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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명 새주소 머리가 어지럽다
배우리
한국땅이름학회 명예회장
국토교통부 국가지명위원
1. 도로명 주소의 사용
도로명과 건물번호로 변경하는 '도로명 주소' 사용이 2014부터 전면 시행됨에 따라 지번 중심 주소의 기준이 바뀌었다.
도로명 주소는 1996년부터 정부에서 추진되어 온 정책인데, 그 동안 여러 차례의 과정을 거쳐 2014년 1월 1일을 기준으로 하여 전면 시행하게 되었다.
도로는 폭에 따라 대로(폭 40m, 8차로 이상), 로(12∼40m 또는 2∼7차로), 길(기타 도로)로 나뉜다.
도로번호는 서→동, 남→북으로 진행되고 20m 간격으로 건축물 순서대로 도로의 왼쪽은 홀수, 오른쪽은 짝수 번호가 부여된다. 한편, 도로명 주소는 사람이 거주하는 건물에만 적용되므로 임야ㆍ논밭과 같이 사람이 살지 않아 건물도, 도로도 없는 곳은 예전처럼 지번을 사용해 부동산 등을 관리한다.
도로명 주소로 바뀜에 따라 공문서부터 주민등록증까지 일상생활에서 사용되는 주소는 모두 도로명 주소로 변경된다. 단, 토지대장이나 등기부 등 부동산 관계 문서에서는 토지 소유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번을 계속 사용한다. 부동산 매매계약 때 부동산의 소재지를 적을 때는 지번을, 부동산을 사고파는 사람의 주소는 도로명 주소를 쓴다. 공공기관에서 사용하는 문서의 경우 2012년 1월부터 도로명 주소를 일괄적으로 써 왔지만, 주민등록증이나 운전면허증의 경우 새로 발급하거나 갱신할 경우에 도로명 주소 즉 새주소를 쓰게 되어 있다.
2. 도로명 주소 체계 전환의 배경
기존의 지번 주소 체계를 뒤엎고 새로이 도로명 주소를 사용토록 한 배경은 무엇일까?
행정안전부에서는 그 동안의 지번 주소 체계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라며 그 문제점을 다음과 같이 들었다.
-행정동과 법정동의 이원화 / 상호 1:1로 대응하지 않아 사용자에게 혼선을 초래
-도시화로 인한 지번의 연속성 결여 / 600번지 옆에 1200번지가 존재하는 등
-경로안내와 위치안내의 기능 저하 / 하나의 지점을 표현하기가 곤란하여 인근의 도로사항 등을 파악하기 어려움
이를 해소하기 위해 도로명을 중심으로 하는 새주소를 설장하게 됐다면서 그 도입 배경과 기대 효과를 다음과 같이 들었다.
-100년간 지속되어 온 지번 주소의 문제점 해소
-20세기의 물류-정보화 시대에 맞는 위치 정보 체계의 도입
-국민 생활 양식의 일대 전화혁신을 기하고 국가 경재력을 강화
결국 이렇게 해서 앞으로 우리 나라는 도로명 주소 체계로 나가게 되었는데, 그간 정부에서 추진해 온 과정을 보면 여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여 왔음을 알 수 있다.
