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산 정약용 테마 여행시 (1) 눈부신 초록 안개비에 흐르고 있네요 낮고 아늑한 산자락 걸림없는 하늘 아래 넉넉하게 젖어 내리고 비 맞아 더욱 조용한 섬진강물 떠나보내며 키 작은 모판의 모는 잔디밭 물결로 흐르고 있네요 나뭇잎은 이쁘게 환호하고 세월은 캄캄 혼돈으로 떠 있는데 비오셔도 눈부신 아름다운 초록은 펼쳐지고 있네요 그리움을 그리움으로 꽃 피우는 오늘 사람 중에 사람 찾아 하늘도 땅도 젖으며 그대 입김으로 산자락 씻어주는 장엄한 의식 함께 하네요 (2) 안개비에 젖었네 일지암 오르는 길 오랜만에 땀 흘렸네 초의선사와 다산이 오른 길 시문학에도 다도에도 아득한 사람 그리움으로 젖어 내렸네 산다는 것은 이렇게 오르다가 다시 내려오는 거 초당 대마루에 앉아 세월을 보았네 갈림에 들면서 길을 안내하는 백구(白狗) 내 살아가는 날에 나는 누구의 백구로 살아왔는지 야생의 동백나무 더욱 푸르는 신 새벽 차맛은 몰라도 물맛이 그만이었네 손을 씻었네 끝없던 욕망이 씻기고 있었네 물소리 함께 안고 잠이 든 지난 밤, 창살문 틈으로 두륜산 산바람이 잔잔한 메시지 읽어 주었네 보고 싶다는 것은 안개비 숲속에 내리는 것 비오지 않는 아침에 안개비에 젖고 또 젖었네 (3) 호수같은 바다 저멀리 강진벌 바라보며 달고도 쓴 우전차 마시네 만덕산 백련사 오른쪽 산자락 동백 군락지에서 살기가 어렵다는 우리들 모습 만나네 뒤틀리고 주름진 모습 나 또한 한 그루 동백으로 서 있었네 답답한 마음 달래며 좁은 견문 흐린 인정을 안타까워하던 다산의 넓고 넓은 뜻 이제는 조금 알것도 같네 오늘도 솟아오르다만 우리들 욕망 세상에 모두 풀어놓고 백일홍 나무가지에 강진 바다의 까막섬이 걸리었네 사람아 이제는 아무것도 부러운 것 없느니 솔잎차 향기로움에 무슨 말 있어 말하고 또 말할 수 있으랴 (3) 조용하게 밀리는 물살 해남군 송지면 사구포 해안 흑일도, 백일도 왼쪽에서 앞서거니 뒷서거니 땅끝 산자락은 애타게 오른쪽을 달려도 아무것도 모르는 체 수평선은 하늘로 오르고 바람은 바람을 불러 칡덩쿨 푸른 잎 잎잎이 흔들려 오네 산수화 한폭에는 사방이 둘러섰느니 아름다운 산하를 또 만났네 살아 있음의 이 간절함 함께 있음의 이 넉넉함 기다림이 부끄러운 산딸기 빨갛게 칠월을 살고 있었네 (5) 넓고도 넓은 바다였습니다 점점이 낮은 산 안고 그리운 이웃으로 섬들이 둘러 있었습니다 해남군 노하읍 넙도리를 지나 보길도, 그리운 고산을 만나러 갑니다 검푸른 구름 밖으로 살아온 땅 멀리 두고 포말을 가르며 나뭇잎 인생들이 떠 갑니다 옷자락 품으로 바람 한 주머니 불룩불룩 오십까지 살아서 바람같은 바람 만난다고 오십까지 기다려서 다도해 점점이 사랑을 생각한다고 법문 한 마디 던지며 떠나갑니다 바슐라르는 지·수·화·풍의 4원소론을 말하였는데 그리운 윤선도 이미 수석, 송죽 그 위에 달을 노래하였거니 다섯친구가 떠받드는 우주의 원리를 해풍속에서 깨달아 가니 참으로 오랜 세월 이제야 익을 채비 바라보는 우둔한 머리카락 날리며 서 있었습니다 (6) 세상을 잊었네 절망도 떠밀어 버렸네 유유히 물을 돌리고 바위를 찾아 대나무 마디마디에 고독을 묶어 뜨거운 말 한마디 아끼고 아낀 고산 대나무 빈 속에 울림으로 남기고 소나무 사철푸름을 하늘에 이고 땅끝의 끝을 찾아 보길도 긴 파도에 큰 시름 띄우면서 그대는 오십나이에 세연정 호수의 돌로 앉으셨네 나그네로 와서 중리 해변 소나무 아래 저녁 안개비에 젖고 있음이네 지금도 끓고 있는 이 세상 오늘도 서로가 서로를 비방할 한양 천리길 숨어서 살아갈 사람 몇이나 있는 지 고개들어 비 어스름 내리는 마을 뒷산에 손들어 웃고 가시는 그대 님, 만나네 정영자님作 음악 : 슬기둥의 [그 저녁부터 새벽이 오기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