 상황에 따라 다를 수밖에 없다는 거죠.
시인이 화두처럼 던져주는 이 시를 읽으며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과의 거리,
즉 안전거리에 대해서 다시 생각하게 됩니다. 당신의 사랑은 지금 안전한가요?
출처: 부산시조시인협회 원문보기 글쓴이: 하정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