1996.07.05 | 도로명주소 제도 도입결정(국가경쟁력강화기획단) |
1996.11.02 | 내무부에 실무기획단 구성 (국무총리훈령) |
1997.01.01 | 시범사업추진(강남구, 안양시, 안산, 청주, 공주, 경주시) |
2001.01.26 | 지적법에 도로명 및 건물번호부여 관리에 관한 근거 마련(제16조) |
2002.09.24 | 『50대 활용방안』마련 |
2004.03.02 | 국가물류비절감대책 보고(재경부) -도로명사업을 동북아물류중심국가건설 로드맵 대상으로 선정 |
2004.05.17 | 도로명사업의 중.장기 발전방안 수립 |
2005.01~04 | 도로명사업 정책품질분석(국무조정실) |
2005.09.14 | 도로명사업 혁신전략 수립 |
2005.10.28 |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안』 국회발의 |
2005.12.29 |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 계획 수립 |
2006.03~12 |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1단계 사업) |
2006.10.04 |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 제정공포 |
2007.04.05 |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 시행 |
2007.04~11 |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2단계 사업) |
2008.04.14 | 『도로명주소 등 표기에 관한 법률』및 시행령 개정 |
2008.06~12 |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3단계 사업) |
2009.03~11 | 도로명주소 통합센터 구축(4단계 사업) |
2009.04.01 | 도로명주소법 개정 (제명 변경 등) |
1997~2010.10 | 도로명주소 시설물 전국 설치 완료 |
2010.10.27~11.30 | 도로명주소 예비안내 |
2011.03.26~06.30 | 도로명주소 전국 일괄 고지 |
2011.04~12 | 도로명주소 정보화 사업(국가주소정보시스템 구축) |
2011.07.29 | 도로명주소 고시 |
2011.08.04 | 도로명주소법 및 시행령 개정 |
3. 도로명 주소 전환의 시작
도로명 주소 체계는 1996년부터 추진해 온 사업이다. 그 초기에는 지자체와 주민들의 큰 반대는 없었다. 오히려 ‘말죽거리길’, ‘삼봉로’ 등의 길이름들을 보고는 옛 땅이름들이 되살아나는 것에 찬성의 뜻을 보내는 사람이 많았다. 경북 경주시만 하더라도 당세는 솔뱃등길, 숲머리길, 능말길, 안말길, 매끝길, 가맷길 등 정겨운 이름들이 많아 많은 이들이 이제야 우리 동네의 길이름들이 제 이름을 찾는 것이라며 환영하였다.
당시 각 지역의 도로명 감수를 한국땅이름학회에서 해 준 내용들을 보아도 아름답고 정이 듬뿍 담긴 우리 이름들이 많았다.
*서울 강남구 / 학실길, 사도감길, 학봉길, 논고개길, 청숫골길, 갯벌길, --
*서울 강동구 / 명일원길, 토성안길, 기리울길, 가래여울길, 기리울길, 당말길, --
*서울 강북구 / 소귀골길, 솔마루길, 능안길, 무너미길, 가오리길, 아리랑길, --
*서울 관악구 / 꽃나래길, 호리목길, 돌다리길, 자라산길, 복은말길, 탑골길, --
*서울 광진구 / 광나루길, 성황당길, 배나무밭길, 송학길, 진고랑길, --
*서울 구로구 / 가늘골길, 잣절길, 뱀새길, 주막골길, 누골길, 덕고개길, 범바위길,…
*서울 금천구 / 말뫼길, 모아래길, 방아다리길, 탑골길, 배나무길, 돌박재길, --
*서울 노원구 / 쇠귀길, 벼루말길, 찬우물길, 배나무길, 방아다리길, 새밭길, --
