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비타 시쿠 / 김선미 시

나비타 시쿠   아이에게 장난감 덤프트럭을 사준다 아메리카에서 온 나비타 시쿠 덤프트럭 1:50 실제 중장비 자동차를 축소시켜 만든 미니 볼보, 덤프트럭을 사고 보니 포클레인이 필요할 것 같아 1:87 다이캐스트 금속과 플라스틱 부품으로 만든 시쿠 포클레인도 하나 산다 디테일이 살아있어 창문도 열리고 위아래가 따로 돌기도 하지만 반짝반짝 빛나고 별도 그려져 있어 백년이고 천년이고 오래 갈 것 같지만 오늘 뉴스엔 11개월 된 아이를 고모가 창밖으로 던져버렸다는 뉴스가 뜨고 고모는 세상 어디에나 많다 나의 고모는 머리가 아프다며 누군가의 장례식장에서 울고 있어 나는 죽은 아빠가 생각났다 밥상을 차리던 아이 엄마는 백년이고 천년이고 어떤 마음으로 살까 그 아이는 전생을 다 살다 간 걸까 모래 놀이하기엔 적합하지 않은 것 같아 장식장에 놓여야 할 것 같아 나는 인터넷 쇼핑으로 플라스틱 부추카 라이노 덤프트럭을 하나 다시 주문한다 아메리카 덤프트럭보다 10배 쯤 크고 5배쯤 싼 플라스틱 덤프트럭을 아메리카에서 온 덤프트럭과 포클레인 곁에 나란히 놓고 보니 플라스틱 덤프트럭으로는 부족할 것 같아 플라스틱 포클레인을 주문한다 그런데 플라스틱 포클레인이 플라스틱 덤프트럭에 비해 너무 커 난감해하고 아이는 아무거나 줘도 잘 노는데 모래만 있으면 잘 노는데 나는 뭔가 꼭 맞는 게 있을 것 같아 아메리카에서 온 디테일이 좋고 창문이 열리는 미니 장난감과 우리나라에서 생산된 창문이 열리지 않는 커다란 플라스틱 장난감과 나는 우주 미아처럼 종일 떠돌고 있다   2024년 <다층> 여름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