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투> (니콜라이 고골)를 읽고 (jungbh02151)2022. 3. 15.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1800년대 초반 러시아 뻬쩨르부르그에서 하급 관리 집안에서 태어났는데, 이름을 지을 때부터 아버지 이름을 따서 그의 운명 또한 그의 조상들을 따라갈 것임을 암시하고 있다. 결국 그는 9급 관리가 되었고, 자신의 일인 정서하기는 정말 열심히 하고 좋아하고 잘했지만 다른 능력이 전혀 없었다. 인간 관계도 맺을 줄 모르고, 주변머리가 없어 친구도 없고, 그래서 9급 관리인 동료들에게조차 조롱과 무시를 당하고, 결혼도 못하고, 승진을 시켜 준대도 새로운 업무조차 처리할 수 없어 고사하며 만년 말단 9급 관리로 살다 보니 월급이 적어 인간다운 품위를 누리기 힘든 상황이라 ‘옷 차림에도 신경 쓰지 않고 음식 맛에도 신경 쓰지 않고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내며’ 자기 일과 자신만의 방에서 그냥 우물 안 개구리처럼 자족하는 사람이었다.
p62 급기야 사람들은 그가 제복을 입고 이마가 벗어진 모습을 한 채 9급 관리가 되기 위해 이미 완전한 준비를 하고 세상에 태어난 것처럼 보인다고 믿게 되었다.
p63 그처럼 자신의 일에 충실한 사람을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 단순히 열성적으로 일한다고 말하는 것만으로는 부족했다. 아니, 그는 애정을 갖고 근무했다.
p64 그는 옷차림에도 전혀 신경을 쓰지 않았다. ~ 그는 날마다 일어나는 사건에 전혀 관심을 두지 않았다.
p65 집에 돌아오면 정확히 같은 시각에 식탁에 앉아 수프와 양파를 곁들인 쇠고기를 무슨 맛인지도 모르는 채, 음식에 파리가 붙었든지 무슨 이상한 것이 잘못 빠져 있든지 전혀 신경 쓰지 않고 먹어 치웠다.
p66 한 마디로 다들 기분 전환이나 하려고 애쓰는 그 시간에도 아까끼 아까끼예비치는 즐거움과는 거리가 먼 시간을 보냈다. ~ 400루블의 급료로 자신의 운명에 민족하며 살아가던 한 인간의 평화로운 삶은 그렇게 흘러가고 있었고 아마 또 그렇게 순조롭게 말년을 맞이할 수도 있었을 터다. ~ 인간이라면 누구나 겪곤 하는, 삶의 길에 뿌려진 갖가지 큰 불행이 없었더라면 말이다.
이렇듯 평화로웠던 그에게, 그러던 어느 날,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불행이 그에게 닥쳤다. 그의 낡은 외투가 구멍이 나서 더이상 수선도 불가능하게 되어 새 외투를 맞춰야 했는데, 그게 너무 비싸서 그는 ‘일 년 동안 생활비를 아끼기 위해 저녁마다 마시던 차도 끊고, 저녁에 촛불도 켜지 않고, 구두 밑창이 닳지 않도록 살살 걸어 다니고, 세탁 맡기는 것도 줄이고, 집에서는 속옷도 안 입고 목면 가운만 걸치고, 저녁을 굶는’ 등 갖은 노력을 다해야만 했다. 그래도 새 외투를 장만하려고 노력하는 동안은 희망에 들떠서 생기가 돌았다. 결국 새 외투를 입고 첫 출근을 하는 날, 동료들이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해 주고, 파티를 열라고 해서 머뭇대자, 옆에 있던 계장 대리가 자신의 명명일이라고 자기 집에서 파티를 한다고 해서 그 집에 가게 되고, 거기서 저녁 식사를 하고 샴페인을 마시자 기분이 들떠서 집으로 가던 길에 어둠 속에서 콧수염이 난 강도를 만나 하루만에 새 외투를 빼앗기고 말았다. 그래서 경찰서에 가서 신고를 했으나 별 소용이 없어 주위의 권유로 고위층 관리인 장관을 찾아갔으나 장관은 친구한테 자신의 지위를 과시하기 위해 가엾은 아까끼를 그의 희생양으로 삼고 말았다.