*서울 도봉구 / 쇠귓길, 쌍갈문길, 솔샘길, 다락원길, 쌍갈문길, 샘말길, 무수울길, --
*서울 동대문 / 용머리길, 방아다리길, 원말길, 성너머길, --
*서울 동작구 / 소댓길, 벌나루길, 서달산길, 절고개길, --
*서울 동작구 / 절고개길, 흐리목길, 살피재길, 가칠목길, 검은돌길, 비개길,… --
*서울 마포구 / 새창길, 박우물길, 삼개길, 개바위길, 애오개길, 동막길, --…
*서울 서대문 / 연서내길, 응달말길, 솔가제길, 응달말길, 창내길, 느티나무길,… --
*서울 성동구 / 솔마잘길, 중똘개길, 장한벌길, 널우물길, 무수막길, 솔마장길, --
*서울 송파구 / 주억다리길, 방아다리길, 숯내길, 돌마리길, 쌀섬여울길,… --
*서울 양천구 / 방아다리길, 설모래길, 들마루길, 오목내길, 등마루길, 방아다리길, --
*서울 영등포 / 진등개길, 양화나루길, 당재길, 너벌섬길, 모랫말길, 안당산길, --
*서울 용산구 / 돌모루길, 배다리길, 부룩배기길, 단우물길, 새남터길, 바우독길, --
*서울 은평구 / 역말길, 독바위길, --
*서울 종로구 / 배오개길, 사자바위길, 피마길, 다락길, --
*서울 중랑구 / 먹골배길, 주막거리, 들머리길, 등생이길, 마당바위길, 외굴다리길, --
*서울 중구 / 단우물길, 박우물길, 버티고개길, 새경다리길, 붓길, 홰나무길,… --
*부산 금정구 / 오시개길, 안뜰길, 두실길, 고분길, --
*부산 수영구 / 장대골길, 먼물샘길, 범바위길, 배산고개길, --
*부산 영도구 / 맛머리샘길, 참우물길, 참샘길,쪽박샘길, 찬새미길, 논골길 --
*부산시 남구 / 못골길, 옥전길, 용소길, 샘물길, 송선길, 갓골길, --
*부산시 동구 / 오바골길, 관골길, 농막길, 새터길, 따박고개, 널박길, 소막걸길, --
*대구 수성구 / 샘골길, 개미마을길, 당나무길, 쌀더미길, 지슬길, 느지샘길 … --
*대구시 동구 / 새터길, 장안길, 동문길, 안평길, 큰고개길, 정구지길 …--
*대구시 중구 / 달구벌길, 반고개네거리, 거북바위길, 건들바위길, 재마루길, --
*대전 대덕구 / 구마니길, 새뜸길, 도랭이길, 다롱고개길, 잿들길, 당아래길, --…
*광주시 남구 / 수박등길, 잔다리길, 난지실길, 돌고개길, 잔다리길, 옻돌길, --…
*광주시 서구 / 통샘길, 빛고을길, 잿등길, 샘몰길, 돌고개길, 새방길, 닭전머리길, --
*광주시 동구 / 무들길, 섬들길, 꽃뫼길, 잿등길, 방죽샛길, 밥실길, 도내기길, --
*광주시 북구 / 큰샘거리, 저블들길, 매머리길, 마당고개길, 말바우길, 마갈재길, --
*대전시 서구 / 버드내길, 구억뜸길, 찬샘내기길, 솔대바기길, 둔지미길, --…
*대전시 중구 / 밤골길, 으능정이길, 목골길, 샘골길, 수뱅이길, 용머리길, 샘터길, --
*인천 계양구 / 까치말길, 샛별길, 도두머리길, 박밋길, 둑실길, --
*인천 부평구 / 신트리길, 새말길, 장고개길, 열우물길, 수물통길, 고래실길, --
*울산 중구 / 진고개길, 돌산길, 새터길, 베름산길, 새터길, 구루미길, 까지막길, --
*경기 고양시 / 독곶이길, 가라뫼길, 서두물길, 밤가시길, 찬새미길, 가재울길, --
*경기 과천시 / 향교말길, 새술막길, 홍촌말길, 선바위길, 외점길, --
*경기 부천시 / 대장마을길, 누른말길, 먼마루길, 굴운산길, 당아래길, 은데미길,…--
*경기 성남시 / 샛고개길, 독정길, 숯골길, 잣솔길, 모란길,…
*경기 수원시 / 버드내길, 신나무실길, 쌍우물길, 팔부자거리, 새능말길, --
*경기 안산시 / 수리실고개, 비늘치길, 솔대바기길, 사리길, 둔배미길, 고잔길, …--
*경기 오산시 / 말여울길, 돌모루길, 진개울길, 당말길, 매봉재길, 민머리길, 가장길, --
*경기 의왕시 / 갈뫼길, 사그내길, 잿말길, 새우대길, 손골길, 새터길, 골우물길, --
