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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퇴직전문인력을 활용한 교육현장 지원 사례
작성자이혜지(영국통신원)발행일2024.08.14
영국에서는 중앙정부 차원에서 퇴직전문인력을 독립적으로 활용하여 교육현장을 지원하는 정책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교육부가 지원하는 교육 프로그램에 퇴직전문인력이 포함되어 있는 경우가 있으며, 이들은 고용, 자문, 자원봉사 등 다양한 형태로 활동하고 있다.
본고에서는 먼저 퇴직 인력을 위해 정부가 제공하는 재취업, 재교육 등의 일반적인 정책적 지원 내용을 살펴보고, 이후 교육현장에 초점을 맞추어 실제로 퇴직전문인력이 어떻게 활용되고 있는지 다양한 사례를 제시하였다. 특히, 영국에서는 자선단체 문화가 발달하여 퇴직전문인력이 이러한 단체를 통해 교육현장을 지원하는 사례가 많다. 이에 따라 민간 자선단체에서 퇴직전문인력을 어떻게 교육현장에 활용하고 있는지를 조사하여 퇴직 인력 활용에 대한 추가적인 정보를 수집하였다.
━━━ 퇴직자를 포함한 50세 이상 인력에 대한 정책적 지원
영국 정부는 2017년에 50세 이상 근로자의 유지, 재교육, 채용을 증가시키는 것을 목표로 하는 정책문서를 발간한 바가 있다. 현재는 ‘50PLUS: Choices’라는 슬로건 아래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이어오고 있다. 고용연금부(Department for Work & Pension)는 50세 이상 근로자를 지원하기 위해 다양한 정책과 프로그램을 소개한 지침서를 발간하기도 했으며 지침서에서 제시한 지원 내용은 아래와 같다(Department for Work & Pensions, n.d.).
50세 이상이면서 퇴직했거나 실직 상태인 사람에게 제공되는 다양한 서비스가 있다. 우선 노동연금부의 ‘디지털 중년기 점검 서비스(Midlife MOT)’를 통해, 현재 직업, 건강, 재정 상태를 점검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현재 상태에서 본인이 어떠한 일을 할 수 있는지 알아볼 수 있다. 또한 고령 퇴직자가 손자나 배우자를 돌보는 경우가 많다는 것을 고려해 유연하게 근무 할 수 있는 일자리 정보를 제공하거나 지방자치단체에서 받을 수 있는 관련 복지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령 근로자 채용과 재교육을 촉진하고 고용주가 이들의 장점을 인식하도록 돕기 위해 피닉스그룹(Phoenix Group)의 앤디 브릭스(Andy Briggs)를 고령 근로자를 위한 비즈니스 홍보대사로 임명했다. 그는 고령 근로자 채용 및 재교육의 이점을 홍보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또한 잡센터플러스(Jobcentre Plus)를 통해 재취업을 돕기 위해 IT 문해력 등의 업무향상을 위한 교육을 제공하며 지역사회 내 일자리 정보를 제공한다. ‘리터너쉽(Returnership)’이라는 프로그램을 통해서 견습 제도, 기술 부트캠프 등 다양한 교육훈련 프로그램을 받을 수 있다.
마지막으로 고령 근로자가 더 오래, 더 건강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이 전략은 고령 근로자의 건강관리, 기술개발, 일-생활 균형 지원 등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다. 또한 연령차별 방지를 위한 법적 제도를 강화하고, 갱년기, 건강 문제, 장애 등으로 인해 차별받지 않도록 제도를 개선하고 인식개선을 위한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 퇴직전문인력 활용을 통한 교육현장 지원 사례
팬데믹 시기 긴급 교육 지원을 위한 정책 사례
영국의 ‘국가 학습 지원 프로그램(National Tutoring Programme, 이하 NTP)’는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한 교육 격차를 해소하기 위해 도입되었다. 이 프로그램은 특히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배경을 가진 학생의 학습 손실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하여, 방과 후 일대일 또는 소그룹 튜터링을 제공하는 등 개별 학생의 필요에 맞는 교육을 지원했다.
2022/2023학년도에는 교육부가 약 3억 4천 9백만 파운드(한화 약 6,102억 9,979만 원)의 예산을 투입하여 NTP를 지원했다. 해당 예산을 바탕으로 각 학교는 상황에 맞게 집중 지원이 필요한 학생을 전담하는 상근 직원인 학습 멘토(academic mentor)를 고용하거나, 교육부의 인가를 받은 외부 튜터링 조직과 협력하거나, 학교 자체적으로 현재 근무 중인 교사나 퇴직 교원을 활용하여 주도적으로 튜터링을 실행할 수 있었다. 교육부의 예산은 튜터링 전체 비용의 50%를, 나머지 비용은 저소득층 학생에게 할당되는 학생 프리미엄(Pupil premium) 보조금 및 기타 학교 예산으로 충당하였다(Department for Education, 2024).
