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오산에 갔었어. 뜬금없는 여행이었지만, 나는 끓는 듯한 더위에 펄펄 끓는 부대찌개가 땡겼었어.
비지땀을 흘리며 걸어 올라온 식당에서는 별생각 없었지만, 음식을 시키고, 새 하얀 육수가 붉은색 용암이 됐을 무렵에야 난 이곳에 잘 왔다고 생각했어.
햄과 소시지 치즈가 어울어진 부대찌개가 어마어마한 연기를 내뿜었지.
미슐랭 쓰리스타 “이 음식을 먹기위해 이 나라를 방문할 가치가 있습니다.”
이것을 생각하며 찌개를 먹었어. 우린 먹기위해 사는 것 같았지.
여름은 절정을 향해가고 우리의 식도락 여행도 절정을 향해 가는 것 같았어.
한참을 먹다가 너는 라면을 사리로 넣고 싶어 했고 나는 밥을 시키고 싶었어. 결국 우린 라면 사리를 시켰지.
빳빳하던 사리는 무더운 날씨가 한몫 한 덕분인지 금세 누그러져 맛있게 익었고 사리를 시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어.
이곳에 오길 잘 했다는 생각을 했어. 비록 이 식당이 진짜 미슐랭 쓰리스타는 아니지만 말야,
우리는 이 식당에 오기위해 한참을 여행했고 만족스러운 음식을 먹었어 미슐랭 스럽지 않니?
나는 사실 미슐랭 원스타 식당에 가본적 있어. 그곳의 음식은 먹기 아까울 정도로 데코가 심각하게 되어있었지.
맛은 잘 기억이 안 나. 하지만 무언가 결핍되어 있다는 느낌은 기억이 나는 것 같아.
그 결핍은 무엇이었는지 정확히 알지는 못하겠지만 뭔가 빠져 있는 그 식당보다 너와 같이 먹는 식사가
더 미슐랭 쓰리스타 스러웠다고 생각해. 그 결핍은 네가 빠져 있어서 그랬던 걸까?
뜨거운 찌개를 후후 불어서 먹으며 너는 말했지 내가 식사할 때 너무 말이 없다고.
나도 내가 그런 것 같아. 하지만 식사하며 나는 많은 생각을 해 이를테면 미슐랭이 이 식당을 어떻게 평가할까 같은.
정말 미슐랭 스러운 식사가 무엇일까 생각해. 너와 같이 먹는 식사는 즐거우니까.
같이 어느 곳이든 방문해서 밥을 먹을 가치가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