*경기 하남시 / 배알미길, 더운우물길, 창모루길, --
*경기 화성시 / 구억말길, 덕우물길, 목너머길, 벌터길, 솔안말길, --
*강원 태백시 구문소길, 절골길, 송이재길, 바람부리길, 범바위길, 통골길, --
*경남 창녕군 / 솔재길, 솔터길, 가마길, 새터윗길, 한골, 독뫼길, 삼거리길, --
*경남 창원시 / 머리재길, 자새미길, 귀들내길, 새터길, 갓등길, 외들길,… --
*경북 경주시 / 솔뱃등길, 숲머리길, 능말길, 안말길, 매끝길, 가맷길, --
*경북 구미시 / 무실길, 쑥골길, 덤바위길, 시무실길, 노루봉길, 갓골길, 시루골길, --
*경북 영주시 / 갓골길, 구름실길, 나매기실길, 두껍바위길, 돌구비길, 배고개길, --
*전남 목포시 / 둔지머리, 배암머리, 솔갯재, 한골, 갓바위, 진고개, 서당골, 진섬, --
*전북 익산시 / 잿백이길, 항가메길, 마살메길, 섬다리길, 남바우길, 고잔길, --
*충남 공주시 / 동이점길, 사기장골길, 당골길, 마리들길, 외마루길, 다락골길, --…
*충남 금산군 / 한사래길, 뱃마길, 외말길, 새뜸길, 울음실길, 삽재길, 가래울길, --…
*충북 청주시 / 섬말길, 쇠코바우길, 숲거리, 홰나무거리, 방자고개, --…
*제주 제주시 / 우여샘길, 벌랑길, 가물개길, 독짓골길, 새왓길, 오름가름길, --…
4. 도로명의 변질과 위치의 혼동
그러나 도로명 제정 사업은 많이 변질되었다.
초기에는 도로의 구간을 잘 짧게 잡아 많은 길이름들을 붙일 수 있어서 동네의 이름들이 거의 살아날 수 있었으나, 2009년쯤부터는 서울의 강남구를 필두로 하여 큰 도로를 중심으로 이름을 붙이고 거기서 분기되는 작은 도로 이름들을 큰 도로 이름 뒤에 숫자를 다는 형식으로 하여 많은 길이름들이 수명을 하게 되었다.
큰 도로 중심의 이름들이다 보니 한 동네에서 익히 불리던 소지명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지게 되었다.
서울 용산구 한 지역의 예를 들어 본다.
용산구의 북서쪽 한강가에는 법정동으로 원효로 3가, 4가, 산천동, 청암동, 용문동, 효창동 등의 이름들이 있었다.
익숙해지면 우선 길찾기라던가 거리 같은 것을 짐작하는 데 편리한 점이 많을 것이다. 도로 중심으로 번지가 일목정연하게 정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지금까지 이런 문화에 익숙지 않은 우리 국민들에게는 이의 적용이 그리 쉽지가 않다. 그리고 이러한 도로 중심의 주소 체계는 선진국처럼 당이 아주 넓거나 바둑형 도로에는 좋을지 모르지만 우리처럼 지역 중심으로 이름을 매기고 살아온 사람들에게는 익숙할 수가 없다.
또 큰길 중심으로만 이름을 매겨 나가다 보니 여기서 분기되는 작은 길들이 숫자 일색으로 가게 되어 ‘어디’라는 지역 인식이 쉽지가 않다.
서울 국회대로를 한 예로 들어 보자.
국회대로는 양천구 신월동에서 서강대교 남단사거리까지 이르는 길이다. 신월동에 있는 도로까지 국회대로가 되다 보니 국회대로 몇 번지라고 하면 사람들이 국회 근처의 어느 곳으로 여기기가 아주 쉽게 되었다. 공간적 개념의 위치 인식이 매우 어렵다.
서울 천호대로의 예도 들어 보자.
천호대로는 강동구 상일동 상일나들목에서 동대문구 신설동의 신설동역 로타리까지 이르는 길이다. 신설동에 사는 사람이 자기 집 주소를 천호대로 몇 번지라고 했을 때 과연 듣는 사람이 그 곳이 신설동이라는 것을 쉽게 이해할 수 있을까?
큰 도로 중심으로 이름을 짓다 보니 이 지역을 통과하는 큰 길 하나에 ‘효창원로’라는 이름을 도로명으로 정하고는 구간별로 효창원로 1길, 효창원로 2길 식으로 붙여 나갔다. 이렇게 됨에 따라 이 길 주변의 동이름들인 산천동, 청암동, 용문동, 효창동, 원효로 3~4가 등의 법정 동이름들이 없어져 버렸다.
