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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로 다른 전공의 다양한 연구자들이 하나의 주제로 글을 작성하여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책의 서문에 해당하는 글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 책에 참여한 필자들은 ‘다양한 분야의 전공자들이 함께 공부하기 위해’ 서로를 묶어줄 ‘공통 텍스트’로서 ‘들뢰즈와 가타리의 <안티오이디푸스>’를 선택했다고 한다. 그렇기에 ‘들뢰즈/가타리와 사유하기’라는 부제를 덧붙이면서, 원전(텍스트)의 사유를 바탕으로 각자의 관심 분야에 접목한 결과물이 바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이라고 이해된다. 아울러 필자들이 작성한 글들을 각각 ‘얼굴’과 ‘국가’ 그리고 ‘사건’이라는 표제로 분류하여 수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국내에서 <천개의 고원>이라는 저서가 번역되어 소개되면서, 다양한 분야에서 여기에 근거한 ‘탈주’와 ‘유목’의 개념으로 근대 이후의 문제를 진단하려는 움직임이 일어났던 것으로 기억된다. 주지하듯이 유럽의 사상계는 ‘이데아’ 혹은 ‘신’이라는 절대적 존재를 상정하여, 그들과의 관계 혹은 그것들과 구별되는 개념들로 현실을 분석하려는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들뢰즈/가타리의 관점은 대중들이 지배적인 규율이나 한정된 벗어나는 ‘탈주’가 중요하며, 제도와 권력에 얽매이지 않고 떠돌며 사는 ‘유목’의 가치가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였다. 그렇다면 이 책의 저자들이 주제로 내세운 ‘얼굴’은 개인의 주체성을 드러내는 표지이며, ‘국가’는 강력한 힘으로 통제를 가하는 권력에 해당한다고 이해된다. 여기에 ‘사건’은 그로부터 벗어나려는 움직임 정도로 해석할 수 있을 듯하다.
먼저 ‘얼굴’로 규정된 1부에서는 모두 3편의 글이 수록되어 있는데, 각각 영화와 미술(조형예술) 그리고 한국문학(카프 문인)의 주제들을 분석한 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2부의 ‘국가’에서는 마르크스 사회 구성체론을 들뢰즈와 가타리의 관점에서 논하는 글과 함께, 해방 이후 ‘좌익 측 민족문학론’을 분석하는 논문이 배치되어 있다. 아직 들뢰즈와 가타리의 개념들에 익숙하지 않은 상태에서, 각각의 주제들이 그들의 개념으로 분석할 때 기존의 관점과 어떻게 다를 수 있는지에 대해서 충분히 이해하지 못했음을 전제하고자 한다. 관심 분야인 한국문학에 초점을 맞출 때, 일제 강점기 카프에 소속되었던 문인들의 활동이나 해방 이후 민족문학론에서 주장하는 인민성 등에 대한 논의는 이미 다양한 결과물로 제출된 바 있다. 새로운 관점으로 접근했다는 방법론을 감안하더라도, 기존의 성과와 다른 점이 무엇인지가 뚜렷하게 드러나지 않았다고 여겨진다.
마지막 3부의 ‘사건’이라는 항목에서는 모두 4편의 결과물이 수록되어 있는데, 주로 유럽의 철학자인 화이트헤드의 사상을 들뢰즈의 관점과 비교하는 내용들이었다. 이들을 엮어 소개한 학자(앙드레 클루츠)의 글을 번역하여 수록하면서, 3명의 연구자가 두 사상을 연관성을 탐색하는 내용들을 결과물로 수록하고 있다고 하겠다. 질서(코스모스)와 혼돈(카오스)을 결합한 ‘카오스모스’라는 개념, 그리고 각각 ‘시간론’과 화이트헤드와 들뢰즈의 ‘대화 가능성의 모색’이라는 주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실상 화이트헤드나 들뢰즈의 개념들이 익숙하지 않은 상황에서, 이 책에 수록된 글들을 제대로 이해했다고 자신할 수 없음을 자인할 수밖에 없다고 하겠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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