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을 벗기면 무엇이 들어 있을까
고바다
덥다는 말이 촛농처럼 녹아내릴 때
까맣게 탄 발 등을 보며 뜨거움의 무게를 느낀다
나뭇잎 사이에서 들려오는 지독한 울음소리
유리창을 닫고 에어컨을 돌리며
잠깐 여름을 잊고 가을을 떠올려 본다
울음들이 껍질을 벗고 날아가기를 기대하며
털이 짧은 강아지는 이불 밑으로 기어들고
유난히 숨구멍이 많은 나는
쿨매트 위에서 딸깍거리는 각얼음 소리를 듣는다
길가의 잡초들은 제초기에 목이 잘려도
뿌리를 지키기 위해
뜨거운 한낮을 묵묵히 견딘다
여름은 돌보지 않아도 쑥쑥 자라나고
모서리가 접힌 가을은
과수원 언덕을 넘어오지 못하고 있다
분수처럼 솟아오르는 무더위
너와 나 사이로
땀 처럼 흘러내리는 감정의 복선들
촛농처럼 딱딱하게 굳어간다
숨막히는 너를 진정시키며
수직상승 하는 여름의 꼭대기를 벗기면 무엇이 들어있나
펄펄 끓는 햇빛으로 구워진 길과
목 놓아 우는 매미 울음 사이에서
여름은 뜨거운 어투로 열매들을 키우고 있을까
◆ 시작노트
지금껏 지나왔던 여름 중 올 여름은
유난히 덥고 습했다.
점점 여름 나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다가 올 가을 생각을 하면서 이 무더위를 견뎌낸다.
더운 만큼 여러가지 과일이나 농작물은
더 맛있게 익어가고 있지않을까?
이런저런 위로를 하며 잘 익은 자두를
한잎 베어문다. 상큼한 향도 달콤한 맛도
모두 뜨거운 태양의 선물이다.
감사할 뿐이다.
◆ 고바다 약력
- 시사모·한국디카시학회 운영위원
- 한국시인협회 회원
- 2020. 시 전문지 계간 《시와비평》 등단
- 시집 《바람 인형의 바람》 《입술이 달린다》
- 동인지 《시의에스프레소》 공동참여
출처 : 경남연합일보(http://www.gny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