경주 명륜대학의 지번 주소는 경북 경주시 성건동 374-12이다.
그런데 이곳의 새주소는 경북 경주시 화랑로 28번길 24가 된다. 도로명이 ‘화랑로’인데 이 도로는 성건동분 아니라 동부동, 서부동, 황오동, 성동동, 노서동 등에 길에 걸쳐 있다.
화랑로 28번길이라고 할 때 그 곳이 성건동 어디쯤이라고 알 수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공간 이해가 매우 어려운 점, 이것이 새주소의 큰 단점이다.
곳곳에 붙여 놓은 도로명 주소를 보고 놀라는 주민들이 많았었다. 그리고 ‘저 외기도 어려운 도로명-숫자가 우리 주소냐?’며 머리를 흔들었다. 막상 주민등록 주소까지 이런 식의 주소로 바뀐다는 것을 알고는 불만의 목소리들을 더욱 높였다. 2013년까지는 구주소도 병행 사용하여 불편을 덜 느껴 왔지만, 완전히 도로명 중심의 새주소로만 사용하게 되면서 그 불편을 더욱 실감하게 되었다.
어떻든 우리 나라의 모든 국민들은 상당한 불편과 혼선을 겪고 있다. 그리고 그 불편에 따른 반대의 목소리를 계속 정부측에 보냈다. 여기저기서 길이름을 바꿔 달라는 민원이 끊이지 않고, 시민 단체들은 아예 이 도로명 정책을 전면 폐지하라는 요구까지 했다.
5. 기존의 지번 주소가 훨씬 편리
새 도로명 제정 취지의 중심은 ‘편하게 길찾기’였다.
그러나 이 취지는 이미 퇴색되었다. 제정 초기의 상황과 지금의 상황이 너무나 많이 달라져 있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터넷, 스마트폰, 네비게이션 등을 이용하면 장소 찾기는 아무 것도 아닌 시대가 되었다. 길이름이 위치에 따라 일련번호로 매겨져 있지 않더라도 별 문제가 없다. 손 안의 휴대장치 하나면 어디라도 찾아갈 수 있고, 구간 거리까지 알 수 있다. 이미 ‘1인 1폰’ 시대가 되어 있는 상황인데, 길찾기에 얽매여 길이름을 바꾸고 그 복잡한 숫자들을 붙여서 사람들의 머리를 복잡하게 할 이유가 없다.
길찾기 위주의 지금의 새 주소는 큰길 위주로 길이름을 붙이고, 거기서 분기되는 도로들은 그 큰길 이름에서 숫자를 덧붙이며, 또 거기서 분기되는 도로들은 그 숫자 붙은 길이름에 또 다른 숫자를 덧붙이는 형식이다. 이렇게 되어 ‘원효로4가 ◯◯번지’식의 기존의 주소가 ‘효창원로 12가길 9-3’식으로 여러 단계의 숫자와 기호로 된 곳이 많아 머리를 무척 어지럽히고 복잡하게 한다. 도로명 주소를 대더라도 거기가 '어디쯤'이라는 것을 전혀 알 수가 없다.
큰길 위주로만 주소를 매기다 보니 지명의 절대수가 줄어 조상들의 숨결이 밴 많은 고유의 이름들까지 사라져 가게 되었다. 이것이 큰 문제다. 땅이름은 우리 문화의 좋은 유산이다. 이것이 도로명 체계로 인해 우리 입에서 멀어져, 아니 아예 사라질 위기에 있으니 이 얼마나 한심한 일인가?
