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의 말
귀와 연관된 작품을 여러 편 싣는다
그동안 보기 바빠 듣기에 소홀했음을 돌이킨다
정성을 쏟으려면 먼저 귀를 기울여야 한다
2026년 봄
이 광
설법
하늘이 눈을 내리네
참 고요한 말씀이다
한 마디
또 한 마디
받아 적는 목마른 땅
포근히 감동에 잠겨
눈 그치자 눈부시다
돌쩌귀
애초에 열기 위해 닫아둔 문 아니던가
걸쇠나 자물쇠로 틀어막고 있는 동안
문설주 틈에 갇힌 채 긴 침묵 감내한 귀
꾹 다문 문을 향해 바람이 거세진다
삐걱대는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않아
듣다가 한 몸이 되어 제 울음 내뱉는 귀
바늘
잘 뚫린
귀가 있어
주변 사정 다 듣는다
꿰매야 될 일이 있고
시쳐야 할 때가 있다
가난한 삶을 받들어
실을 꿰던
그 손길
동행
성묘하고 오는 길목 가로수 버팀목들
바람과 맞선 한 생 죽어서도 이어진다
못다 한 직립의 외길 다시 세워 일으킨다
버팀목 부축으로 하늘 향해 뻗는 나무
뿌리 잃은 그가 기댈 가슴을 내어준다
산 자와 먼저 떠난 자 손잡고 가고 있다
예순 마을을 지나며
마음 비우든지 마음 잘 달래든지
졸음처럼 밀려오던 허무는 잠재우고
조금씩 깨우치거나 뉘우치며 사는 거네
둥지에 깃든 새는 쉬이 울지 않는다네
주저앉은 자리에서 민들레 꽃피우고
자드락 등 굽은 소나무 길눈을 밝혀주네
살아온 날이 깔려 살아갈 길을 여네
돌아와 다시 서도 되돌릴 길은 없네
생이란 왕복의 여정
표는 오직 편도 한 장
시인의 시간
나그네 생을 읊던 뻐꾸기도 떠나가고
한여름 더욱 달군 매미 소리 멈춘 요즘
지상은 노래를 잃고 밤을 맞아 적막하다
그 적막 한 귀퉁이 톱질하는 귀뚜라미
내던져 깨진 아픔 사금파리 반짝이듯
별들도 어둠 속에서 글썽이며 울고 있다
소리꾼 구음 같은 바람결이 푸는 속내
먼 길을 오는 내내 저토록 흐느꼈나
막막한 무연고 설움 살붙인 양 거둔다
유리창 저 불빛은 소리죽여 우는 건가
두 눈에 고막 있어 돌아보며 듣는 사람
깊은 밤 세상의 기척 옮겨적는 시간이다
이 광 선생님!
예순 마을을 함께 지나가게 되어
영광이었습니다.
귀한 시조집 출간을 축하합니다.
카페 게시글
회원신간
이광시조집《예순 마을을 지나며》2026.04.13.작가
김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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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5.27 2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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