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현듯(오은)이 추천하는 책 『외투』 니콜라이 고골 저 / 이항재 역 | 문학동네
단편소설입니다. 그림이 들어가 있기도 하고, 단편소설 치고는 분량이 있는 편이어서 이렇게 한 권으로 만들어졌어요. 이 작품이 나올 당시 러시아 문학은 시가 대세였다고 해요. 푸슈킨부터 시작해 우리가 익히 들어서 알고 있는 러시아 시인들의 시가 대단히 부흥했는데요. 니콜라이 고골 덕분에 산문의 시대로 왔다고 평가를 하기도 하더라고요. 국내에서 2011년 11월에 출간된 책을 2021년 11월에 읽었거든요. 10년의 터울이 무색할 만큼 지금 읽어도 참 좋은 책이었어요. 고전이라고 하면 딱딱한 것, 좋다고 말하지만 아무도 읽지 않는 것 등으로 생각하잖아요. 그렇지만 고전이 가지고 있는 미덕이 있죠. 시대가 흘러도 항상성을 가지고 그 시대에 결합해서 이해할 수 있는 여러 이야기들이 있다는 점이 그렇고요. 물론 여성에 대한 인식처럼 재고해 볼 것들이 많이 있지만 다루는 주제, 말하고자 하는 바, 이런 것들만 생각했을 때는 고전이 왜 계속해서 읽히는지 알 수 있어요.
주인공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9급 문관이에요. 필사 일을 하는 사람이고요. 묵묵하게 하루하루를 나는 사람이에요. 그는 아주 단조로운 생활을 하죠. 출근해서 하루치 필사를 하고, 집에 와서도 간단히 밥을 먹은 뒤 남은 필사를 하다가 잠이 들어요. 그가 일하는 곳은 러시아의 페테르부르크인데요. 겨울에 엄청 추운 곳인데 그의 외투는 얼마나 입었는지 너무 얇아진 거예요. 겉감을 덧대도 더 이상 그 두께를 늘릴 수 없을 만큼 해졌어요. 그제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새 외투를 마련하기로 결심을 합니다. 자기 연봉의 절반에 가까운 액수를 들여 외투를 맞추죠. 얼마나 소중하겠어요. 그런데 결국 강도를 만나고요. 강도들이 그를 흠씬 패고 외투를 훔쳐 달아납니다. 아카키는 크게 상심하고, 시름시름 앓기 시작해요.
외투는 과연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라는 질문을 던질 수 있을 텐데요. 어쩌면 이 사람에게 외투란 나 자신이 꿈꿀 수 있는 최대치의 행복이 아니었을까 싶더라고요. 이 행복이 누군가에 의해서 사라져버렸잖아요. 그럼 더 이상 살 이유가 없어지는 거죠. 어떤 것을 원해서 겨우 얻었는데 이것을 한순간에 잃어버렸을 때의 상실감이 사람을 죽음에 이르게 할 수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줄거리를 말씀드렸지만 끝부분은 하나도 말씀 안 드렸거든요. 끝까지 다 읽으셔야 이 소설의 완결이 되니까요. 함께 읽어보시면 좋겠어요. 아마 읽으면 저처럼 왜 이제야 만났을까, 생각하시는 분들도 계실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