정부는 지금이라도 시민들의 소리에 크게 귀기울이고 주소 체계의 올바른 방향을 정해 주길 바란다. 지금까지는 많은 이들이 그만한 이유가 있어서 정부에서 그렇게 해 나가겠거니 생각하고 잠잠했지만, 문젯점이 드러난 이상 그대로 간다면 결국에는 감당못할 상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읍내 장터에서 새터말을 물어 찾아와서 박서방네만 찾으면 되었는데, 이젠 ◯◯대로 2547길 53나길 27로 찾아오라 해야 된대나.” (어느 시골 주민의 푸념)
6. 문화 유산인 우리 땅이름의 멸실 우려
앞으로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면 우리의 땅이름(지명)들이 사라져 갈 것인데 이것이 문제다.
사람들은 주로 주소를 말할 때 지명은 많이 사용한다. 그러나 도로명 주소를 사용하게 되면 그 동안 사용해 오던 지명들을 사용하지 않고 ‘○○로 ○번길 ○번’식으로 말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조상들이 남겨준 좋은 정신적 문화 유산인 땅이름들이 사라져 갈 수밖에 없다. 그래서 새주소에선 도로명 주소 끝에 동이름을 괄호 안에 넣어 사용하도록 하고는 있으나 이것은 강제 조항이 아니어서 땅이름 보존에는 한계가 있다. 더구나 괄호 안에 넣는 지명도 행정동리명이라 법정동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예를 들면 '종로2가동'은 들어가도 '인사동'은 들어가지 않는다는 얘기다.
우리 겨레의 정신적 문화 유산이라 할 수 있는 그 좋은 땅이름들이 새주소 정책 하나로 대부분 사라져 가게 된다는 점이 너무도 아쉽다. 아무리 도로명 위주의 새주소 정책이 좋다 하더라도 우리의 지명들이 대책 없이 죽어 가는 데 대한 우려를 정부는 가벼이 보지 말아야 한다. 현재의 추진 상황으로 보건대 아직 이에 대한 정부의 새로운 대책은 없는 것 같아 더욱 안타까울 뿐이다. 일부 관련 공무원들조차 도로명 위주의 주소 체계가 너무 복잡해 불편이 따르는 것은 알고 있지만, 이미 많은 돈을 쏟아 부은 지금에 와서는 어쩔 수 없다고 말한다.
거듭 말하지만, 도로명 위주 새주소 정책에 대한 현재의 국민들의 정서는 찬성보다는 반대쪽이 훨씬 큰 것으로 보인다. 이는 우리 학회에 보내오는 많은 이들의 전화나 우편을 통해서도 직감할 수 있었고, 내가 직접 대하는 많은 사람들이 입을 통해서도 이를 알 수 있었다. 다만, 정부의 계속적인 홍보와 막무가내식 일방적 추진으로 인해 그들이 의사 표출을 적극적으로 하지 못하고 있을 뿐이다.
“이런 일에 학회라도 나서 주셔야지, 우리같이 힘없는 이들이 어떻게 정부 정책을 반대하며 맞부딪쳐 싸울 수 있겠어요?” (어느 시민)
거듭 강조하지만, 익히 불리던 땅이름을 버리고 숫자 투성이의 새주소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우리의 소중한 땅이름들을 죽이는 정책에 절대 찬성할 수가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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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allinkorea.net/sub_read.html?uid=33210
도로명에까지 비정상성 걷어내야 하나?
동아일보 권순활 논설위원, '지번 주소' 회복 제안 |
동아일보 권순활 논설위원이 “‘도로명 주소’ 새 옷은 몸에 맞지 않는다”는 제목의 칼럼을 통해, 노무현-이명박 정권이 ‘지번 주소’를 없애고 추진한 ‘도로명 주소’의 한계를 지적하면서, “주소 체계에 洞 부활하라”고 지적했다. “천호대로는 서울 동대문구 신설동역 오거리에서 강동구 상일 나들목에 이르는 길이 14.5km의 도로다. 동대문구 성동구 광진구 강동구 등 서울 4개 구와 경기 하남시를 지난다”며 “서울역 사거리에서 경기 파주시 통일대교에 이르는 통일로는 더하다. 이 도로의 길이는 47.6km로 100리를 넘는다. 통과 지역도 서울 중구 종로구 서대문구 은평구와 경기 고양시 파주시에 광범위하게 걸쳐 있다”고 지적했다. ‘방사선형 도시’가 대부분인 한국에서 ‘바둑판형 도시’에 적합한 도로명 주소의 한계는 선명하다.