p89 그도 마음은 선량하여 동료들에게는 친절하고 좋은 사람이었는데, 장관이라는 직위가 그를 완전히 바꿔 버렸다. 장관직을 얻은 다음부터 그는 혼란에 빠져 갈팡질팡하더니 어떻게 처신해야 할지 완전히 갈피를 잡지 못했다. 비슷한 지위의 사람들 사이에서는 여전히 점잖고 예의 바르게 행동했으며, 대부분의 경우 현명하게 처신했다. 하지만 자신보다 한 직급이라도 아래인 사람들과 함께하는 자리에서는 아주 졸렬할 정도로 단순해졌다. 그 자신도 이를 깨닫고 훨씬 더 재미있는 시간을 보낼 수도 있었을 텐데, 라고 아쉬워 할 정도였다. 종종 그의 눈에서 재미있는 대화나 무리에 끼고자 하는 간절한 소망을 읽을 수 있었지만 그의 생각은 정체되어 있었다. 너무 넘치게 베푸는 것은 아닐까, 너무 격이 없어지지 않을까, 그러다가 품위가 손상되지 않을까? 하는 사고방식 탓에 그는 한결같이 침묵을 지켰고, 가끔 짤막하게 한마디씩 내뱉는 말이 전부였으므로 결국에는 따분한 인간이라는 오명을 얻게 되었다.
p96 그도 동정심을 느낄 줄 아는 사람이었다. 항상 관등이 마음에 걸려 표현을 못할 뿐이지 여러 가지 선행을 하는 마음씨를 지니고 있었다.
결국 아까끼는 외투를 빼앗기고, 도둑을 잡아 달라고 고소를 하는 과정에서 장관으로부터 심각한 언어 폭력을 당하고 상심과 충격으로 죽어 버렸다. 세상에 아무런 흔적도 남기지 않고 가족도 친구도 없이. 아까끼에게 외투는 무엇일까? 생존에 꼭 필요한 필수품이다. 외투를 빼앗긴 것은 생활비가 없다는 것과 똑같다. 돈은 곧 자존심이자 자신감이다. 돈 없이 그 추운 겨울을 어떻게 버티나. 돈이 부족했던 그는 자신에게 닥친 시련에 어쩔 줄 몰라 하다가 멘탈이 약해져 상관의 언어 폭력에 그만 맥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여기서 ‘사교계에서 고결하고 정직하다고 인정받는 사람들조차 자신보다 조금 못난 사람을 조롱하는 잔인하고 무례한’ 관리 사회의 갑질 문화를 엿볼 수 있었다. 왜 선량했던 장관은 강자에게는 약하고 약자에게는 강한 인간이 되었을까? 자신의 사소한 권위의식이 다른 사람에게는 죽일 수도 있을 만큼 치명적인데 말이다.
아까끼가 죽은 뒤에도, 콧수염 난 도둑이 계속 남의 외투를 훔치자, 사람들은 아까끼의 원혼이 유령이 되어 복수를 하는 것이라는 소문을 퍼뜨렸다. ‘아무에게도 인정받지 못한 인생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으려는 듯 아까끼가 소동을 일으킨다는 환상적인 결말을 맺게’ 되면서 ‘어느 누구의 보호도 받지 못하고, 어느 누구에게도 소중한 존재인 적 없는, 누구의 관심도 받지 못한 심지어 흔해 빠진 파리도 바늘로 찔러서 현미경으로 들여다보는 일도 소홀히 하지 않는 자연과학자의 주의조차도 끌 수 없었던 존재’였던 아까끼의 존재감이 죽어서야 빛을 발하게 된다.
나는 아까끼의 불행이 물질보다 정신적인 부족이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래도 그는 9급 관리가 아닌가. 그보다 못한 사람인 재봉사도 결혼도 하고 자식도 키우고 살아가는데 말이다. 그러나 그의 잘못이 아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돈이 없고 주변에 지지해 주는 사람도 없으면 뜻밖의 위기 상황에서 무너질 수밖에 없다. 작가는 이처럼 부족한 인물을 주인공으로 삼아 비극을 극대화함으로써 당시 러시아의 관료사회를 비판하고 있다. 아직도 이런 사회 문제는 여전히 존재하고 있으므로 이처럼 선하지만 현실적응능력이 떨어지는 사람도 존중을 받는 사회가 되길 바래본다.[출처] <외투> (니콜라이 고골)를 읽고|작성자 jungbh02151
첫댓글 아까끼가 살았던 때로부터 200여 년이 지나 물질은 더 풍부해졌지만, 민생을 외면하는 정치가들은 여전히 자기 안위를 위해 복무하고 눈먼 민중은 어리석게도 부조리한 세력에게 권력을 갖다바치고 후회하고 똑같은 잘못을 또 저지르는 세상이다. 숨이 막히고 가위눌린 듯 답답할 때가 많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