영국 교육부는 튜터링 프로그램 운영을 위한 지침서를 발간하며,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튜터를 마련하는 경우 최근에 해당 학교에서 근무한 경험이 있는 퇴직 교사를 활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다만, 이들이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할 수 있고 최신 교육과정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지 확인할 것을 권장하고, 고용 전에 범죄기록 확인, 추천서 확인 등의 절차를 반드시 밟아야 한다고 명시했다(Department for Education, 2022).
영국 교육부는 튜터 후보자의 전문성 제고를 위해 글로벌 비영리 기관인 Education Development Trust와 파트너십을 체결하여 무료로 온라인 교육을 제공한다. 이 프로그램은 튜터 후보자의 다양한 경험과 전문성을 바탕으로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교사 자격증이 있는 퇴직 인력의 경우 6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하면 되며, 교사 자격증이 없는 경우 약 14시간의 교육과정을 이수해야 하고, 모든 과정의 마지막에는 간단한 평가를 통과해야 튜터링을 시작할 수 있다(Education Development Trust, n.d.).
한편 팬데믹 이후, 학교로 돌아온 아동 및 청소년의 정신 건강 문제가 대두되면서 영국 교육부는 지방 당국을 통해 은퇴한 교육 상담사가 일정 기간 학교에 복귀하도록 요청하기도 했다. 당시 기준으로 3년 전인 2017년 이후에 퇴직한 사람만 복귀 신청을 할 수 있었으며, 2017년 1월 이전에 퇴직한 경우에는 정식 복귀 실무 요건을 충족해야 했다. 계약 조건은 교육 상담사가 배치된 지방 당국과 개별적으로 합의해야 하며, 최대 13주 근무를 조건으로 했다. 13주 이상 근무를 원할 때는 지방 당국과 추가 합의가 필요했다(Department for Education, n.d.).
퇴직전문인력을 활용한 자선단체의 교육지원 사례
1962년에 설립된 Volunteering Matters는 영국의 주요 자선단체 중 하나로, 다양한 연령층이 참여할 수 있는 자원봉사 활동을 운영하고 있다. 특히 퇴직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자를 활용하여 아동 및 청소년의 발달을 지원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봉고에서는 여러 프로그램 중 초등학생 지원에 초점을 맞춘 ‘퇴직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Retired and Senior Volunteer Programme, RSVP)’과 청소년을 지원하는 ‘그랜드멘토(Grandmentors)’ 프로그램을 소개한다.
1) 퇴직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
‘퇴직자 및 시니어 자원봉사 프로그램(이하 RSVP)’은 50세 이상의 사람들이 지역사회에서 자원봉사 활동을 통해 자신의 전문성을 나누도록 장려하는 프로그램이다. 자원봉사자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지역사회에 기여한다. 자원봉사 활동에는 노인, 장애인 등 집에 오랫동안 머무르는 사람에게 일상 업무 도움, 교통 제공, 친교 활동 등을 제공하는 커뮤니티 지원, 의료 자원봉사, 교육 지원 등이 포함된다.
특히, 교육 지원 활동은 읽기, 수학 또는 기타 학업 과목에서 도움이 필요한 학생에게 일대일 또는 소그룹 규모의 학습 지원을 제공하여 그들의 자신감, 사회적 기술 및 학업 성취도를 향상시키는 것을 목표로 한다. 자원봉사자는 자신의 전문성과 학교의 필요에 따라 배치되며, 학생을 효과적으로 지원할 수 있도록 교육을 받는다.
RSVP는 자원봉사이기 때문에 임금을 지급하지 않지만, 학교에 출퇴근하기 위한 교통비를 지원받을 수 있으며, 다른 봉사자와의 네트워킹 기회를 제공한다. 자원봉사자에게 요구되는 것은 정직하고 신뢰할 수 있으며, 학교 환경에서 학생을 돕는 데 관심이 있고, 의사소통 및 대인관계 능력이 뛰어나며, 학교의 요구 사항에 적응할 수 있는 유연성 등이다. 자원봉사 신청 시 간단한 개인정보, 2명의 추천자, 범죄기록 확인 동의서 등을 제출해야 한다. 추가적으로 건강 상태나 장애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지, 교육 지원 활동과 관련된 전문성이나 취미가 있는지 작성할 수 있다.
2) 그랜드멘토 프로그램
‘그랜드멘토(Grandmentors)’는 2009년에 시작되어 현재까지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세대 간 멘토링 프로그램으로, 시설 및 보호 경험이 있는 젊은이를 지원한다. 프로그램의 성공사례는 영국 가디언지에 소개되기도 하였다(Guardian, 2019). 2023년 기준으로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전역의 14개 지역에서 운영되고 있으며, 멘토는 일반적으로 50세 이상이고 멘티는 보통 16~24세 사이의 청소년이다. 이 프로그램은 멘토가 자신의 인생 경험과 전문성을 활용하여 보호 종료 청소년에게 독립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멘토들은 재정 관리, 주거지 확보, 직업 훈련 및 교육 기회 제공 등의 실질적인 지원과 함께 정서적 지원도 제공하여 청소년이 건강하게 자립할 수 있도록 돕는다. 2023년에 자체적으로 발간한 연간 보고서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에 참여한 멘티 중 45%가 교육을 받고 있고, 20%가 고용 상태에 있으며, 17%가 직업 훈련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멘토로 참여한 자원봉사자의 설문조사 결과도 긍정적이었다. 자원봉사자는 보호 시스템을 떠나는 젊은이를 지원하고, 인생 경험을 공유하며, 자신의 이전 직장 경험을 활용하기 위해 참여한다고 밝혔다. 참여 후 설문조사에서 95%의 멘토가 멘토로서 목적의식을 느끼고, 84%가 멘티의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응답했으며, 84%가 멘토 지원 과정이 쉽고 간단했다고 답했다(Volunteering matter, 2023).