“하지만 ‘종로구 통일로’ ‘파주시 통일로’처럼 동(洞)을 빼는 것이 원칙이다. 이런 주소로는 헷갈릴 수밖에 없다”며 권순활 논설위원은 “도로명 주소는 종전의 ‘지번 주소’에서 시군구와 읍면까지는 같지만 동이나 리(里), 아파트 이름 대신 도로명과 건물번호를 사용하는 새로운 주소 체계다. 1990년대 후반 일부 지자체 시범사업을 거쳐 2007년 4월 국회에서 도로명 주소법이 제정되면서 본격화했다. 2011년 7월 도로명 주소 고시(告示)에 이어 지난해 전면 시행에 들어갔다”며 “그러나 새 주소 체계를 둘러싼 불편과 혼란은 여전하다. 오랜 세월 익숙한 동과 리가 새로운 주소 체계에서 사라져 새 주소만으로는 제대로 위치를 파악하기 어려운 점이 가장 큰 결함”이라고 지적했다. 도로명은 바둑판과 같은 도시에는 좋지만, 오래된 한국의 도시에는 부적합하다.
“가령 서울에서 택시를 타고 ‘××대로 123으로 갑시다’라고 하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어느 동으로 갑시다’라고 해야 승객과 운전사 모두 자연스럽다. 과거 동사무소로 불리던 주민센터의 업무도 여전히 동을 기초로 한다”며 권순활 논설위원은 “이러다 보니 외부 인사들을 만나 명함을 주고받다 보면 동 이름을 다시 집어넣은 모습이 부쩍 늘었다“고 예시했다. 권순활 논설위원은 ”도로명 주소로의 전환은 동과 번지를 사용하는 지번 주소가 일제강점기에 도입돼 미국 영국 같은 선진국 주소 체계와 맞지 않는다는 인식이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며 ”일본식 시스템에 대한 맹목적 반감, 구미식 시스템에 대한 일방적 추종이 초래한 ‘정책 실패’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권순활 논설위원은 “지금까지 도로명 주소 사업에 투입된 예산은 4000억 원에 이른다. 관련 법률이 2007년 통과된 뒤 사용된 예산이 절반을 넘고 나머지는 그 이전의 시범단계에서 쓰였다. 주무 부처인 행정자치부 등의 관료들이 나랏돈이 아니라 자기 호주머니에서 돈이 나가도 과연 이랬을까 싶다”며 “하지만 이미 들어간 ‘매몰 비용’이 아깝다고 해서 사실상 ‘공공기관 전용주소’로 전락한 도로명 주소를 이대로 끌고 갈 순 없다”며 ‘도로명 주소’의 폐기를 주장했다. 권순활 논설위원은 “지번 주소에 들어갔던 ‘번지’ 대신 도로명을 사용하는 것은 무방하다고 본다”며 “주소 체계 개혁이란 이름 아래 국민의 불편을 키운 도로명 주소 정책은 하루라도 빨리 바로잡는 게 옳다”고 주장했다.
도로명을 짓는 데에 또 하나 ‘광대 같은 짓거리는 바로 대구와 광주를 잇는 ’88고속도로‘이다. 1988년 올림픽을 기념하여 동서화합을 상징하는 이 동서를 가르는 고속도로를 확장하면서 그 이름을 ’광대고속도로‘로 개명한 것은 반드시 재개명해야 한다. 어감도 좋지 않고, 역사적 기념에도 맞지 않고, 교묘하게 광주의 지역적 우월성도 억지로 끼워넣은 도로명이다. 첫째는 과거 전두환-노태우 정부의 위대한 업적을 기념하는 게 좋고, 둘째로 교묘한 지역갈등을 없애는 게 좋다. 오죽했으면 광주·대구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12월 22일 공동 성명을 내고 이날 확장 개통된 88올림픽고속도로의 공식 명칭을 '광주∼대구고속도로에서 달빛고속도로로 바꾸자고 국토교통부에 제안했겠는가?
