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1.
지난 2월 13일 개봉한 영화<증인>(감독 이한)을 보았다.
정의를 신념으로 여기던 민변 출신 송순호(정우성 분)가 아버지(박근형 분)의 보증 빚을 갚아야 하는 현실 속에서 대형 로펌 소속 변호사가 된다. 로펌대표로부터 살인 사건의 용의자로 의심 받고 있는 미란(엄혜란 분)의 변호를 맡아줄 것을 제안 받는다. 출세와 승진이 걸린 즉 파트너 변호사가 될 기회가 온 것이다. 살인 용의자의 무죄를 입증하기 위해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인 지우(김향기 분)를 증인으로 세우려 한다. 지우는 의사소통이 어려운 자폐아이다.
어렵사리 지우에게 다가간 후 지우를 법정에 세우게 될 때 “아저씨도 나를 이용할 겁니까?”,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라는 질문 앞에 서게 된다.
1심 재판은 신뢰할 수 없는 정신병(?) 자폐아 지우의 증언으로 인해 가정부 미란(염혜란 분)의 무죄로 끝이 나고 검찰의 항소로 2심 재판에 들어간다.
그러나 송 변호사는 서툰 언어로 진실하고 순수를 구사하는 지우와의 만남이 이어지면서 편견이 이해와 공감으로 변화하게 된다. 대형 로펌이 제공한 벤츠 차량과 명품 옷(사회의 때)를 벗어던지고 다음 재판정엔 양심을 가진 사람, 변호사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게 된다. 결국 미란이 노인의 아들의 사주를 받아 수발하던 노인을 살해한 것이 드러나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마지막 재판이 끝난 후 지우의 입을 통해 반복되는 대사가 있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나는 정신병자입니까?”
이 대사는 영화를 보는 내내, 영화를 보고 난 이후에도 스스로에게 질문이 된다.
2.
우리 모두 각자에게 질문해 보자고 말하고 싶다.
우선 최근 자유한국당의 ‘5‧18진상규명대국민공청회’를 주최한 3명의 의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뿐만 아니라 국회에서 합의한 결론인 5‧18광주민주화 운동을 ‘광주 폭동’으로, 5‧18 유공자를 ‘괴물집단’으로 왜곡, 폄훼한 사람을 징계 유보한 자유한국당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또, 그동안 국민 위에 군림하고 정권의 이익을 위해 봉사해 왔던 일부 국정원, 법원, 검찰, 경찰 관계자들에게도 엄중하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나아가 약자를 억압하고 구속하는 강자들, 소수자를 겁박하는 다수자들, 가난한 자들을 업신여기는 부자들, 직위가 낮다고 오만하게 군림하는 높은(?)자들, 순진무구한 사람을 속이는 간사한 자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그리고 먹을 것을 찾아 헤매는 수많은 사람들, 입을 것이 없고 누울 곳이 없어 떠도는 이웃들, 잠시의 쉴 틈도 없이 장시간 일에 매달려야만 하는 사람들에게 무관심과 값싼 동정 그리고 멸시의 눈길을 보내고 있는 수많은 ‘나’들에게 묻고 싶다.
“당신은 좋은 사람입니까?”
3.
올해는 3·1 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수립 100돌이 되는 해이다. 자유와 정의, 평등과 평화의 토양 위에서 “당신은 참 좋은 사람입니다”가 방방곡곡에서 촛불로 타오르는 대한민국이기를 두 손 모아 빌어본다.
다시 <증인>인 지우의 목소리가 메아리 된다.
“아저씨는 좋은 사람입니다”
또 양 변호사 아버지(박근형 분)의 목소리도 울림으로 들려온다.
“너 자신을 사랑했으면 좋겠다. 그래야 다른 사람을 사랑할 수 있다”
- 이계양(광주YMCA 전 이사장, 문학박사)
첫댓글 좋은 사람은 아니지만 앞으론 좋은 사람 되려고 노력하겠습니다.하하님들 참 좋습니다.
정의로우리라는 믿음, 아픔과 약함을 긍휼히 여기는 마음, 상대의 순진무구함을 이용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는 착함... 거기에 반드시 더하여져야 할 것, 자신을 사랑해야 함. 좋은 사람으로 살기 쉽지 않으나, 좋은 사람이어야 한다는 너무 강한 의무감(?), 강박(?) 같은 건 내려놓고도 싶다. 어차피 모든 인생은 빛과 그림자가 있게 마련일 테니...