그랜드멘토 프로그램에 지원하려면 50세 이상이어야 하며, 좋은 대인관계 및 의사소통 능력과 인내심이 요구된다. 또한 범죄기록 확인 동의, 최소 1년의 장기적인 활동, 멘티가 사는 지역 또는 인근지역 거주 등의 자격이 요구된다. 이 프로그램은 지역 기반 접근을 강조하여, 청소년이 멘토의 도움을 받아 지역사회에서 활발하게 연결되고 활동 할수 있도록 돕는다. 멘토로 선정되면 자선단체에서 제공하는 효과적인 멘토링을 위한 교육과 소정의 경비를 지원받는다.
[그림 1] 초등학교에서 읽기 튜터링을 진행 중인 퇴직 자원봉사자
━━━ 맺음말
영국의 50세 이상 인력에 관한 지원 정책은 이들이 처할 수 있는 상황(건강, 돌봄 문제 등)을 고려하여 일자리에서 지원하는 것이 두드러졌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은 자원봉사자 모집 시에도 반영되어, 건강이나 장애로 인한 도움이 필요할 시 요청할 수 있도록 하여 자원봉사 활동에 대한 접근성을 높였다. 손자나 건강이 좋지 않은 배우자를 돌보는 등 돌봄 활동을 하는 경우가 있을 수 있어, 이들이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한 것으로 보인다.
교육부가 퇴직 인력을 활용하는 정책의 경우, 팬데믹과 같은 긴급 상황에서 교육 지원이 필요한 때에 퇴직 인력을 활용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최근에 퇴직한 전문인력을 단기간의 교육만 거친 후 바로 현장에 투입할 수 있어, 재교육에 대한 부담이 적었다. 특히 상담사와 같이 임상 경험이 중요한 경우, 최근 3년 이내에 퇴직한 사람으로 제한을 두어 질 관리를 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퇴직 인력을 다시 투입할 때는 실무 적응력을 보장하기 위한 재교육 및 기준을 잘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
영국의 자원봉사 단체를 통한 퇴직 인력 활용의 경우, 지역사회와의 긴밀한 협력을 통해 지역사회 전체의 교육 복지에 기여할 수 있었다.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아동 및 청소년에게 장기적인 교육적 개입을 제공할 수 있어 더욱 효과적이며, 퇴직자 또한 다른 봉사자와 커뮤니티를 형성하고, 학생과 상호작용하면서 긍정적인 효과를 얻는 것으로 보고되고 있다.
[참고자료]
- Department for Education (2022). School-led tutoring guidance. https://assets.publishing.service.gov.uk/media/62601734e90e072a014d517d/Updated_School-Led_Tutoring_Guidance_.pdf
- Department for Education (2024). National tutoring programme: Gguidance for schools–academic year 2023/24.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national-tutoring-programme-guidance-for-schools-academic-year-202324/national-tutoring-programme-guidance-for-schools-academic-year-202324 (2024.08.02. 인출)
- Department for Education (n.d.). Educational psychologists: How to express an interest in providing temporary support for coronvirus (COVID-19) recovery.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educational-psychologists-support-for-coronavirus-covid-19-recovery/educational-psychologists-how-to-express-an-interest-in-providing-temporary-support-for-coronavirus-covid-19-recovery (2024.08.02. 인출)
- Department for Work & Pension (n.d.). Help and support for older worker. https://www.gov.uk/government/publications/help-and-support-for-older-workers/help-and-support-for-older-workers#employer-guidance (2024.08.02. 인출)
- Education Development Trust (n.d.). National tutoring programme FAQs. https://www.edt.org/united-kingdom/programmes/national-tutoring-programme/national-tutoring-programme-faqs/ (2024.08.02. 인출)
- Guardian (2019). How ‘grandmentors’ are helping young care leavers find their feet. https://www.theguardian.com/society/2019/aug/06/grandmentors-help-young-care-leavers-volunteers-50-plus (2024.08.02. 인출)
- Volunteering Matter (2023). Grandmentors annual impact report. https://volunteeringmatters.org.uk/wp-content/uploads/2023/12/Grandmentors-Annual-Impact-Report-2023_Published-Dec-2023.pdf
- Volunteering Matter (n.d.). https://volunteeringmatters.org.uk/ (2024.08.02. 인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