지역명을 작명하는 데에 못된 사술이 들어가서 역사의 왜곡하고 지역 간의 갈등을 부추기는 공직자들은 배척되는 게 옳을 것이다. 광주·대구 경실련의 “어감의 문제점 등을 없애기 위해 이 고속도로의 명칭을 달빛고속도로로 해야 한다는 광주·대구 지역의 여론이 무시당하고 있다”며 “달빛이란 명칭이 추상적이라는 전문가 의견 등이 국토부가 달빛고속도로의 이름을 거부할 정당한 이유가 될 수 없다”는 지적도 일리는 있지만, ‘88올림픽고속도로’로 도로명을 남겨두는 게 문명구축자의 공로를 말살하지 않고, 역사왜곡자들의 못된 짓도 막을 수 있다. 기·종점 지역의 이름을 쓴다는 핑계로, ‘대광’이라고 하지 않고 어감이 극히 나쁜 ‘광대’로 쓰는 것은 참으로 국토부의 나쁜 짓이다.
“‘도로명 주소’ 새 옷은 몸에 맞지 않는다”는 동아닷컴의 기사에 한 네티즌(chjose47)은 “일본이고 뭣이고 간에 우리한테 편리하게 해야지. 밥 먹고 할일 없어서 재정 투입하여 도로명을 이상하게 딴 나라 온 것 같이 얼토 당토하지 않은 짓을 하고 나자빠졌다”라고 했고, 다른 네티즌(corelsb)은 “당장 옛날로 환원하고 담당공무원은 사형시켜라”고 했고, 또 다른 네티즌(bsp0226)은 “도로명 주소로 전국의 주소를 바꾼 쓰레기 여의도 ㄸ개들의 머리는 새대가리에 불과하다, 도대체 왜 도로명주소로 바꿨을까? 무엇을 찾아서 바꾸었을까? 정부에서 새 주소라 보내온 우편물에 가로 내에 동과 아, 빌라호수를 넣어 보내지 않았느냐? 동을 넣는 도로명주소로 바꾸어라”고 했다.
또 한 네티즌(하늘을보라)은 “도로명 주소는 1차원적 사고를 요구한다. 지명 주소는 2차원적 사고를 요구한다. 1차원 사고는 2차원을 모른다. 2차원에 살던 사람을 1차원으로 살라하니 당연히 답답할 수밖에 없는 거다”라며 “사람의 사고체계를 근본적으로 퇴행시킨 게 도로명 주소다. 이것은 근본적인 문제다. 시간이 지나거나 익숙해진다고 나아질 일이 아닌 것”이라며 “네비게이션으로 주소를 찾아보았을 것이다. 도로명으로 찾아보라. 간단한 곳도 수백 개, 조금만 복잡한 곳은 수천 개의 제시 주소가 나온다. 지명으로 찾으면 보통 몇 개에서 몇 십개 이내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당연하다. 1차원 색인을 쓰니 2차원보다 당연히 복잡한 거다”라고 했다.
그리고 한 네티즌(Mean)은 “오랜기간 익숙한 동지번 주소를 버리기 쉽지 않으리라. 그러나 주변에 배달 지인이 있으면 확인해보길. 집찾기 얼마나 편하고 쉬운지를. 2세대 이상 동지번에 익숙했으니 당장은 불편하겠으나, 참고 새 걸 익히는 데 좀 더 힘을 썼으면 한다!”고 했지만, 다른 네티즌(nyself2)은 “동명을 부활시키되 동명과 도로명을 함께 도로명으로 분류하면 지번주소체계로 되돌아가지 않아도 됨”이라 했고, 또 다른 네티즌(대팔이)은 “잘못된 것, 틀린 것, 올바르지 못한 것을 알았으면 빨리 개선하는 것도 ‘국가경쟁력 향상’의 수단이당!! 뜸들이지 말고 눈치 보지 말고 복지안동 말고 빨리 빨리 고쳐라!”고 주장했다. [조영환 편집인: http://allinkorea.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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